회계상 투자비용 ‘영업손실’로 처리, 대출시 금리 상승
한시적 정성평가 도입해 경쟁력 제고하고 투자 북돋아야
감가상각 단축 허용, 세부담 완화·자금 조기회수 바람직
中企 R&D·시설투자 관련한 파격적 세액공제율도 필요
스마트공장 고도화할수록 일자리 대폭 확대 효과 입증

지난해 2월 15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이 파주에 위치한 국내 물티슈 생산 1위 기업인 한울생약 탄소중립형 스마트공장을 방문했다.	황정아 기자
지난해 2월 15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이 파주에 위치한 국내 물티슈 생산 1위 기업인 한울생약 탄소중립형 스마트공장을 방문했다. 황정아 기자

지난 2019년 정부 지원으로 스마트공장을 짓기로 한 기계부품 중소기업 A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설비투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무엇보다 공정 불량은 70% 감소하고 생산성은 20%나 개선됐다. 수율이 대폭 향상되면서 국내외 바이어의 계약 체결도 크게 늘어났다. 스마트공장 도입 이전인 2018년과 지난해 재무제표만 비교해 봐도 매출이 25%나 증가했다.

이에 스마트공장 고도화 단계를 더 높이기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를 고민하던 A사는 현행 회계기준의 문제점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바로 스마트공장 시설투자 비용이 대규모 영업손실로 재무제표에 남아 신용등급 하락에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행 중소기업 회계기준은 설비투자 감가상각을 5년간 정액법으로 계상한다. 만약 A사가 1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했다면 매년 20억원씩 감가상각비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A사는 시설투자를 통한 경영성과와 현행 회계 사이에서 투자의 딜레마에 빠진다. 감가상각 기간 동안 세무상 세액공제 혜택이 커져 기업의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지만, 회계상으로 손실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떨어트리게 된다. 이는 신용평가등급의 하락을 가져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A사가 스마트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 재무구조가 나빠져 은행 등을 통한 기업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가 크게 오를 수 있는 부담감을 안아야 한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실제 은행 창구에서 대출이자는 3~4% 껑충 뛰기 마련이다.

생각지도 못한 금융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대규모 스마트공장 시설투자를 해야 할지 망설이게 하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왔던 스마트공장을 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제조 기업에 확산시키는 총력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체적인 도입 시장의 규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에 사례처럼 기업의 혁신 속도에 맞춰 관련 제도가 발 빠르게 재정비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스마트공장의 경영혁신 성과는 최근 조사 보고서를 통해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중소기업 상생형(삼성)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성과분석 결과, 도입한 기업이 도입하지 않은 기업 보다 영업이익 37.6%p, 매출액 11.4%p, 부가가치 23.4%p, 종업원수 3.2%p 더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스마트공장이 중소기업 제조공장의 경영성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시설투자라는 걸 방증하는 결과다.

따라서 스마트공장 시설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조세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가속상각특례 적용으로 기업의 시설투자 비용을 최대한 빨리 계상해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보게 하고, 신용등급 평가시 스마트공장 시설투자의 경우 예외로 두고 일시적으로 정성평가 점수를 부여해 등급 하락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세법은 전통적인 제조공장에 맞춰져 있다. 가령 시설과 제품들의 가치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떨어진다고 본다. 반면 스마트공장을 비롯한 첨단 분야의 시설과 제품의 가치는 빠른 변화로 인해 몇 달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속상각제도가 적용을 통해 기업들이 자산 취득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자산 취득에 든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하도록 도울 수 있다.

중소기업은 사업용 고정자산의 내용연수를 75%까지 단축할 수 있다. 가속상각이 적용되더라도 전체 법인세 납부액은 같다. 정부 입장에서는 초기 세수가 감소하지만, 기업은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만약 120억원의 자산의 내용연수가 6년이라면 매년 20억원씩 감가상각을 한다.

하지만 50% 가속상각을 하면 내용연수가 3년으로 단축돼 첫 3년간만 매년 40억원씩 감가상각이 이뤄진다. 이럴 경우 전체 세금 납부 금액은 같지만, 초기에 세 부담이 적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이자 비용도 덜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있음에도 정부는 설비투자 자산에 대한 가속상각제도를 1(2021)간 한시적으로 적용했다. 지난해 1231일 이전 취득한 자산은 감가상각 종료시까지 지속적으로 적용되지만, 올해부터 취득하는 자산은 적용이 불가하다.

사실 가속상각제도는 코로나19로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를 유도하는 대책으로 활용했던 한시법 특례 조항이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미국은 파격적으로 2018년부터 신규투자에 대해 100%를 가속상각을 하는 감세와 고용법을 시행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올해에도 기업의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속상각특례 적용 기한을 지속 연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기중앙회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과 손잡고 진행한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에서는 도입 기업의 스마트공장 레벨에 따라 미도입 기업과 비교해 단계별 경영성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정부는 스마트공장을 기초중간1중간2고도화’ 4단계로 나누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진행한 구축 지원산업은 기초와 중간1 단계 지원이다.

우선 기초단계솔루션을 도입한 중소기업 보다 한 단계 높은 중간1’ 솔루션을 적용한 중소기업은 연구개발비(24.6%p) 종업원수(4.6%p) 부가가치(27.9%p) 증가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이에 김은하 KBIZ중소기업연구소 박사는 고도화 단계를 올릴수록 연구개발과 고용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부가가치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특히 종업원수의 경우 미도입 기업은 감소한 반면 전체 도입기업은 0.8% 성장했는데, 이를 중간1단계가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고용 감축이 불가피했던 지난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중간1 솔루션 기업이 4.6%p의 종업원 증가를 나타내 기초 솔루션 기업 -0.7%p, 미도입 기업 -2.4%p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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