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악용한 성희롱·갑질 금기
피해자 발생시 신속조치 필수
수평적 인간관계 내재화해야

바야흐로 감수성(感受性) 시대다. 감수성은 젠더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 인권 감수성은 물론 다문화 감수성, 디지털 감수성, 생태계 감수성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 자극이나 타인에 대한 반응과 관련된 능력, 넓은 의미로 감각의 예민성이라 한다.’ 감수성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자극에 대한 반응도가 크면 감수성이 높고 그 반대이면 낮은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그렇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대개 공감 능력이 좋다. 반면 태생적으로 타인에 대한 정서적 교감능력이 전혀 없는 경우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살다보면 더러 감성의 기초체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무슨 일에도 관심이 없거나 감동 받지 않는 심드렁하거나 덤덤한 상태. 즉 감수성이 떨어진 것이다. 이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생채기에 새 살 돋듯 회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주변으로부터 성인지 감수성 같은 특정 사안에 대해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다면? 이것은 사람이나 조직문화가 기존의 논리와 틀에 갇혀, 달라진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둔감하여 문제의식이 없고, 문제해결을 못하거나 엉뚱하게 문제를 키우는 답답한 상황으로 이해하면 된다.

조직이나 사회에서 감수성이 꼭 필요한 분야가 성희롱이나 갑질, 괴롭힘이다. 주로 지위 차이를 악용한 정서적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2, 3차로 이어지는 추가적인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특성도 있다. 성희롱의 경우 우월적 지위에 더해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 차이와 개개인의 미묘한 감정까지 뒤섞여 있어 복잡하게 전개되고 추가적인 피해마저 발생할 소지가 많다.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해야 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문제 삼거나 공론화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피해자의 은밀한 하소연이 가십이 되거나 일방적 소문이 돼 떠돌아다니기 쉽다. 이런 분야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택해야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개방적이고 감수성이 학습된 조직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확산을 막고 해결하는데 주력한다. 가장 먼저 직접적인 위계관계를 없애고 겹치는 영역을 최소화해 우월적 지위를 해소한다. 인사이동이나 업무조정을 통해 우선 분리조치 하는 것이다. 보통은 이렇게 분리조치만 확실하게 해도 2, 3차의 추가 피해 없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된다. 갈등에 대해 조직에서 인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가해자에게 은연중에 던짐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근신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반면에 폐쇄적이며 감수성이 집단적으로 부족한 조직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하다. 심지어 문제를 개개인간의 갈등으로 치부해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문제해결 방식도 기존의 경로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분리조치 없이 문제가 벌어진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누군가의 잘못을 가리는 조사를 먼저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2, 3차 피해가 발생하고 문제는 더 확산된다. 감수성이 부족한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적절한 문제해결 방식으로 이 경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해 피해자도 조직에게도 치명적이다.

과거와 달리 기술과 과학, 문화가 발전하면서 남녀의 역할도 구분하지 않는 시대다. 개방적인 조직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가치나 질서에 대한 저항도 많다.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선호하고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대한 눈높이도 높다. 직장인으로 사회인으로 감수성이 필수적인 시대이다. 다양한 컨텍스트의 감수성은 배우고 경험하면서 지식을 쌓아 내재화해야 한다. 타고난 성격인 감정적 예민성과는 다른 점이다.

성희롱과 갑질, 괴롭힘에 대한 감수성을 습득하기 위한 자료들은 주무부처 홈페이지나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기업에서도 감수성을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의무화된 교육을 통해 함양하고 있다. 감수성은 겪어보지 않은 다른 세상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함양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확장성과 창조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복잡한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조직문화일 뿐만 아니라 사회인으로 갖춰야할 기본적인 자질이 되고 있다.

 

장경순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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