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가야할‘ESG 경영’
무한책임경영 시대 가속화
대응 잘 하면 위기 아닌 기회
美 월마트 역발상 참고할 만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성큼 다가온 ESG 시대에 중소기업의 새로운 사회공헌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본지는 3회에 걸쳐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ESG와 중소기업의 브랜드 경험혁신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용구 교수는 마케팅 분야 전문가다.

 

ESG 경영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ESG 열풍이 단기간 유행에 그칠 것인가? 정답은 ESG는 메가트렌드이며 자본주의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개인도 ESG에 대한 개념 이해는 물론 그 배경에 대해 공감할 때 ESG 요인을 경영에 반영해 지속 가능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한다면 이전까지는 10배낭을 등에 지고 산에 오르고 있는데 ESG라는 새로운 부담이 만들어져서 3돌을 추가로 배낭에 더 짊어지게 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13으로 더 무거워진 배낭을 부담하는 상황 변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철학이다.

등로주의는 결과와 성과만을 중시하는 등정주의와는 상반된 철학이다. 몇 미터 산을 몇 개 등정했다는 성과를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어렵고 다양한 루트’(more difficult variation route)의 개척을 주장하는 등산 정신이다.

힘든 등반과정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고 과정을 즐기는 등반 철학으로 영국 등산가 머메리가 제창해서 머메리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등정이라는 결과보다 얼마나 어려운 등반과정을 거치며 등반했느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등로주의철학을 가질 때 더욱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SG는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우선, 지난 70여 년간 자본주의 패권을 이어온 유럽연합(EU)과 미국 입장에서 보면 최근 중국식 자본주의라는 강력한 적수를 만났다. 재무적 성과와 인구 등 계량적 요인들만 가지고 경쟁한다면 중국에 패배할 수도 있다.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EU지속 가능성관련 선두주자로 ESG 강화를 통해 EU 시장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는 비재무적 정보공시를 강화하고 공급망 실사법을 2024년 시행할 계획이다. ‘에너지 전환법을 제정해 상장기업, 은행, 투자기관 모두에게 기후변화 관련 재무 리스크를 연차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증권거래위원회(SEC)‘ESG 정보공개 및 단순화법이 발효됐다. 영미 자본주의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성해 패권을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비재무적 성과라는 새로운 잣대와 규범을 만들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개발도상국 및 신흥국과의 초격차를 지속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플랫폼 기업과 데이터가 돈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과 비시장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빅블러(Big Blur)라고 불리는 이 같은 경계 파괴는 영리기업과 비영리조직 간의 차이도 흐릿하게 만든다. 과거에 영리기업은 재무적 성과만 유지하면 됐었지만 이제는 환경 활동가, 언론, 시민, 정부 등 소위 비시장 요인들까지 고려해야 하는 무한 책임 경영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재무적 성과 이상으로 ESG 즉 비재무적인 성과도 중요해진 자본주의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등로주의철학이 더욱 절실히 필요해졌다.

셋째,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 70여 년 동안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가의 자본수익률이 노동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아져서 사회 양극화 문제가 인내 한계치를 벗어나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제 정부나 시민단체가 아닌 자본주의 문제의 해결사인 기업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총대를 메야 하는 시대가 왔다.

아직도 소매업 매출 세계 1위 기업, 미국 최대 오프라인 소매기업 월마트(Wal-Mart)는 아마존(Amazon)의 급성장에도 잘 대응해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평가 받고 있다.

ESG 경영의 시대에 월마트의 슬로건은 기회는 우리들 외부에 있다이다. ESG라는 부담을 하나의 거대한 기회로 생각하는 월마트의 역발상은 등로주의경영 철학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월마트 사례는 ESG 경영을 통해 사회에서의 인정은 물론 재무적 성과까지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등로주의 : ‘좀 더 어렵고 다양한 루트’(more difficult variation route)의 개척을 주장하는 등산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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