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대기업 대출 안주할 때
과감하게 ‘씬파일러 모델’ 개발

무조건 年2% 금리 전략도 파격
수신액 케이뱅크 추월, 2위 우뚝

수시입출금 가능, 2030세대 열광
고객이 금리인하 요구토록 안내

매일 이자지급, 복리효과도 체험
주택담보대출시장 진출 만지작

사장님 대출이 장안의 화제다. 사장님 대출은 토스뱅크가 지난 214일 전격 출시한 개인 사업자 대출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기준 국내 비임금근로자는 663만명이다. 이른바 자영업자라고 불리는 인구다. 은행대출창구에서 자영업자는 거절1순위다. 신용도 변변치 않다. 담보도 확실치 않다.

주택담보대출처럼 안전 대출만 선호하는 보수적인 국내 시중은행 문화에서 개인 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원천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다. 간혹 사장님한테 넘어간 대출창구 직원이 대출 서류를 상신해도 첩첩산중 결재라인에서 반려되기 일쑤였다. 660만 자영업자들은 시중은행 기준으론 대출부적격자들이었다.

 

660만 자영업자 대출 수호천사

토스뱅크가 생각을 바꿨다. 세상이 바뀌었다. 토스뱅크는 보증기관의 보증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대출자의 부동산 담보 요구도 하지 않았다. 악마적인 연대 보증 요구도 물론 없었다. 개인 신용에 따라 최대 1억원 한도로 대출을 해줬다. 토스뱅크는 대한민국 660만 자영업자들을 660만 사장님으로 바꿔모셨다. 결과는 엄청났다. 지난 331일 기준 토스뱅크의 사장님 대출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2월 말 대비 95.7%가 증가했다.

시중은행들에도 무보증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이 있긴 하다. 금융소비자들한테 알려주지도 권장하지도 않는다.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자영업자들은 필연적으로 씬파일러일 수밖에 없다. 씬파일러는 금융 이력이 적은 금융 소비자를 말한다. 파일이 얇다는 말이다. 담보 서류도 없고 월급 통장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씬파일러에 대한 신용평가는 그만큼 어렵다. 시중은행은 어렵다고 기피했다.

토스뱅크는 대한민국 660만 자영업자들을 660만 사장님으로 바꿔모셨다. 지난 3월 31일 기준 토스뱅크의 사장님 대출은 2000억원을 돌파해 2월 말 대비 95.7%가 증가했다.
토스뱅크는 대한민국 660만 자영업자들을 660만 사장님으로 바꿔모셨다. 지난 3월 31일 기준 토스뱅크의 사장님 대출은 2000억원을 돌파해 2월 말 대비 95.7%가 증가했다.

토스뱅크는 달랐다.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자체적인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했다. 금융 정보에 비해 비금융 정보가 방대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라면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도 비금융 정보가 될 수 있다. 팔로워가 많으면 그만큼 쇼핑몰이 흥행할 공산도 커진다.

토스뱅크는 사장님 대출을 위해 비금융 정보를 분석하는 자체적인 신용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수고로운 일이다. 그렇다고 로켓 사이언스도 아니다. 로켓 사이언스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기술 개발을 뜻한다. 토스뱅크측은 씬파일러 대출은 로켓 사이언스가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한 마디로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이나 대기업 대출 같은 먹거리에 안주하면서 사장님 대출 같은 씬파일러 대출을 등한시했다. 반면에 토스뱅크는 은행성장과 고객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과감하게 씬파일러 대출 모델을 개발했다. 그게 사장님 대출이다.

한달만에 2000억원 대출 기록은 우연이 아니다. 토스뱅크 모델에 따르면 결코 부실위험이 높은 것도 아니다. 대신 대출해준 만큼 토스뱅크의 이자수익은 늘어난다. 토스뱅크의 대출을 받아 사업을 일으킨 사장님들이 늘어나면 오히려 토스뱅크에 돈을 맡길 수밖에 없다. 선순환이다.

그렇지 않아도 토스뱅크로 금융소비자들이 앞다퉈 돈을 맡기는 분위기다. 토스뱅크는 지난 3월 말 기준 수신액이 17조원을 돌파했다. 토스뱅크는 국내에서 3번째로 출범한 인터넷 은행이다. 어느새 막내 토스뱅크가 둘째 케이뱅크를 수신액에서 추월했다. 케이뱅크의 수신액은 116900억원이다.

첫째 카카오뱅크는 325287억원이다. 수신액은 고객이 은행에 맡긴 예금액을 뜻한다. 수신잔고가 커야 은행의 힘도 세진다. 여신 그러니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세지기 때문이다. 돈 장사를 그만큼 크게 할 수 있게 된다. 토스뱅크의 고객수는 234만명을 넘어섰다. 놀라운 성장세다.

일단 무조건 연 2% 금리 전략 덕분이다. 저금리 시대에 연 2% 금리는 매력적이다. 파격적인 금리 혜택 덕분에 토스뱅크로 사람과 돈이 몰려들었다. 심지어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다. 특히 짠테크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2030세대 사이에서 토스뱅크 열풍이 불었다. 235만 토스뱅크 고객 가운데 50% 가까이가 2030세대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토스뱅크는 금리에 대한 생각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금리인하에 대한 생각도 바꿨다. 금융당국은 금융 소비자가 대출 금리를 인하하도록 시중은행에 요구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달성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은행들이 먼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고객이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먼저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토스뱅크가 금리인하요구권 맛집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산업을 바꾸다, 세상을 바꾸다

토스뱅크가 등장한 202110월부터 20213월까지 24910건의 금리인하요구가 접수됐다. 5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토스뱅크는 고객이 금리인하를 먼저 요구하도록 안내했다. 덕분에 금리인하를 요구한 고객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이쯤 되면 토스뱅크를 안 쓸 수가 없다. 시중은행에선 알려주지 않고 꽁꽁 숨겨두기 바쁜 정보를 먼저 미리 적극적으로 알람해주기 때문이다. 고객 중심 사고다. 토스뱅크에 사람과 돈이 몰려드는 이유다. 금융은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산업 분야다. 아는 만큼 돈이 된다. 그런데 아무도 알려주지를 않는다. 토스뱅크로 사실상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는 건 그래서다. 토스뱅크는 생각을 바꿨다. 산업을 바꿨다. 세상을 바꿨다.

물론 단기적으론 토스뱅크도 부담이 커진다. 토스뱅크는 202110월부터 12월까지 806억원의 영업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이자 부문에서 112억원의 이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자수익은 312억원이었지만 이자비용은 424억원이었다. 한마디로 고객으로부터 돈을 비싸게 빌려서 고객한테 돈을 싸게 빌려줬기 때문이다.

2% 금리 혜택은 물론이고 월 최대 46500원의 캐시백 혜택까지 돌려줘야 한다. 게다가 정부의 가계대출총량규제에 걸려서 지난해 10월 영업 개시 일주일만에 대출영업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토스뱅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사장님 대출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202211일부터 한시적으로 가계대출총량규제를 완화하지마자 내놓은 게 사장님 대출이다. 인터넷 뱅크로서 씬파일러 대출에 집중한 결과다. 토스뱅크의 여신총액은 25000억원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의 258980억원이나 케이뱅크의 74900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여신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성장할 활주로가 많이 남아 있다. 머니무브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토스뱅크로의 수신 확대는 고스란히 여신 여력 확대와 이자 수익 확대로 이어진다. 단기적인 이자 순손실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토스뱅크는 이자 주권을 수신 고객한테까지 확대했다. 매일 이자 지급 기능이다. 수시입출식 토스뱅크 통장 보유자는 누구나 지금 이자받기 버튼을 눌러써 원할 때 언제나 이자를 받을 수가 있다. 만일 매일 지금 이자 받기 버튼을 누른다면 원금에다 이자까지 더해서 다음날 이자에 이자까지 붙는 일 복리 효과도 체감할 수 있다. 5000만원을 토스 뱅크에 예금한 예금자라면 1년 뒤 약 6000원의 이득을 더 볼 수 있다고 계산해볼 수 있다.

 

MZ세대 내집마련사다리역할

이자 소득은 크지 않아도 이자 소득 자체를 개인이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선 차이가 크다. 시중 은행은 은행이 지정한 날짜에만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자 주권이 고객이 아니라 은행한테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도 일 복리 이자 받기를 할 수 있었다. 이것도 로켓 사이언스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시중은행들은 일 복리 이자 받기에 대한 고객 요구가 낮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아니었다. 토스뱅크의 일 이자 받기는 특히 2030세대한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역시 짠테크 열풍과 이자가 공정하게 늘어나기를 원하는 세대 심리와 결합된 결과다.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 뱅크들은 이런 뱅킹 혁신을 기반으로 리테일 뱅킹의 모바일화와 비대면화를 이끌고 있다. 나아가서 시중은행들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비대면 전환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갖가지 관공서 서류도 필요하다. 아파트가 아니면 실사 과정도 필수다.

무엇보다 소유권 이전과 잔금 지급은 대면으로 하는 게 관행이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에서 비대면 상품을 출시했다. 전자상환 위임장을 이용해서 필요한 서류를 2종 이하로 줄였다. 카카오뱅크 역시 챗봇을 통한 주담대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토스뱅크 역시 조만간 주담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이럴 경우 시중은행들의 높은 문턱을 부담스러워하는 2030 미래 주택 소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소비자들은 필요할 때만 다가와주기를 원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은행 서비스 역시 필요한 부분만 받고 싶어한다.

차기 정부는 특히 주택담보대출에 관해선 대출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은 최대 80%까지 완화를 시사하고 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역시 부분완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폐지까지 논의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기대하는 2030 세대한테 금융이 사다리를 놓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기준 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 주택 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해야 할 필요도 있다. 토스뱅크 같은 인터넷 뱅크의 주담대 시장 진출은 정부와 시장 모두의 요구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토스의 창업자 이승건 대표는 최근 토스뱅크를 비롯한 토스 계열사 직원들한테 테슬라 10대를 선물로 제공했다. 만우절 거짓말인줄로만 알았던 토스 직원들은 이승건 대표의 파격 선물에 열광했다. 이런 높은 보상과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은행권에선 머니무브와 고객무브뿐만 아니라 직원 무브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MZ세대 은행원들이 보수적인 은행에서 자유로운 토스뱅크로 이직하고 있다. 금융은 인력 전쟁터다. 고급 인재를 확보한 은행이 결국엔 승리한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을 추월한 상태다.

스톡옵션 같은 보상까지 더해지고 개인적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직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의 시대는 바야흐로 이제부터다.

 

- 신기주 북저널리즘 콘텐츠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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