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막막한 건 판로죠. 애써서 제품 만들었는데 안 팔리면 꽝 아닙니까.”

충북지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가장 막막한 문제가 `판로 개척`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개발비와 시간을 투자해 신규 개발한 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하지만,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해 재고는 쌓여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판로 확보`(51.1%)였다. 다수의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홈앤쇼핑 등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이 출범했다.

지난 2011년 출범한 홈앤쇼핑은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의 중소기업 판매수수료율을 유지하는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판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홈앤쇼핑이 중소기업에 적용한 판매수수료는 2019년 기준 20%로 홈앤쇼핑 내 최고 수수료율 대비 17.9%포인트 낮았으며, 타 대기업 홈쇼핑사와 비교했을 때 14.6%포인트나 낮았다.

또한 홈앤쇼핑의 중소기업 편성 비율은 2020년 기준 80.8%로 타 대기업 홈쇼핑사 평균(62.9%)에 비해 18%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홈앤쇼핑은 中企 인큐베이터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와 홈앤쇼핑 입점지원을 위한 MD상담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와 함께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 중소기업 판로지원 사업인 ‘일사천리(一社千里)’ 사업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 발굴부터 입점,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며 중소기업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굳혀가고 있다.

일사천리 사업은 영업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기업들으로 저렴한 수수료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TV 홈쇼핑을 통해 제품의 판로확보와 인지도 상승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송출수수료 증가 부담, 급변하는 유통환경 대응 한계(라이브 단일 채널), 중소기업 전용홈쇼핑에 대한 각종 규제 등으로 중소기업상품 판로 확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5년간 TV홈쇼핑 사업자의 영업이익률 변화를 살펴보면 대기업 계열의 TV홈쇼핑 업체들은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보이지만,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의 경우 10%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홈앤쇼핑의 경우 2020년 매출은 2019년 대비 역성장했으며, 2020년 영업이익률은 9.2%로 TV홈쇼핑 7개사 중 가장 낮다.

공영홈쇼핑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까지 계속 손실을 보이다가 2020년에 처음 이익전환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이 모두 공공성을 강조하는 TV홈쇼핑업체로 홈앤쇼핑의 경우 중소기업 제품 취급(80% 이상)에 대한 제약이 있고, 공영홈쇼핑 역시 100% 중소기업 및 농어민의 제품 취급과 판매수수료 정률제(20%)를 시행하고 있어 타 TV홈쇼핑 업체들에 비해 높은 이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의 경쟁심화 및 온라인사업 확장, 신규유통채널 출현 등으로 TV홈쇼핑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홈앤쇼핑 또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대기업계열 홈쇼핑사는 T-커머스 성장을 통해 홈쇼핑 경쟁력을 보완, 규모와 범위의 경제(OSMU, One Source Multi Use) 달성하고 있다.

TV 홈쇼핑은 디지털TV의 특성상 많은 상품 정보를 데이터화해 항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생방송 중인 상품의 정보만 볼 수 있다. 그러나 T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더욱 많고 다양한 상품 정보를 아무 때나 열람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검색 및 결제기능을 추가적으로 갖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더욱 능동적인 자세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소비자가 자주 검색하고 구매하는 상품 정보를 누적해 데이터로 활용하면 이용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더 개인화된 맞춤형 TV쇼핑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T커머스 시장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2021년 T커머스 시장은 5조4000억원 규모였다. 이는 2016년 9977억원에 비해 5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더라도 28.9% 성장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시장규모가 7조원 가까이로 더욱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T커머스 업체 10곳으로 이중 5곳(K쇼핑, 신세계쇼핑, SK스토아, 쇼핑앤티, W쇼핑)은 단독 사업자 형태로, 나머지 5곳(CJ오쇼핑플러스, 롯데OneTV, 현대홈쇼핑 플러스샵, GS마이샵, NS샵 플러스)은 기존 5개 홈쇼핑 사업자가 함께 운영된다.

홈쇼핑 사업자중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만 T커머스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후발주자이면서 공공성을 갖고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홈앤쇼핑과 공영쇼핑은 T커머스 채널 사업권을 승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CJ, 롯데, 현대, GS, NS홈쇼핑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TV홈쇼핑 업체들의 수익성이 홈앤쇼핑이나 공영홈쇼핑에 비해 높은 이유는 대기업 제품 취급과 T커머스 겸업을 통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OSMU: One Source Multi Use)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마케팅 효율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TV홈쇼핑 채널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이 인테리어 비용, 동영상 제작비용 등 추가적인 투자 없이 또하나의 판매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의 T커머스사업 허용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는 지난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제안센터에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위한 건의문을 제출했다.

학회는 이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고자 하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현재야말로 대기업 TV홈쇼핑사업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 여건이 가장 무르익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후발주자이면서 공공성을 갖고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홈앤쇼핑과 공영쇼핑은 T커머스 채널 사업권을 승인받지 못하고 있다”며 △업계 최초 100% 중소기업 상품편성 채널 운영 △중소기업 상품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무정액 방송 운영 △겸영 TV홈쇼핑 채널을 활용한 스케일업 효과 극대화 등을 건의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중소기업에 최적화된 T커머스 채널 신설을 통해 대기업 TV홈쇼핑 사업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하고 중소기업 정책이 형식적인 범위를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후방 연관산업 활성화

중기중앙회도 지난해 각 대선후보들에 전달한 ‘제20대 대선을 위한 중소기업계 제언’ 정책과제집에서 “100% 중소기업 제품을 취급하는 공적 성격의 T커머스 채널이 확보된다면 중소상공인뿐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장사다리로 기능이 가능하다”며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신설을 제안했다.

중기중앙회는 스튜디오, 방송기자재 등 방송 기반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방송노하우가 풍부한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이 T커머스 채널을 운영할 경우 비용 효율화 및 OSMU를 통한 시너지 창출 극대화로 중소기업 수수료 부담 최소화 및 판로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사업자가 출현하면 중소기업이 3년간 누적 1조원의 매출증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지난달 29일 ‘신규 T커머스 채널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사업자가 출현하면 누적 1조원의 중소기업 판로확대 및 소비 진작과 고용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사업자의 출현은 매출증대 뿐 아니라 전후방 연관산업을 자극해 “매년 1379억원의 생산과 683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유발효과”와 “매년 1282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와 변상규 호서대 교수가 연구를 맡은 이번 보고서는 T-커머스 사업자 수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 분석을 통해 매출 효과를 계량화하고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산업연관표를 활용,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해 해당 사업의 타당성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 사업자가 추가로 T커머스 채널을 겸영할 경우에 예상되는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에 주목했다. 두 교수는 보고서에서 “판로확대로 고민하는 많은 중소기업에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출범은 단기·장기 매출 증대, 장단기 생산 유발 효과, 고용창출 등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T-커머스

PC 등을 통해 인터넷 쇼핑을 하듯이 TV를 통해 리모콘으로 쇼핑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 TV홈쇼핑과 달리 원하는 상품을 소비자 스스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T-커머스는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디지털화된 TV를 통해 발생하는 상거래 서비스로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의 장점이 결합돼 있다. 하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