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만큼 중소기업인들이 기다리는 소식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계의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가 법제화됐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42.1%는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고, 매출 의존도는 83.3%에 이른다. 대기업으로부터 구입한 원재료로 제품을 생산해 또다른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재료 대기업이 원자재값을 인상하고, 납품을 받는 대기업은 납품단가에 이를 반영해 주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기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납품단가 제값받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철광석, 원유, 펄프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온전히 반영했다는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했다. 누가 봐도 불공정하고 상식에 어긋난 일이 대중소기업간에 여전히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값을 받기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91.7%에 달했다.

이러한 중소기업계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요구는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다. 협상력 부족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제값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었고,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 및 인수위 국정과제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했다. 다만, 당시 18대 국회는 연동제의 대안으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를 우선 시행하고 효과가 없다면 연동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는 그간 여러 차례 보완을 거쳤음에도 시행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활용 건수가 ‘0’건이다. 거래단절 등의 우려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방증이다.

고착화된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상력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해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적 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는 국가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미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을 통해 국가가 사인간의 거래를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005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인 184조원을 기록한데 반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10~15%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이 이익이 나면 납품 중소기업도 당연히 이익이 나는 것이 공정하고 상식적이지 않을까. 중소기업 쥐어짜서 대기업이 성과급 잔치한다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하소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국회와 정부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고사위기에 몰린 중소기업들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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