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한사람이 기업미래 좌우
‘부모 뭐 하시나’ 면접 이제 그만
면접팀에 최고인재 배치 필요

김도윤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김도윤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삼국지연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촉나라 사람으로 구안(苟安)이라는 인물이 있다.

제갈량은 본인 생전 위나라 정벌을 위해 북벌을 감행했는데, 구안은 전방에 식량을 운반하라는 명을 받았다. 그런데 구안은 술을 좋아해 게으름을 피우다 예정보다 열흘이나 늦게 전방에 도착했다. 대노한 제갈량은 구안을 참()하라고 소리쳤으나, 주변의 만류로 곤장 80대에 그쳤다. 그러나 구안은 곤장 맞은 것에 앙심을 품고 위나라에 투항했다.

위나라의 사마의는 투항한 구안에게 제갈량이 황제를 칭할 것이란 유언비어를 촉나라 수도에 퍼트려줄 것을 요청했고, 구안은 곧 수도의 환관들에게 그와 같은 소문을 퍼트렸다.

이를 들은 촉나라 2대 황제 유선은 제갈량을 의심해 연승 중인 군대에 회군 명령을 내리고 말았다. 제갈량은 환군해 저간의 사정을 파악한 후 관련자들을 주살했으나, 실패한 북벌은 돌이킬 수 없었다.

사람 한 명을 잘못 쓰는 것이 국가의 대계(大計)를 그르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인데, 1800년이 지난 현재의 기업 경영에 있어서 인재 채용의 중요성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의 미래는 결국 기업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직원이 심각한 비위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고용관계 종료가 쉽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해고에 있어 정당한 사유를 요구하고, 법원 등 유관기관은 회사가 직원과의 고용관계를 도저히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 경우에만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성(人性) 문제로 조직 내 갈등을 지속적으로 유발하거나, 업무능력이 심하게 저조해 회사에 피해를 주는 직원에 대한 해고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사유를 들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 받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 법원은 직원 본인 문제로 동료들과의 불화가 심각한 경우에도, 회사가 그 직원에게 타 부서 전보 등 조치를 했는지, 직원들간의 인화가 중시되는 회사인지, 갈등이 업무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있는지, 직원이 개선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고의 정당성을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 업무수행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해고는 더욱 어렵다.

수 년에 걸쳐 현저히 낮은 성과가 지속돼 왔고, 기업에서 직원의 성과 개선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개선이 되지 않은 경우에만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러한 분쟁은 길게는 수 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에서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들에 비해 채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사람,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채용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HR부서에서도 성과보상과 평가를 담당하는 쪽에는 우수 인재가 몰려있는 반면 채용은 아직까지도 입사공고를 내고 지원서류를 가려내는 일 정도로 취급 받는다.

이러한 채용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회사의 최고 인재를 채용 팀에 배치하고, 체계화된 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회사가 원하는 인재의 평가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한편 인성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시용, 수습기간 정비도 필요하다. 법원은 수습기간 종료 시 정식 채용의 거절 또한 해고로 보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경력직 직원 채용 시에는 객관적이고 엄격한 평판조회(Reference Check)를 통해 지원자의 성실성(Integrity)와 자세(Attitude)를 평가해야 한다.

사람을 알아보는 일은 수 많은 실패를 통해 얻어지는 암묵지이나, 최근에는 채용 시 판단 오류를 줄이는 기술들이 개발돼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아직도 어머니가 뭐하시는지, 애완견과 주말 일상을 묻는 면접관들이 있다. 기업들이 각자의 채용 인프라를 혁신에 관심을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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