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상승분 中企에 전가
새정부, 1순위 과제 채택해야
일자리·R&D 동반증가 효과

한무경 의원(국민의힘 중소기업위원장)
한무경 의원(국민의힘 중소기업위원장)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원유에서부터 철강, 비금속, 농산물에 이르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유례없는 폭등은 회복 기대에 차 있던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고, 대기업을 상대하는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서 경영악화로 비상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4곳이 대기업으로부터 철강, 펄프, 석유화학 등 원자재를 공급받아 중간재로 가공해 또 다른 대기업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생존한다. 우리 경제의 자원을 순환하는 고리 역할을 하면서 공급망의 중간단계를 촘촘히 구성하고 있다.

대기업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가차없이 중소기업에 가격 인상을 통보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물량계약 해지와 같은 심각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부담하는 원자재 가격은 2020년에 비해 51%나 올랐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 받는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했다. 단 한 푼도 반영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비율이 절반(49.2%)에 달했다.

지난해 공급원가 변동시 협상력이 부족한 개별 중소기업 대신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과 납품대금조정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긴 했지만, 대기업과 거래를 끊을 각오가 아니면 감히 조정신청을 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사실, 납품단가연동제의 법제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제도적 실효성이 담보하지 못할 때는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2009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미 정치권과 정부 모두 동의한 바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원자재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소규모 및 주요 업종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약 10~15%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공급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면 고물가·고금리 시기로 접어들면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1, 무려 18개의 중소기업 단체들이 참여했던납품단가연동제 실시 촉구 기자회견은 마치 생사의 갈림길 위에 놓인 중소기업의 절규와도 같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납품단가 연동을 시스템화하고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다행히 이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마음이다. 국회에 이미 필자를 비롯해 여러 의원의 이름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 대금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대표발의 돼 있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올 하반기에는 표준계약서 등을 통한 납품단가연동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제도 개선 및 제값 받는 환경 조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경제공약이었던 만큼 새 정부와 당선인의 의지 역시 확고하다고 본다.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대한민국 헌법 제1233항에 규정돼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 구축이 시대적 사명으로 다가온 만큼, 5월에 출범되는 새로운 정부는 중소기업 보호·육성이라는 헌법 가치를 실현 할 수 있는 정책 비전 수립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면 중소기업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 양극화 해소의 핵심키는 납품단가연동제이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개선되고 일자리와 R&D투자가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가 고도화하고 사회 전체가 성숙해지는 지름길이다. 앞으로의 5, 윤석열 정부에 대한 689만 중소기업의 기대와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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