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먹튀 논란에‘사면초가’
미래키워드로 ‘동반성장’ 제시

이익보다는 가치창출에 투자
새 먹거리로 엔터·콘텐츠 낙점

김범수, 해외 최전선 개척 올인
내수 잠식 자회사 순차적 정리

죄송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지난해 2021105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였다. 헤어샵에 문구에 장난감에 스크린골프 시장까지 진출한 탓이었다. 꽃배달이나 간식샐러드 배달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모두가 동네 사장님들에겐 목숨줄과도 같은 사업들이었다.

여기에 카카오는 택시기사분들한테도 밉보였다. 카카오택시의 빠른 호출 서비스인 스마트 호출 수수료를 인상했다가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과 거리에서 모두 카카오에 대한 원성이 자자해진 상황이었다. 국감에 출석한 김범수 의장은 연신 죄송하고 명심하겠단 대답만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들께 사랑받던 때로 돌아가겠습니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이렇게 약속했지만 그 뒤로도 카카오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히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은 카카오 계열사들의 주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카카오 그룹의 CEO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으로 부여 받은 자사주 900억원 어치를 팔아치운 게 문제가 됐다. 스톡옵션 행사는 법적으론 문제될 게 없다. 도의적으론 큰 문제였다.

주요 경영진들도 주식을 팔았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진데다 대량의 매물폭탄이 투하된 탓에 카카오페이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분노할 노릇이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시장 교란 논란에까지 연루되면서 카카오 주가는 반토막이 나버렸다.

 

비욘드 모바일·비욘드 코리아

지난해 국감에서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미래에 관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렇게 약속했다. “지금 투자해놓은 회사 가운데 미래 방향성이나 약간 글로벌향이 아닌 회사는 많이 정리하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카카오가 해야 할 일과 안 해야 할 일에 대해 구분을 해야 한다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도 정말 커졌습니다.”

지난 46일 열린 카카오의 지속 가능 성장 방향성 간담회는 반년만에 내놓은 비욘드 카카오의 청사진이다. 비욘드 모바일과 비욘드 코리아는 2022년 들어서면서 김범수 의장이 제시한 카카오의 미래 키워드다. 한 마디로 모바일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일단 비욘드 카카오를 위해 카카오의 탑매니지먼트들 면면부터 달라졌다. 카카오 최고경영자는 당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내정됐던 남궁훈 대표가 맡았다.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장을 선임했다. 김범수 의장은 김성수 의장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넘겨주고 물러났다. 대주주가 국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이다.

대신 김범수 의장은 일본에서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기에 카카오의 맏형이라고 불리는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 공동센터장까지 더하면 비욘드 카카오 3인방이 완성된다. 앞으로 카카오를 이끌어갈 카카오 리더 그룹들이다.

카카오 지속 가능 성장 방향성 간담회 역시 카카오 3인방의 주도로 개최됐다. 간담회에서 카카오가 제시한 공동체 상생안 역시 결국 카카오 3인방의 전문 분야들에서 기획된 내용들이었다. 우선 카카오는 소상공인 및 지역 파트너 1000억원,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 550억원, 공연 예술 창작자 150억원,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 500억원, 스타트업 및 사회혁신가 200억원, 지역 사회, 이동약자, 디지털 약자에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부분 홍은택 공동센터장의 전문 분야들이다. 홍은택 센터장은 다음에서부터 카카오에 이르기까지 소셜임팩트 부분에 집중해왔다. 임팩트 투자는 이윤 뿐만 아니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투자 활동을 말한다. 사실상 카카오가 이번 지속 가능 성장에서 제시한 방안은 소셜 임팩트 투자에 가깝다.

소상공인과 콘텐츠와 사회혁신가들에게 수백억원씩을 나눠서 이익보단 가치 창출을 목표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카카오의 투자 대상들은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메이커스와 연관이 깊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주문 제작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제작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이제까진 만들어질 수도 팔려나갈 수도 없었던 제품이 탄생하게 만들 수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최근에도 피스 인 우크라이나 휴대폰 케이스와 맨투맨 티셔츠를 판매했다. 이렇게 마련한 판매금 전액을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위한 긴급구호 기금으로 전달했다. 이번 카카오 상생안은 어떤 의미에선 카카오메이커스가 잘 해오던 것들을 전면에 내세운 내용들이다. 카카오메이커스가 해오던 우리 농수산물 제 값 받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농산물을 대량 매입해서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공동 주문을 받아서 농가 상생에 기여해왔다. 이렇게 매입한 농수산물 규모만 651톤에 이른다. 홍은택 센터장은 카카오메이커스가 잘 하던 걸 카카오의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이사회 의장인 김성수 의장은 한 마디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시조새다.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에서 시작해서 CJENM을 거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까지 케이블부터 모바일까지 엔터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왔다. 카카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다.

남궁훈 신임 CEO 역시 미래 인터넷은 메타버스고 메타버스의 동력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라고 선언했었다. 콘텐츠 생태계 전문가는 김성수 의장이다. 역시 이번 지속 가능성장 상생안에도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분야가 대거 포함됐다.

 

계열사 30여개 감축 공언

무엇보다 투명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CP. 콘텐츠 프라바이더다. CP 아래에서 작가들과 촬영팀이 일한다. 플랫폼이 콘텐츠 비용을 CP한테 정산하면 CP들이 작가들한테 정산하는 2중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2022년 상반기 안에 CP와 이하 콘텐츠팀들의 정산 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ERP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돈 문제가 투명해지면 생태계도 투명해진다. 갑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는 이런 눈에 보이는 문제들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까지 상생분야에 포함시켰다. 크리에이터 창작자들의 심리 치료와 법률 지원이다. 아무래도 혼자 일해야 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은 심리적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게다가 콘텐츠의 저작권을 요구해야 하지만 법률적 권리에도 어둡다. 이런 부분들은 김성수 의장처럼 오랜 세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업계에 일해왔어야 눈길손길이 미치는 구석들이다.

김성수 의장은 이런 작은 가시들 뿐만 아니라 큰 골칫거리들에 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했다. 카카오의 계열사수를 30개 이상 줄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2021년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숫자는 134개에 달한다. 계열사가 많기로 유명한 SK그룹보다도 많다. 카카오의 대기업화를 상징하는 부분이었다.

김성수 의장은 지난 46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계열사 134개 가운데 80여개사가 콘텐츠 제작 파트너입니다. 대한민국 창작 생태계를 확장하고 웹툰, 웹소설, 게임 등 K콘텐츠의 글로벌 확대를 위해 인수한 회사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김성수 의장이 잘 아는 엔터콘텐츠 분야의 계열사들이란 얘기다.

계열사 통폐합의 적임자일 수밖에 없다. 계열사 통폐합의 기준은 김성수 의장과 홍은택 센터장이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크 센터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르게 된다. 비효율성이 크거나 골목상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정리해나갈 계획이다.

김성수 의장이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빠른 시간 안에 카카오의 자회사 숫자는 100개 안팎으로 정리된다. 이건 바꿔 말하면 카카오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해왔던 중간인수자 역할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상장 이전의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는 중간인수자 역할을 한다. 기술과 인력을 흡수하면서 창업자들한텐 중간엑시트의 기회를 주고 플랫폼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스타트업 정당한 보상에 앞장

사실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이런 중간인수자 역할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오히려 네이버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무차별적으로 베끼거나 스타트업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중간인수시장은 스타트업들이 창업 초기의 리스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게이트 기능을 한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용실 중개 사업도 본질적으론 미용실 중개 사업체를 카카오가 인수하면서 발생한 문제였다. 카카오는 인수합병 대신 동반성장을 새로운 미래 키워드로 삼았다. 스타트업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올 수밖에 없다.

남궁훈 CEO와 홍은택 센터장은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모빌리티는 미래 산업의 동력이면서 동시에 늘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는 부분이다. 일단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상생 자문 위원회와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종사자의 수익성 확대를 목표로 하는 위원회들이다. 멤버십 요금 인하나 대리기사 수수료율 개선이나 블루 서비스 수수료 배분 같은 예민한 이해관계를 위원회를 통해 협의해나가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수익성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프리미엄 배차 공정성 시비나 수수료 시비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이번에 발표한 비욘드 카카오의 상생 청사진의 성패 여부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생과 성장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상장에까지 성공한다면 카카오 뉴탑매니지먼트 3인방의 비욘드 카카오 프로젝트는 일단 성공한 셈이 된다. 그동안 카카오 논란은 성장과 상장을 위해 상생을 저버린 탓에 벌어진 것들이었다.

물론 더 근본적인 해결책도 있다. 비욘드 코리아다. 카카오의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아무리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해도 카카오라는 플랫폼 자체가 국내 골목 대장이라는 얘기다. 카카오는 해외 매출 비중은 3년 안에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당장 2022년 매출만 해도 2021년 전년 대미 4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건 의장 자리까지 내려놓고 해외 최전선에 투신한 김범수 창업자한테 달려 있다. 카카오픽코마가 성공한 일본 시장이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픽코마의 웹소설웹툰을 기반으로 카카오는 프랑스부터 유럽 시장까지 공략해나간다는 계산이다. 일본과 유럽에 이어 북미 지역은 최근 인수한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를 중심으로 공략해나간다.

2023년까지 북미 거래액 5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여기에 숨은 변수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다. 1조원 규모인 SM엔터테인먼트 인수까지 성사된다면 K팝까지 더해진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2021년 카카오는 죄송하고 명심하는 한 해를 보냈다. 창사 10년만에 처음 경험한 사회적 스트레스 테스트였다. 2022년 카카오는 새로운 최고경영진과 새로운 전략으로 골목대장에서 글로벌 대장으로 거듭나려고 하다.

일단 카카오는 홍은택 센터장의 카카오메이커스처럼 잘 해왔던 것을 더 잘 하고, 김성수 의장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처럼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남궁훈 CEO의 카카오모빌리티처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상생성장하는 3각축의 그림을 그렸다. 과연, 카카오는 3인방과 함께 다시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신기주-북저널리즘 콘텐츠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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