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1920년대에 노점상들은 팝콘 기계를 영화관 밖에 두었고 관객들은 입장하기 전에 팝콘을 사곤 했다. ‘시네마 천국에도 나오지만, 영화 한 번 끝날 때마다 나오는 쓰레기가 많았다. 이를 치워야 하는 영화관 주인들 입장에선 당연히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정치인이 국민을 이길 수 없듯이 고객을 이기는 사업가가 어디 있으랴.

고객들이 팝콘을 들고 입장할 수 있는 영화관으로 몰리다 보니 결국은 앞다투어 팝콘 기계가 결국 영화관 내에 설치됐다.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손이 가는 팝콘이나 간식은 영화 보는 즐거움을 두 배로 한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변화가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불편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는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의 고통에는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안보도 그렇지만 현 경제 상황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이미 7%에 육박하는 주담대, 클릭하기가 망설여지는 장바구니 물가,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기름값에 전기료 인상까지 뭐하나 오르지 않는 게 없다. 물론 우리나라만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오래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빌려 그 주변을 하루 종일 돌아다닌 다음 업체에 차를 반납하기 전 주유소에 들른 적이 있다. 소모한 연료를 가득 채웠는데도 15달러밖에 안됐다. 게다가 미국은 주유 단위가 리터가 아니고 리터의 약 3.8배인 갤런 단위니 얼마나 기름 값이 싼 지 실감 났었다. 한참 지나 갤런 당 2달러가 넘었다고 어이없어하던 미국 고객들이 생각난다.

며칠 전 미국 시사 방송을 보니 그 기름값이 1년 전에 비해 48% 올라 레귤러도 평균 4달러를 넘고 있다. 물론 기름값만 그런 것이 아니고 식료품이 평균 8.8%, 그중에서도 고기, 생선, 가금류, 계란은 13.7%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이 지난 41년간 최고치인 8.5% 폭등했다고 한다.

정치인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대체로 운전자처럼 자기 고양적 편견이 강한 사람들인 듯하다. 예를 들어 나는 강한 햇빛 때문에 빨간 신호등을 못봤지만, 다른 운전자는 의도적으로 빨간 신호등을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그 이론 말이다. 자기들 탓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이 모든 문제 역시 미루고 싶겠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이런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에 대해 미국 국민들 38%가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6%에 불과하고 팬데믹은 28%, 기업들이 가격을 올린 것도 23%로 생각보다 낮았다.

물론 다른 곳은 사정이 어떤지 참고로 보는 것일 뿐, 우리가 부자나라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나라는 석유만 해도 자연보호를 이유로 엄청난 매장량이 확인된 알래스카를 개발조차 하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이러니 우리가 믿을 구석이라곤 각 분야에서 제 몫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경제 주체들 밖에 없다.

요즘은 대통령 비판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것이 가혹한 정치가 아니다. 폭등하는 인플레이션을 못 잡고 편향된 정의관으로 국익과 정의 사이의 접점을 못 찾고 교각살우하는 것이 최악의 정치다.

대책 마련은 전문가의 영역일 테지만, 핵전쟁을 제외하고는 사실 상 가장 무서운 것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슬기롭게 이 난국에 대처해야 할 듯하다. 물리적 제도적 방공호를 갖춘 부자들은 물속에서 나온 오리의 깃털처럼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대다수 국민은 타격이 크다.

부자와 정치인만으로 나라를 이룰 수 없고, 상품도 만들고 나라를 지키려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 그중에서도 소상공인들에 대한 마중물이 필요한 때다. 이는 그분들에 대한 시혜가 아니고 팬데믹의 확산에 따른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협조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성격이 강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물론 일단 펌프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이후의 일은 오롯이 우리 상공인들이 할 것이니 우선 급한 갈증이라도 면할 수 있도록 정파적인 이해를 떠나 적시에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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