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적자규모가 상장 걸림돌
현 상태로 가면 증시 ‘개미무덤’우려

김슬아 대표 “흑자전환 식은죽 먹기”
물류 혁신으로 재고문제 해결 자신

화장품·가전·식당업에도 도전장
살롱 오픈, 고객과의 접점확대 추진

흑자 시점을 당기느냐 늦추느냐 하는 결정의 문제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컬리의 흑자 전환은 로켓 사이언스가 아니라는 얘기다. 비즈니스에서 로켓 사이언스란 아직 해결방법을 모르는 고난도 문제를 뜻한다. 한 마디로 김슬아 대표는 컬리를 흑자전환하는 방법을 이미 꿰뚫고 있다는 말이다.

컬리의 누적 적자는 5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컬리를 창업해서 신선 식품 배송 이커머스 플랫폼 마켓컬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누적돼온 적자다. 2018337억원이었던 연간 영업손실은 지난해인 2021년엔 2177억원까지 증가했다. 컬리의 적자는 증시 상장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컬리는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높은 영업적자가 문제가 됐다. 당초 컬리는 뉴욕증시 상장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 증시는 쿠팡한테 선수를 빼앗겼다. 덕분에 국내 증시에도 길이 열렸다. 한국거래소가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성장한 쿠팡이 나스닥도 아니고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게 자극이 됐다. 코스피도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어느 정도의 적자는 감수하더라도 상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컬리는 한국 증시 상장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실제로 20221월엔 쏘카가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정작 컬리의 적자가 유니콘이라고 봐 줄 정도의 규모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무엇보다 상장 이후에 적자를 줄일 구체적인 방책을 제시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자칫 코스피가 기존 투자자들의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한테 떠넘기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시가총액 7조원대 기대

컬리의 누적 적자는 5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컬리를 창업해서 신선 식품 배송 이커머스 플랫폼 마켓컬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누적돼온 적자다. 2018년 337억원이었던 연간 영업손실은 지난해인 2021년엔 2177억원까지 증가했다. 컬리의 적자는 증시 상장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컬리의 누적 적자는 5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컬리를 창업해서 신선 식품 배송 이커머스 플랫폼 마켓컬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누적돼온 적자다. 2018년 337억원이었던 연간 영업손실은 지난해인 2021년엔 2177억원까지 증가했다. 컬리의 적자는 증시 상장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뉴욕 증시에 성대하게 입성한 쿠팡도 공모가 35달러조차 수성하지 못하고 후퇴만 거듭했다. 상장 초기 100조원에 달했던 쿠팡의 시가총액은 38조원까지 쪼그라들어버린 상태다. 쿠팡은 2021년 매출 22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엔 무용했다. 영업 적자폭이 확대된 탓이다.

성장주에 관대한 뉴욕 증시의 쿠팡이 이렇다면 훨씬 보수적인 한국 증시에 상장될 컬리는 말할 것도 없다. 상장 이후에도 지금처럼 적자폭이 우상향으로 커지면 컬리는 증시의 개미무덤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김슬아 컬리 대표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흑자 전환은 식은 죽 먹기라고 말한 셈이다.

컬리는 지난 328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3개월 정도 늦어진 일정이었다. 상장예비심사에는 보통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투자설명회 등을 거치려면 기업공개까지는 최소한 4개월 이상 걸린다고 봐야 한다.

컬리의 IPO 일정은 이르면 7월 정도에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JP모건과 NH투자증권이다. 관건은 밸류에이션이다. 컬리는 시가총액 7조원대를 기대한다. 202112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쿼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프리IPO4조원의 밸류에이션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막차를 탄 앵쿼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한 기존 투자자들이 이익을 내려면 최소한 7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뜻이 된다.

기업가치는 상장심사과정에서 20%에서 30% 가량 할인되기 마련이다. 시가총액 5조원 그리고 공모가는 10만원 안팎에서 밸류에이션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단 말이다.

그러자면 적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왜 적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거나 아니면 향후 적자를 해소할 방도를 상쾌하게 설명해줘야만 한다. 시장에선 컬리의 적자가 만성화됐다고 본다는 게 문제다. 컬리의 주력 사업은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다.

신선 식품을 새벽 시간에 배송하려면 풀콜드체인 물류망이 필요하다. 일반 제품 배송보다 당연히 물류 비용이 많이 든다. 컬리와 같은 스타트업이 뛰어들기엔 만만치 않은 비즈니스다. 마켓컬리를 보고 신선 식품 배송에 뛰어들었던 롯데온조차 최근 백기를 들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신선 식품은 재고 관리가 어렵다. 신선 식품은 하루만 지나도 더 이상 신선 식품이 아니다. 냉장보관을 잘못 해서가 아니다. 산지 생산 일자가 표기되기 때문이다. 하루만 지나도 시장에선 신선하다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컬리는 산지 직송 신선 식품이라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해왔다. 조금 비싸도 나와 가족에게 더 좋은 먹거리를 먹게 하고 싶어하는 여성 고객층을 팬덤으로 확보했다. 컬리의 소비자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컬리가 며칠 지난 야채를 신선하다고 판매하면 당장 컬리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그래서 컬리는 판매가 안 된 신선 식품을 폐기처분해왔다. 애널리스트들은 높은 식품 폐기율이 컬리의 적자 원인으로 분석해왔다.

“0.5% 미만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최근 밝힌 마켓컬리의 식품 폐기율이다. 시장의 분석을 뛰어넘는 낮은 식품 폐기율이다. 김슬아 대표는 마켓컬리의 낮은 식품 폐기율은 자체 개발한 신선 식품 물류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컬리는 온라인 주문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각 지역별 상품 판매를 예측한다.

인근 물류 센터에 미리 제품을 가져다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새벽 배송을 한다. 데이터 예측이 낮은 식품 폐기율의 이유란 뜻이다. 컬리는 당신이 오늘 아침에 우유와 계란과 과일을 주문할지를 어제 밤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리테일테크기업으로 탈바꿈

실제로 컬리는 신선 식품 배송 자회사인 넥스트마일을 고도화하고 있다. 넥스트마일은 얼마 전까진 프레시솔루션이라고 불리던 회사다. 지금은 컬리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부문이 됐다.

최근엔 넥스트마일의 수장으로 송승환 대표를 선임했다. 송승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에서 14년 동안 일하면서 스마일배송을 안정시킨 주역이다.

오픈 마켓인 이베이코리아는 배송대행서비스인 스마일배송 덕분에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목표는 마켓컬리 새벽배송의 전국 확대와 당일 배송 강화다.

현재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은 수도권과 충청권과 대구와 부산과 울산에서 이뤄지고 있다. 과거 서울 그것도 강남 등 특정 지역에만 집중됐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비용도 많이 드는 길이다.

컬리는 2021년 새벽 배송 관련 운반비용으로만 274억원을 썼다. 2020120억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식품 폐기율은 시장의 분석보다 낮았지만 물류 투자비는 시장의 예상만큼 높았다. 송승환 대표 체제에서 배송 지역을 확대해나간다면 물류 관련 비용은 더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신 컬리는 마켓컬리 서비스를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하면서 재고 회전율도 가장 빠르고 재고 폐기율은 가장 낮은 물류 시스템으로 계속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컬리는 이렇게 개발한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도 뛰어들 작정이다. 김슬아 대표는 컬리는 리테일 테크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신선 식품 배송 기업이 아니라 물류 시스템을 혁신해나가는 기업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파생되는 비즈니스가 물류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파는 SaaS 사업이다. 소프트웨어 애스 어 서비스 기업으로서 컬리의 물류 노하우 자체를 국내외 기업들에게 B2B로 팔겠다는 뜻이다.

지금 전세계 오프라인 식료품 업체들은 온라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물류센터를 자동화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수다. 한국의 신선 식품 배송 온라인화를 이끌고 있는 국내 냉장 물류 1위 컬리의 노하우는 확실히 도움이 되고 돈이 된다. 영국의 온라인 이커머스 신선 식품 플랫폼인 오카도 역시 SaaS에 뛰어들었다. 야채를 파는 게 아니라 야채를 파는 법을 파는 야채 가게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비식품 판매로도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마켓컬리 브랜드를 믿고 사는 고객들에게 각장 프리미어 제품들을 팔아보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올리브영이 꽉 쥐고 있는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전과 캠핑용품과 호텔숙박권 판매도 시작했다. 현재 마켓컬리의 비식품 매출 비중은 25%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급식업과 식당업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마켓컬리에서 팔다 남은 신선 식품을 컬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활용한다는 계산이다.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20222월엔 여성 교육 서비스 스타트업인 헤이조이스를 운영하는 플래너리를 인수했다. 헤이조이스의 멤버는 컬리의 고객층과 비교적 겹친다. 여기에 최근엔 초록마을 인수에도 도전했다. 초록마을은 대상그룹이 소유한 오프라인 유기농 매장이다. 전국에 47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 1927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초록마을 인수가는 1000억원 정도였다. 적자폭이 큰 컬리가 달려들긴 쉽진 않았다.

그런데도 컬리가 초록마을에 눈독을 들인 건 오프라인 매장을 일종의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이용할 수 있고 신선 식품을 현장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전략을 신선식품에 접목하려고 했던 셈이다. 초록마을한테도 약점은 있었다. 전체 오프라인 점포 가운데 80%가 가맹점이었기 때문이다.

초록마을의 경쟁사인 오아시스마켓은 전국 50개 점포를 100%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결국 초록마을은 컬리 대신 정육각으로 넘어갔다. 정육각은 신선 축산물 유통 플랫폼이다. 여기에 컬리는 성수동에 컬리 살롱 공간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컬리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먹튀인가 머니게임인가

이렇게 7월 상장을 앞두고 컬리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당장은 상장 예비심사 통과가 목표지만 상장 이후에도 컬리의 주가 가치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장만이 목표라면 또 다른 IPO 먹튀에 불과해진다. 세상을 더 신선하게 바꾸려고 했던 게 아니라 시장의 머니게임에 불과했던 셈이다.

김슬아 대표의 컬리 지분은 2020년 말 기준 6.67%. 이후 프리IPO를 하면서 5% 정도로 낮아진 걸로 추정된다. 이것만 해도 3000억원 수준이다. 김슬아 대표는 상장 이후에도 3년 동안 본인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상장 이후 컬리의 적자를 해결하고 컬리를 물류 테크 기업으로 진화시켜야만 김슬아 대표도 대박이 난다.

안 그러면 자칫 컬리는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컬리라는 브랜드를 두고 경영권 전쟁으로 주가를 높이려는 세력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3년 간 보호예수기간을 두는 경영권 방어책을 마련했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미 시장에 공개돼버린 컬리는 언제든 불안해질 수 있다.

국내 신선 식품 배송 시장의 규모는 2021년 기준 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신선 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20% 정도다. 다른 이커머스 분야는 50%를 넘어섰다. 이중 컬리의 연간 거래액은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신선 식품 배송 시장의 잠재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얘기다. 헬로네이처까지 백기를 들면서 신선 식품 배송 전쟁은 컬리와 쿠팡과 쓱의 3자 구도가 됐다. 신세계의 쓱닷컴 역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컬리는 국내 증시에 상장되는 1호 이커머스다.

다만 타이밍은 다소 늦었다. 금리가 오르면서 국내외 자금들이 증시로부터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컬리는 유동성 파티가 끝났는데 뒤늦게 파티장에 도착한 야채가게 사장님 같은 입장이다. 파티에 입장하려고 부랴부랴 화장품도 사고 시계도 사고 식당 예약에 호텔 예약까지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사업도 늘리고 적자 다이어트도 하고 있다. 야채가게 사장님의 애프터 파티는 이제부터다.

 

- 신기주 북저널리즘 콘텐츠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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