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향상됨에 따라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역할이 사업을 잘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경·안전·인권 등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길 요구한다. 높아지는 국격에 맞게 기업도 변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 앞서 고려해야할 것은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개선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강화되고 있는 각종 환경규제에 이어 이제는 ESG 경영요구까지 중소기업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는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본시장에서 발단한 개념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ESG가 우리나라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하며 우리 정부는 부처마다 일시에 ‘ESG 확산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 산업부와 중기부에서 별도로 중소기업 ESG 가이드를 마련하고 있고, 환경부는 기업의 환경성과를 평가한 결과를 금융기관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기재부는 공공조달 전반에 ESG 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처럼 발 빠른조치에 중소기업은 미처 민간시장에서 ESG 경영의 필요성을 직접 체감할 새도 없이 정부주도의 ‘ESG 정책을 먼저 맞이하게 됐다. 특히 공공조달 시장의 ESG 평가 도입은 정부가 구매자로서 기업에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확산하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조달실적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달시장에 사회적 가치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정부의 이상과 중소기업의 경영현실은 괴리가 크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공조달 참여 중소기업의 76.7%ESG 경영에 준비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조달시장 내 ESG 평가 도입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응답이 33.1%를 차지했다. 조달 참여 중소기업의 다수가 소규모 내수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는 정부가 민간보다 빨리 ESG 경영을 요구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소기업이 ESG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담인력을 지정해야하고, 환경·산업안전 시설을 설치·교체해야하는 등 비용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ESG 지원정책은 대부분 교육·컨설팅 등 간접지원에 그쳐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도움 정도는 매우 제한적이다. ‘선의를 가진 정책일지라도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기업인들은 규제로 느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ESG경영을 할 수 있는경영환경을 마련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온실가스 저감, 근로자 안전, 폐수·폐기물 처리 시설 도입·교체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업종별 협동조합을 활용해 공통개선사항을 발굴·유형화하고 이를 시설지원 사업 등 정부사업과 연계한다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정책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확산은 기업의 충분한 공감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어릴 적 배운 해님과 바람 우화에서도 알 수 있듯 거센 바람과도 같은 규제는 기업인들의 거부감만 높일 뿐, 결국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는 규제는 최소화하고 지원은 확대해 중소기업이 진정 호응할 수 있는 ESG 정책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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