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논란에 제도 개선
중기부·조달청, 자체기준 정립
관급 담합시 ‘적극 고발’로 선회

김태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태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중국 진나라 말기에 유방과 천하를 두고 다퉜던 항우는 진나라를 격퇴하고 아방궁을 불지른 다음 고향에 돌아가려 했다. 그 때 수하의 장수 하나가 진나라 땅은 사방이 험한 산으로 막혀 있고 땅이 기름져 여기에 도읍을 정하면 천하를 잡을 수 있습니다라며 잔류를 권했다. 항우는 이미 불에 타 폐허가 된 진나라가 싫기도 하고 고향에 돌아가 자신의 승전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부귀를 갖고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 누가 알아 줄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 말은 사기(史記)의 항우본기에서 의수야행(衣繡夜行)이라 쓰였지만 후에 금의야행이 됐고 자기가 아무리 잘해도 남이 알아주지 못한다는 의미로 회자됐다.

금의야행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자신의 취임사에서 되새김을 당부했던 고사성어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흔히 경제검찰로 불리며 기업의 경제범죄에 관한 강력한 사정권한을 행사해 왔지만 내놓은 결과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을 때에는 기업의 비난과 특혜 시비를 받을 때가 많다. 그래서 공정위를 외딴 섬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금의야행은 공정위 업무의 속성을 잘 표현하는 말로 쓰인 것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129조는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관한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규정, 명시하고 있다.

본래 고발이란 고소권자 또는 범인 이외의 제3자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해 범인의 형사처벌을 구하는 것으로 누구나 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고발이 없더라도 공소를 제기하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이 부여한 전속고발권으로 인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자진신고를 유도하고 실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기소권 행사가 공정위의 고발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특혜 시비와 함께 검찰의 기소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처럼 전속고발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는 2013422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종전의 검찰총장에서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확대하고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더라도 이들 기관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총장에게 고발을 해야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하게 된다.

논란 끝에 마련된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처음부터 제대로 활용된 것은 아니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는 고발 전담조직을 꾸려 중소기업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고, 감사원과 조달청 역시 권한이 생긴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지만, 법 개정 이후 2019년까지의 조달청 의무고발요청 건수가 단 7건에 그칠 정도로 실상은 다르게 운용됐다.

제도 활용에 소극적이라는 국회의 지적이 이어지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조달청은 의무고발요청에 관한 자체기준을 만들고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관급 담합, 하도급 위반 등 공공조달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고발 요청을 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 조사단계에서 자진신고와 적극적인 소명을 통해 형사고발을 면제받더라도 중소벤처기업부나 조달청의 재심사를 통해 형사고발로 이어지는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속고발권과 의무고발요청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찬반론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법무부와 공정위가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중대 담합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전속고발권 폐지안을 합의하고 법 개정 작업을 추진했지만, 검찰개혁 문제와 맞물리면서 잠시 없었던 일이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도의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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