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술가 800여명 빅데이터 축적
점술과 온라인 코딩 플랫폼 접목
소비자와의 정보 비대칭성 해소

2020년 출시, 1년만에 17만 가입
올해 안 회원 168만명 확보 겨냥
“점술은 문화… 심리상담 역 톡톡”

MZ세대에 사주·타로점은 놀이
운칠기삼 등 스타트업 성장가도
점술혁신은 행복지수 상승 열쇠

천명을 들으려면 진인사해야만 한다. 하늘의 뜻을 알려면 인간의 노력부터 들여야 한다. 점술 스타트업 천명의 창업자들이 그렇게 했다. 천명은 점술 전문가와 고객을 연결하는 O2O 플랫폼이다.

고려대학교 재학생이었던 유현재 대표는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듣고 천명을 느꼈다. 점과 점을 연결하는 것이 기술의 미래이자 창업의 방법이라는 유명한 커넥팅더닷스(Connecting the dots) 연설이었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처럼 점조직처럼 흩어져 있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 시장이 어디에 있을까 고민했다. 점과 점을 연결하려다 보니 운명처럼 점술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점술 시장에 관해선 아무것도 몰랐지만 시장조사부터 시작했다.

국내 점술 시장 크기는 적게는 2조원에서 크게는 4조원 정도로 추산됐다. 워낙 음성화된 부분이 큰 시장이다보니 정확한 통계는 없었다. 그래서 발로 뛰어야만 했다. 생각보다 드넓고 성장 잠재력도 큰 시장이었다.

유현재 대표는 공동창업자부터 찾았다. 천명처럼 같은 대학교 출신인 전재현 공동대표를 만났다. 개발자들부터 찾아야만 했다. 멋쟁이 사자처럼을 찾았다. 라이크 라이언(LIKE LION)은 개발자 교육을 담당하는 글로벌 온라인 코딩 교육 플랫폼이다. 천명과 같은 O2O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훌륭한 개발 인력 확보가 필수다. 점술인과 소비자를 매끄럽게 매칭하고 과금하는 기술력이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멋쟁이 사자들이 서식하는 세렝게티 평원이 최적이었다. 세렝게티는 멋쟁이 사자가 운영하는 강남 테헤란로의 교육장이다. 유현재 공동대표와 전재현 공동대표에 권중훈 개발총괄까지 합류했다. 그렇게 천명의 창업자들은 천명을 운명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한달 이용자 40만명 돌파

천명은 20201월 서비스를 출시했다. 2021년 연간 거래액 52억원을 달성했다. 회원수는 17만명을 넘어섰다. 월 이용자는 40만명에 달한다. 천명은 분기별 거의 2배씩 성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J커브를 그리고 있다.

천명은 양질의 점술 전문가 확보에서 해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쉽게 말해 용한 점술인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원래 점술 시장은 용하다는 입소문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용하다는 입소문을 막상 소비자 입장에선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점술가와 소비자 사이에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용하다는 말만 믿고 점술비를 냈다가 자칫 불만족스러운 경험만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 커스터머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적 같은 비싼 물건을 강매당하기도 한다. 천명 창업팀은 점술 시장 이곳저곳을 발로 뛰면서 점술 시장 혁신의 핵심은 매칭력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용한 점술인과 소비자라는 점과 점을 제대로 연결해주는 기술력에 성공의 열쇠가 있었다. 그것이 천명의 해자였다.

천명에서 중시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점술 선생님 확보수다. 용하다는 선생님을 확보해서 만족스러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고객 확보의 열쇠라고 보기 때문이다. 20224월까지 천명이 확보한 누적 점술 전문가는 800명이 넘는다. 모두가 용한 선생님들만 엄선했다.

천명은 직접 점술가를 인터뷰해서 제휴 제안을 한다. 소비자들도 미리 보내서 점술 서비스에 대한 평가도 받는다. 미슐랭 가이드처럼 블라인드 소비자 평가를 하는 셈이다. 용하다는 정성적 평가를 핵심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하는 정량적 평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일단 거르고 엄선한 점술가 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매칭 서비스를 한다. 이때 기술이 들어간다. 우선 점술 고객이 원하는 질문을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궁금한 게 애정운인지 사업운인지 직장운인지 구분한다. 애정운도 결혼하고 싶은지 헤어지고 싶은지 세분한다. 사업운도 창업하고 싶은지 동업하고 싶은지 세분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미래의 운은 사람과 돈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항목별 분류가 가능해진다. 천명은 2022년까지 회원수 168만명 확보가 목표다. 2021년에 확보한 회원수 17만명의 10배다.

이렇게 스케일업이 되면 천명에는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미래에 관한 질문들의 빅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천명에는 엄선한 점술 전문가의 빅데이터도 있다.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운세에 용한지 구분할 수 있는 데이터다. 천명은 이렇게 양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소비자의 나이와 성별과 점술인과의 거리를 기반으로 서로를 연결해준다. 천명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고객수가 증가하고 서비스 매칭 기록이 늘어날수록 더욱 똑똑해진다. 머신러닝의 파괴력이다.

결국에는 천명은 용한 점술인을 더욱 용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원하는 질문에 필요한 대답을 해줄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점술가 순위 실시간 공개

천명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대면 상담과 비대면 상담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점술 방법인 신점과 사주와 타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점술 전문가의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상위권에서 직접 고를 수도 있다. 전화상담의 경우엔 소비자의 전화번호는 공개되지 않는다. 원하면 상담내용이 자동녹음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음성상담을 텍스트 변환까지 해준다.

마침 이런 서비스 구성은 코로나 판데믹과 잘 맞아떨어졌다. 코로나는 점술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간 밀접접촉을 피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전환이 필요한 점술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점술 상담을 터부시하는 분위기도 있다. 타로나 사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점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도 있다. 천명은 비대면 전화 상담으로 신점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문지방을 낮췄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은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갖게 만들었다. 사실 점술은 혹세무민한다는 나쁜 이미지도 있다. 굿판을 벌인다는 표현엔 늘 좋지 않은 어감이 있다.

천명의 유현재 대표는 점술은 현대인의 불안감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 속에서 심리적 안정을 줬던 의미 있는 문화라고 설명한다.

점술을 문화의 하나이자 심리상담의 역할로 재정의하면 시장은 양성화되고 커질 수 있다. 해외 점술 시장이 그렇다. 한국의 점술 시장은 현재 2조원 정도지만 일본은 10조원 가까이까지 커진 상태다. 인도는 수십조원 규모로 본다. 일본의 경우엔 점술 스타트업 자팔라스가 도쿄 증시에 상장까지 됐다. 2021년 매출만 40억엔에 달한다. 우리돈으로 385억원이다.

국내에서도 천명 이외에도 운칠기삼 같은 점술 스타트업이 선발주자로 나선 상태다. 운칠기삼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거친 기획자와 개발자들인 심경진과 김상현 공동창업자가 만든 회사다.

운칠기삼은 사주에 집중한다. 생년월일을 분석하면 2000만개가 넘는 사주 조합을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분석한다. 2020년엔 일본어 버전을 출시했다. 20219월엔 영어 버전이 나왔다.

이미 이용자가 140만명이 넘었다. 천명이 O2O 플랫폼이라면 운칠기삼은 사주AI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 운세앱인 점신도 있다. 누적 다운로드만 1200만건이 넘는다. 오늘의 운세나 시간대별 운세를 제공한다. 젊은 여성층 소비자를 타겟으로 패션뷰티 사업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2030 MZ세대한텐 점술은 재미다. 친구들과 타로점을 보러가는게 놀이다. 과거에 비해 점술에 대한 허들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얘기다.

특히 타로점은 신점이나 사주에 비해 그날그날의 개별 운세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MZ세대한테 인기가 높다. 신문에 실리는 오늘의 운세와 비슷하다. 미국에서 젊은 MZ세대들한테 별자리 운세가 인기가 높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점술 스타트업인 코스타는 나사의 실시간 별자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점성술 앱을 개발했다. 미국의 18세에서 25세 사이 여성의 4분의 1이 다운로드했다. 26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힌두교 기반의 역술앱인 앱스 포 바랏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사인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벤처캐피털서 50억 투자유치

천명도 알토스벤처스로부터 5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알토스벤처스는 배달의 민족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 벤처캐피털이다.

천명은 점술 시장의 배달의 민족이 되는 게 목표다. 2022년 목표는 거래액은 315억원에 점술 전문가는 2500명에 회원수는 170만명까지 늘리는 것이다. 거래액만 따져도 2021년에 비해 6배 성장이다. 시장점유율 역시 2% 확보가 목표다.

천명엔 이미 월 수익 500만원 이상인 점술 전문가도 등장했다. 이런 입소문이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면 용하다는 점술가들이 더 모여들 수밖에 없다. 결국 천명이라는 플랫폼이 더 용해진다.

점술 시장은 정보비대칭성이 커서 레몬시장화돼 있었다. 레몬시장 답게 부르는 게 값이라 비용 역시 중구난방이었다. 천명은 합리적인 비용을 바탕으로 건강한 점술 시장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면 미개발된 만큼 합리화만 된다면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게 매력이다. 건강한 점술 시장을 통해 고민 없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비전이다.

무엇보다 점술 시장 혁신이 모두의 행복 지수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게 키포인트다. 배달의 민족이 음식을 통해 모두의 행복을 상승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소비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비즈니스가 성공한다. 배달의 민족은 우리가 배달의 민족이라고 외쳤다. 천명은 우리가 점술의 민족이라고 외친다. 언제나, 미래가 돈이 된다.

 

- 신기주 북저널리즘 콘텐츠총괄이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