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벤처·스타트업 국정과제 발표
김기문 회장 “계류법안 조속 처리해야 혁신창업 급물살”
‘스톡옵션’비과세 2억원까지 올려 인재·투자·유치 추진
민간이 산업기술 R&D 투자 주도해 우수과제 집중 지원
네이버·카카오와 전문인력 공동 양성… 벤처 ‘판’ 확대

고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시스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시스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석열 새 정부가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비상장 기업의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비과세 한도도 상향 조정한다. 그동안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계가 요구한 벤처정책 과제가 적극 반영되는 분위기다.

고산 인수위 경제2분과 위원은 지난 4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이와 같은 벤처·스타트업 분야 국정과제를 밝혔다.

복수의결권제는 상장 전까지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최대 10)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창업자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다. 지난 20048월 복수의결권제를 통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도 15년 이상 도입 논의가 이어진 중소기업계의 숙원 과제였다.

복수의결권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도입에 급물살을 탔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2월 총선 2호 공약으로 복수의결권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공약이었던 복수의결권 관련 법안(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은 여전히 국회 본회의 문턱은 커녕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복수의결권 벤처정책이 추진력을 잃은 이유가 있다. 그간 일부 국회의원들이 창업주의 의결권을 주당 10개까지 허용하게 되면 소액주주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하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에 더 큰 방해물도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었다. 지난 2년 코로나 여파로 자산시장이 과열되면서 소액 개미투자자의 보호가 정책 결정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대선 과정에서 당시 여야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자신들의 대선 공약에 소액주주 권익 보호 정책을 담으면서 복수의결권제 도입이 지지부진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정부안이 제출된 지 약 1년만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관련 입법은 법사위로 넘어간 상태다.

 

중소기업계 강력요청 결실

국회에 계류 중인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의 조속 처리를 촉구한 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29일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복수의결권제 도입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어 중기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기 10일 국회에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본 법안이 시행되면 창업자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고 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받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대표 경제단체인 중기중앙회가 벤처기업·스타트업의 복수의결권 이슈를 제기한 것은 그만큼 중소기업계 전반에 미치는 주요 화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기문 회장은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벤처기업들이 경영권 상실에 대한 걱정 없이 기술개발과 영업에 몰두해 신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국에서는 창업자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다며 조속한 처리로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들이 복수의결권제가 최대주주 편법 승계와 소액주주 이익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김기문 회장은 법사위에서 법안이 막히니 여당에서는 복수의결권 도입이 중소기업계 전체 의견이 아닌 것 아니냐는 얘기가 일부 나오는데, 복수의결권은 중소기업계 전체 의견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만큼 이번 인수위의 복수의결권제 도입 방침은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요청에 결실을 맺는 첫 단추라는 평가다.

 

벤처 인재 유인책은 스톡옵션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비과세 한도를 상향 조정한다는 인수위의 방침 역시 중소기업계의 염원이 담긴 국정과제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수량의 자기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 가치 상승으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직원의 충성심과 사기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스톡옵션 제도는 비과세를 연간 3000만원으로 제한해 3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큰 부담이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2020년 국회 입성 후 첫 1호 법안의 발의로 비과세 한도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 이영 장관 후보자의 법안 발의 내용에 따라 비과세 한도가 2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초기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유인책으로 스톡옵션 제도 밖에 없다앞으로 스타트업의 스톡옵션 행사에 특별한 세법 조항을 만들어 개선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 국내외 벤처캐피탈(VC )자본은 물론 능력 있는 인재들이 한국의 벤처업계에 몰려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고산 인수위 경제2분과 위원은 지난 426벤처·스타트업 분야 국정과제를 통해 산업기술 R&D 투자 효율성에 대한 지적을 개선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핵심 정책과제를 보면, 우선 현장의 해법을 잘 아는 민간이 R&D 기획부터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R&D 기획시스템을 보강한다.

또한 민간의 권위자들이 고난이도 R&D 과제 심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우대제도 등을 검토한다. 또한 R&D 선정평가에 민간 벤처캐피탈(VC)이 직접 참여해 시장성을 평가하고, 민간 투자가 예정된 우수한 과제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수위는 NHN, 카카오 등 기업과 SW 엔지니어·데이터 엔지니어 등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10만명의 디지털 인력을 육성해 중소·벤처기업의 SW 인력난을 완화할 방안이다.


복수의결권 :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일 때 창업주에게 주당 최대 10배의 의결권을 허용하는 제도다. 초기 창업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을 빼앗길 걱정 없이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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