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형태로 간접영향 예상
인권·환경 점검절차 마련해야
정부 지원정책 적극활용 필요

문두철- 한국중소기업학회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문두철- 한국중소기업학회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올해 들어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와 관련된 여러 지침·규정·기준이 공개되고 있다. 22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을 오랜 논의 끝에 발표했다.

321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강화된 표준안을 제안했고, 331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ESG 공시를 위한 최초 기준서인 일반 공시 원칙(IFRS S1)과 기후 관련 공시(IFRS S2)의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SEC 규제안과 ISSB 공개초안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최종안이 확정될 계획이다.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을 살펴보면 우리 수출기업에 대해 우려되는 바가 매우 높다. 지침안의 내용은 기업이 자사, 자회사, 가치사슬(value chain)에 속해 있는 협력업체의 경영활동에 따른 인권 및 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예방, 방지, 완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적용 대상 역외 기업은 EU 내 연간 순매출액이 1.5억유로(2020억원)를 초과하는 대기업, 그리고 EU 내 연간 순매출액이 4000만유로(540억원)를 초과하고 순매출액의 50% 이상이 고위험 섹터에서 발생한 중견기업이다.

지침안은 인권 및 환경에 대한 실사 의무 준수를 위해 구체적인 실사정책을 마련하고 실질적·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식별, 예방, 완화, 제거,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협력업체에 대해서 행동강령, 예방조치 등에 대한 실사 준수 계약을 요구하고 만약 협력업체가 경영활동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킬 수 없을 경우에는 거래관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거래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불만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고충처리절차를 마련하고 실사정책의 효과성에 대해 최소 12개월마다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며 기업의 홈페이지에 실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한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의 유럽 국가들은 이미 지침안과 유사한 공급망 실사법을 제정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중소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침안의 적용 대상이 제한되면서 중소기업은 직접적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적용 대상 국내·외 기업과 거래하는 경우 협력업체 형태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중소기업은 자사의 경영활동이 초래하는 인권 및 환경에 대한 영향을 식별하고 평가할 수 있는 내부점검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침안의 별첨(annex)에 제시돼 있는 근로자 착취, 온실가스 배출 등 인권 및 환경 침해 항목들을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진은 경영 의사결정이 인권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의사결정시에 고려하고 부정적인 영향 발생 시에 이를 제거, 완화,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및 실행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침안에서 EU 회원국은 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중소기업에 대해 개별 또는 공동 웹사이트 및 플랫폼 운영, 재정 지원 등을 실시할 수 있고 적용 대상 기업에게도 거래관계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필요시 투자, 자금지원 등을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3월말부터 글로벌 기업의 중소·중견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모의평가 및 공급망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공급망 실사 대응의 시급성이 높은 중소기업은 이러한 정부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기업 자율의 영역에 있던 인권 및 환경 개선이 규제의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선제적 준비를 통해 변화를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작할 때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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