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전성시대 ‘선두앱’자리매김
명함 DB 3억개 확보, 솔루션 제공

헤드헌터 못잖은 인재풀 입소문
비밀유지 ‘리멤버 커뮤니티’운영

회사 직책별 맞춤형 광고도 개시
‘비즈니스 분야의 카카오’정조준

대이직의 시대다. 이미 구직자도 재직자도 지금 직장이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젠 채용자도 대기업도 신입 직원을 공채해서 면접해서 뽑아서 키워서 현장에 투입하는 투자를 부담스러워한다. 기업은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인재를 원한다. 개인은 노동시간을 최대임금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기업을 찾거나 평균임금을 보장 받는 대신 최소 노동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한다. 쉽게 말해 돈을 무진장 많이 주거나 워라밸을 확실히 보장해주는 기업이 아니면 곧바로 퇴사각이란 말이다.

채용 시장 생태계가 바뀌면서 이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부지런한 직장인은 한 손에는 결제서류를 다른 손에는 이력서를 쥐고 일을 한다. 물론 한 손이 하는 일을 다른 손이 모르게 하는 건 기본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대이직의 시대를 가속화시켰다. 이른바 대퇴사의 시대다. 특히 미국 시장에선 2021년에만 430만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미국 국가 노동력의 2.9%.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언론은 이걸 일터로부터의 전방위적 탈출이라고 불렀다. 일의 본질에 대한 실존적 고민이 원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팬데믹은 노동의 가치와 출퇴근의 무용성과 개인적 평안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고 설명했다.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지 않는 직장에선 단 하루도 더 있지 않겠다는 결심이 팽배해진 세상이 됐다는 얘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이직자수는 928984명에 달한다. 100만명 가까운 직장인이 직장을 바꿨다는 뜻이다.

 

리멤버는 한 번에 수천수만장의 직장인 경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데이터는 디지털 미래의 원유라는 걸 리멤버는 리멤버하고 있었다.

명함입력 대행서비스로 출발

리멤버는 커져만 가는 이직 시장의 선두 주자다. 리멤버는 원래 2014년 무료 명함 관리 서비스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과거엔 명함이 이직의 열쇠였다. 거래처에 돌렸던 명함이 뜻밖의 스카우트 제안으로 돌아올 때가 있었다.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명함을 정리하자니 명함집은 너무 불편했다. 명함 관리는 직장인들의 골칫거리였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서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명함의 정보 인식이 기대에 못 미쳤다. 처음에 리멤버는 이 시장을 노렸다. 자동화가 안 되면 수동화에 의존했다. 국회의원실과 기업영업팀과 언론사를 돌면서 사과박스에 명함을 받아다가 직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명함 정보를 입력했다.

이때만 해도 리멤버는 명함 정보를 대신 입력해주는 대행사로 유명했다. 정작 리멤버의 창업자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의 비전은 훨씬 원대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리멤버 서비스의 운영사다. 최재호 대표는 국내 직장인들의 인적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직장인DB를 바탕으로 직장인과 관련한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비즈니스 포털을 만든다는 게 진짜 비전이었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링크드인이 리멤버의 벤치마크였다.

다만 이제 막 창업한 최재호 대표한테 시작부터 링크드인 같은 직장인 SNS를 표방할만큼 마케팅비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직장인들의 페인 포인트부터 해결해주기 시작했다. 그게 명함 입력 대행 서비스였다. 대신 리멤버는 한 번에 수천수만장의 직장인 경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데이터는 디지털 미래의 원유라는 걸 리멤버는 리멤버하고 있었다.

 

인재 스카우트 서비스 출시

리멤버가 리멤버하고 있는 3억개 이상의 명함 DB는 대이직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마침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리멤버는 2019년 인재 스카우트 서비스 리멤버 커리어를 출시했다. 이직 수요가 있으면 관련 서비스가 번성하기 마련이다. 이직은 생각 이상으로 고난도 매칭 작업이다. 개인 입장에선 인력 시장에 자신을 내놓아야만 한다. 스포츠 선수로 비유하자면 FA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셈이다. 매장의 매대에 자신을 올려놓으려면 어디에 어떻게 드러낼지부터가 고민이 된다.

리멤버 커리어가 솔루션을 제공해줬다. 리멤버 커리어의 회원수는 20225월 현재 80만 명을 돌파했다. 대부분 10년 전후의 경력직들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다.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선 리멤버 커리어에 인재풀이 훌륭하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보통은 헤드헌터들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을까 말까한 인재들이었다. 기업들의 인재 채용 트렌드는 빌드(build)에서 바이(buy)에서 바로우(borrow)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수천명 씩 신입 사원을 공채하는 방식이었다. 이미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신입 사원 공채 제도 자체를 없애버렸다. 대신 필요에 따라 수시로 경력직을 뽑는 형태로 변했다. 빌드에서 바이로 바뀐 것이다. 인재를 키우기보단 사오는 것이다. 늘 인재를 찾아헤매는 인사담당자들한테 리멤버 커리어는 좋은 솔루션이었다. 이젠 바로우로 바뀌고 있다. 핵심 역량을 가진 인재의 능력만 빌려와서 지금 당장의 회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술 트렌드는 너무 빨리 변한다. 사람을 키워도 사람을 사와도 한 발씩 늦기 쉽다. 당장 필요한 역량을 빌려오는게 답일 수 있다. 리멤버 커리어는 실무형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인재풀이다. 최근의 채용 트렌드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말이다.

20225월 현재 리멤버 커리어의 경력직 누적 스카웃 제안은 200만건이 넘어섰다. 무려 200만건이 넘는 이직 제안이 오갔다는 얘기다. 이 중에서 이직이 성사된 매칭건수는 40만건이다. 스카우트 성사 확률이 20%에 달한다. 경력 5년차에서 9년차 사이의 스카우트가 가장 많은 건 사실이다. 전체의 34.2%. 15년차 이상 임원급의 스카우트도 못지 않다. 24.4%. 10년에서 14년차 역시 25.3%. 리멤버 커리어에선 전체 경력에 걸쳐 고르게 인재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리멤버 커리어엔 대기업 임원급의 프로필이 6000개 이상 등록돼 있다. 과장부장급 이상의 중간관리자도 60% 이상이다. 리멤버는 국내 이직 채용 시장의 규모를 5조원 이상으로 본다. 10년 차 전후로 평균 3회 정도 이상 이직이 이뤄지면서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향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직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개별주의와 비밀주의다. 신입 사원들은 게시판형 구직 시장을 선호한다. 눈치를 볼 현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개방형 잡보드 형태는 다수 채용에는 효과적이지만 핵심 인재를 타켓하기엔 부적절하다. 반면에 이직자들은 자신이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개별 접촉하길 원한다. 리멤버 커리어는 구직자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관계자는 개인 프로필을 열람할 수 없도록 차단한다. 원할 경우 다른 회사까지 차단하는 게 가능하다. 직장인 생태계의 디테일을 리멤버해서 내놓을 수 있는 서비스다.

20203월엔 리멤버 커뮤니티도 내놓았다.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자신과 다른 회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다. 역시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처럼 리멤버 커뮤니티에서도 이직자들은 관련 회사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회사 분위기나 연봉 수준 같은 속알맹이 정보는 커뮤니티에서 공유될 수밖에 없다. 프로필은 리멤버 커리어에 올려놓지만 리멤버 커뮤니티에선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 게 꼭 필요하다.

리멤버 커뮤니티는 직장인 지식인 같은 역할도 한다. 회사 선후배한테 묻기 어려운 업무상 고민을 리멤버 커뮤니티에서 나눌 수도 있다. 리멤버는 직장인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타켓형 서베이와 타겟형 광고에도 진출했다. 임원급 이상만 대상으로 한 상품 관련 서베이를 수행한다거나 대리급만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광고를 하는 식이다. 처음 명함을 대신 입력해주면서 가졌단 직장인 비즈니스 포털이라는 비전에 가까우진 셈이다.

최재호 대표가 리멤버 창업을 결심한 건 보스턴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해외 출장에서 링크드인을 접하면서였다. 링크드인은 전세계에서 77400만명이 이용하는 직장인 커리어 소셜 네트워크다. 미국 경제 활동 인구의 80%이상이 링크드인에 가입돼 있다. 미국 산업 생태계에서 링크드인은 구직과 이직 그리고 채용과 창업의 필수재다. 링크드인으로 창업 동지를 찾고 링크드인으로 인재를 채용한다. 링크드인은 특히 실리콘벨리 창업 생태계의 촉매제다. 비즈니스 인적 네트워크가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

 

이안손앤컴퍼니 인수

리멤버는 인재 채용의 트렌드가 빌드에서 바이로 다시 바로우도 바뀌는 흐름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이안손앤컴퍼니를 인수한 이유다. 신입 사원 채용에서 즉시 투입 인재로 변화한 채용 흐름은 다시 즉시 필요 능력을 빌려 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특정 분야에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는 고임금 프리랜서로 여러 기업에 동시에 능력만 채용되는 방식으로 일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일하는 엔지니어나 회계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안손앤컴퍼니는 시장조사나 벤치마킹이나 기업실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3만명 이상의 산업 전문가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리멤버는 인재를 바로우하려는 기업들의 니즈를 읽고 있다. 이안손앤컴퍼니의 전문가들을 기업들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리멤버는 네이버와 라인플러스가 지분의 80%를 갖고 있다. 누적 투자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2014년 이후 리멤버에 입력한 누적 명함의 숫자는 3억 장 이상이다. 지상에서 쌓아올리면 30킬로니터 이상이 되는 높이다. 경제뉴스레터인 리멤버 나우를 서비스했고 경력직 이직 서비스인 리멤버 커리어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리멤버 커뮤니티로 비즈니스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처음엔 일일이 손으로 입력했던 명함 정보는 문자인식기술이 고도화된 덕분에 95% 이상 정확하게 자동으로 입력된다. 명함 한 장에서 출발한 서비스는 이미 한국의 링크드인에 가까워졌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말한다. “카카오가 개인간 소셜네트워크를 장악한 것처럼 우리는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를 장악할 것이다.” 대이직의 시대는 리멤버의 시대다.

 

- 신기주 북저널리즘 콘텐츠총괄이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