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부작용 일파만파
모호한 규정 남발… 보완 시급
中企 CEO ‘잠재적 범죄자’신세

‘처벌 대신 기업자율 안전관리’
새 정부 공약 신속히 시행해야

중기중앙회, 면책 규정 재강조
설비 투자 등 정부 지원도 필요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계는 그동안 규제를 위한 규제까지 나오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각종 기업규제 정책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다.

대표적인 막무가내식 규제가 중대재해처벌법이었다. 지난 127일 시행된 이 처벌법은 기업 과실이든 근로자 과실이든 만에 하나 사망 사고가 날 경우 단 한 번의 산업재해로 경영자가 구속되는 무지막지한 처벌 만능주의식 규제다. 하지만 경제계가 우려했던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현재(127~428)까지 58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CEO 등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건은 21건이다.

문제는 법 시행 후에도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예방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15일까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36명으로 전년 동기(24) 대비 50% 급증했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6일로 시행 100일째를 맞았지만 당초 산업현장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수사 받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예방 효과는커녕 기업과 CEO만 범죄자로 전락시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안전·보건확보 의무 명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3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보겠다고 발표한 것은 어찌보면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에서 심화된 경직된 노동정책의 정상화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끊임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한 최저임금 급등, 52시간제 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윤석열 당선인과의 만남에서나 정부·국회 간담회 등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고용이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없는데 과도한 규제로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직된 노동정책의 유연화가 절실함을 역설해 왔다.

그 결실로 이번 윤석열 정부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대신 기업자율 안전 지원으로 전면 수정한다는 국정과제가 발표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계는 그동안 “규제를 위한 규제까지 나오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각종 기업규제 정책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계는 그동안 “규제를 위한 규제까지 나오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각종 기업규제 정책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대신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강조했다. 기업의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확산을 지원해 산업재해예방 강화와 실질적 사망사고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제계가 요구한 현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관련 법령 정비도 포함됐다.

인수위는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의 개정과 함께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명확화를 명시했다. 경영책임자 의무를 좁히는 쪽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의미다.

산재예방과 관련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동의 상생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확산 지원 산재예방 종합포털 구축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지원과 건강센터 확대 추진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업무상 재해 신속 결정을 위한 업무 절차 및 재해 인정기준 개선 등을 약속했다.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직간접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경제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적 검토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산재 예방 의지가 우수한 사업장에서조차 누가 어떤 의무를 어디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기업의 책임만 강조하면서 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예방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정부에서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법률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 부장도 건설업계는 초대형 업체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체들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제도적 유인책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 관리에 몰입,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국내 안전 관리 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는 쪽으로 작용 가능하다라고 언급했다.

 

中企, 중대재해법에 무방비

무엇보다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담긴 사업주 의무내용의 모호함에 대한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면서 신속한 입법보완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대기업은 그나마 법 대응이 신속하게 되겠지만, 중소기업은 거의 속절없이 폐업될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이 높기 때문이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수위는 높은 반면 의무내용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영상 부담이 매우 크다면서 실질적인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의무내용 명확화 등 입법보완과 더불어 안전설비 투자비용 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시행 100일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 중소기업계의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6일 발표했다.

대기업 대비 열악한 환경에 놓인 중소기업계는 실제로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전문인력이 있다는 응답은 31.9%에 그칠 정도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안전보건 전문인력이 있는 경우에도 다른 업무를 하는 직원이 겸직하는 경우가 44.8%에 달해 실질적인 의무준수 시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전문인력이 없는 경우도 23.2%에 달했다.

 

일단 걸리면 中企 도산 불보듯

중소기업계에서는 이 법이 단 한 번의 사망사고로 최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법인벌금(50억원 이하)과 영업중단 등 행정조치도 가능한 ‘4중 처벌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 99%가 오너이면서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 처리를 해야 할 대표자가 구속되면 그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입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조계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이 제정된 이후 규정이 모호해 걸면 걸리는 법이라고 지적해 왔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법을 살펴보면 처벌규정만 강화됐지, 근본적인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의무준수 같은 건 상당히 모호하다결국 걸면 걸리는 법이지만, 모호한 규정 탓에 유죄 입증이 어려워 수사 기간이 장기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압수수색과 사업장 작업 중지 명령 등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중소기업계의 피해는 일파만파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만약 수사가 진행되고 중소기업 대표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를 잘 입증하고 소명해 무죄가 나오더라도 이미 그 과정에서 기업은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법을 손질하려면 중소기업계 등 현장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윤석열 정부에서 면책 규정을 마련하고 모호한 규정을 재정비할 때도 예방적 차원에서 추진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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