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좌담] 협동조합 리더에게 듣는다

1962년 출범한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60개의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국내 1호 중소기업협동조합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었다. 조합의 전신인 대한자동차공업협회는 194621일 설립됐지만 19611227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되자 협회에서 협동조합으로 개편했다. 1962224일 협회 사무실에서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업계 대표 43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상공부 1호 인가 협동조합의 탄생이었다.

세계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시장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제조업 일색이던 협동조합들도 1980년대 들어 도소매·슈퍼마켓 등 유통업, 2000년대 콘텐츠, 2010년 이후 4차산업 등 시대 흐름에 맞는 신산업 협동조합들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20225월 현재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연합회 23, 전국조합 218, 지방조합 304, 사업조합 374, 중소기업단체 50개 등 총 969개에 이르고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동행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지난 60년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협동조합계 리더 5인과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창립 60주년이 협동조합계에 주는 의미는?

권혁홍 이사장=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역사는 중소기업이 주축이 된 산업발전의 역사다. 100불대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35000불로 성장해 온 과정 속에 중소기업의 피땀어린 노력이 중추적 역할을 했다.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99%, 종사자 수는 무려 1740만명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 창출과 국민경제에 이바지한 것도 중기중앙회와 협동조합의 자부심이다.

김신길 이사장=농기계조합은 산업화 초기부터 지난 60년간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회원사와 산업 구성원 모두의 공생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농기계산업은 조합을 구심점으로 회원사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 기계공업 불모지에서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했다. 산업 외형은 1970700억원에서 지난해 23000억원으로 30배 넘게 커졌고, 수출은 19901400만불에서 지난해 14억불로 100배 성장했다.

김강석 이사장=니트산업은 국민경제 발전 과정에서 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노동집약적·도시형 업종으로서 이제 조합은 조합원 중심에서 지역경제를 위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해 지역과 함께하는 조합이 됐다.

김화만 회장=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저성장과 양극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협동의 중요성을 강화하는 구심점으로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구자옥 회장=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의 자주·자립을 염원하는 중소기업인의 적극적 참여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업종 세분화에 따라 신설되는 조합이 지녀야할 기본자세는 자주·자립과 동종업계 간 상호 정보교류와 협력의 정신이다.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공동으로 사업을 펼칠 때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

 

협동조합계의 중요한 역사들은?

권혁홍 이사장=1961중소기업협동조합법제정을 꼽을 수 있다. 법 제정으로 업종별 단체의 조합 설립의 기반이 마련되고 정부 지원으로 조합원 생산품의 수출과 필요한 원부자재 수입대행사업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 중소기업자의 사회보장제도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공제기금의 설치를 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도산을 방지하고 공동 구매·판매 사업이 촉진될 수 있었다.

김신길 이사장=조합의 대표적 수입원이던 단체수의계약 제도2007년 폐지되면서 상당수의 조합들이 타격을 입었다.

김강석 이사장=조합은 1930년 경북메리야스공업조합으로 창설돼 메리야스업체들의 생산·판매를 돕기 시작해 섬유업계 최초로 대구·경북지역에 조합을 설립하면서 지역 섬유산업을 92년간 견인해왔다. 1962년 경북메리야스공업협동조합을 설립했으며 1967년 메리야스회관을 건립했고 2009년 현 위치로 이전했다.

김화만 회장=가구연합회는 3개 회원조합 79개 조합원사로 출범해 현재 11개 회원조합 600여개의 제조업체 중심의 연합회로 발전했다. 조합은 조합원사 지원을 위해 품질인증, 공동구매 등 공동사업과 국제교류, 국제가구전시회 개최 등 수출지원, 대정부 건의, 단체표준 제정, 공동브랜드 육성, 가구소식지 발간, 조합원 단체교육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구자옥 회장=산업화에 발맞춰 신기술 및 수입 대체품을 개발하는데 협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컸다. 2006년 말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로 조합의 역할이 축소돼 조합원사 판로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협동조합 세분화로 동종업종 간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 직접생산제도 실태조사에서 조합 역할 축소로 조합원 탈퇴가 우려된다.

 

협동조합계의 지난 60년 중요한 성과는?

권혁홍 이사장=1962년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설립을 시작으로 당시 117개였던 협동조합수가 지난해말 현재 총 921개로 크게 증가하며 협동조합을 통한 중소기업의 권익이 증진된 점과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등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법률이 제정돼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준 것을 들 수 있다.

김신길 이사장=외국인 근로자 공급으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줬고, 중소기업 공제나 PL공동보험(제조물배상책임보험) 지원 등 시대 흐름에 맞게 실질적인 기업지원업무를 개발·운영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해외판로 개척 및 수출 촉진을 위해 해외박람회 참가 지원 등을 추진해 세계화 토대를 구축했다.

김강석 이사장=원재료 공동구매와 생산제품 단체계약 추진 등 조합원을 위한 업무를 집중적으로 펼쳐왔으며 올해도 45억원의 원재료 공동구매를 계획 중에 있으며 정부 위탁사업 및 각종 조사와 연구개발, 맞춤형 인력양성, 경영지도사업을 통해 지역 니트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 조합원사가 지역의 동자문위원, 파출소방범위원 등으로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주위 경로당, 불우이웃 등을 돕는 지역사회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또한 조합 자체 건물과 사업활성화자금 20억원을 보유한 조합으로서 타 업계 및 조합의 운영에 귀감이 되고 있다.

김화만 회장=1962년 연합회 설립 후 가구제작용 흑박판 공급을 시작으로 1993년에 이르러 합판공동구매 사업을 실시하면서 공동구매사업은 현재 100억원 거래 규모로 성장했다. 1981년 개최한 전국우수가구전시회는 국내 대표 국제가구전시회로 성장했으며 1996년 단체표준승인 12개 품목으로 시작해 단체표준품질인증단체로 지정 받아 현재 48개 품목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1984<가구소식> 창간 및 2020년 재창간을 통해 정보 교류·전파의 역할을 도맡았다. 지속적인 대정부 건의를 통해 가구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성장을 위한 대표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구자옥 회장=기계산업이 전체 산업의 토대임을 깊이 인식한 조합과 조합원은 수입품에 의존하던 각종 생산시설과 기계장비의 국산화 및 대외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진력한 결과, 오늘날 대부분의 기계장비가 국산화됐으며 신기술 개발로 해외시장에서 선진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놀라운 발전을 거뒀다.

 

협동조합계의 지난 60년의 아쉬운 점들은?

권혁홍 이사장=정부가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도입한 단체수의계약제도가 1990년대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되다가 2007년 완전히 폐지된 것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으로 중소기업 경쟁력이 향상되는 계기도 됐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이런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상당수의 조합들이 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김신길 이사장=·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 및 상생협력을 위한 생태계 구축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또한 조합 간 업무협력을 통한 전략적 제휴와 시너지가 미흡한데, 이는 유사 업무·업종 조합 간 협력 증진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기연수원, 중소기업 DMC타워 준공, TV홈쇼핑(홈앤쇼핑) 등 중앙회 업무가 한층 확대됐으나 회원 조합의 실질적 혜택과 이용은 제한적이어서 활용 연계성을 높일 수 있었으면 한다.

김강석 이사장=조합이 구심점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선 과감한 권한 위임과 장기저리 정책자금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니트업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지금까지는 유휴 노동력(주부) 등을 활용했으나 단위당 생산성 및 경쟁력 약화로 젊은 인력으로 대체하고 싶어도 수급 여건이 맞지 않으므로 정부의 과감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업계로선 반드시 조합에 가입해야 그에 따른 이익이 수반된다는 인식 제고와 이를 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정책지원과 원재료 수급 창구 일원화, 국내 생필품 생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화만 회장=가구연합회는 연합회의 근간이 돼온 모든 사업들을 가치 있게 성장시키며 이어왔지만 신규 사업 창출이 미진했다는 점은 아쉽다. 사업을 지속해온 것은 중요한 성과이자 앞으로도 지켜가야 할 부분이나 급격한 시대 변화를 맞고 있는 지금, 혁신과 새로운 사업 창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구자옥 회장=창립 60주년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합을 제외하면 자립화가 미흡하다. 또한 정부가 조합을 통해 조합원을 지원하는 제도가 매우 적어 조합 역할이 축소되고 조합원의 공동사업 참여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대다수 조합이 단체수의계약제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신규 공동사업 발굴에 소극적 자세를 취해 왔기 때문에 제도 폐지 이후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조합 활성화 방안이 미미하고 오히려 조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합의 조직·역할은 산업 발전에 견줘 볼 때 답보상태 내지 축소되고 있다.

 

협동조합계 미래 발전방향 제언

권혁홍 이사장=중소기업은 국가경제 발전의 주축이다. 모든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출발한다. 변화된 시대에 부응하는 조합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조합원의 권익을 증진하고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조합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조합 또한 ESG 등 사회적 트렌드 변화를 선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정립해나갈 계획이다.

김신길 이사장=협동조합은 회원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저해되는 규제 혁파 및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 로드맵을 구축,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농기계 산업은 4차산업혁명 기술 융복합 고도화를 통해 국내 농업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고 글로벌화를 가속화해 산업경쟁력을 한층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강석 이사장=조합원사들이 세계 일등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환경 개선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영입·육성하고 품질·기술개발에 노력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는 등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조합이 지원해야 한다.

김화만 회장=가구산업도 전통적인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점차 IT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며 생산 시설 역시 스마트공장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조합은 단일 중소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주목해 공동의 혁신과 공유 가능한 플랫폼 확대를 통한 업종 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공동기술 개발 및 ESG경영 혁신, 지속가능한 산업 육성을 위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공동사업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는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전환과 혁신의 60주년에 더욱 자주 모이고 협업할 수 있길 기대한다.

구자옥 회장=협동조합 정신에 따라 조직화와 자립화 및 사업의 다양화 등을 계승·발전시키고 4차산업시대의 첨단정보 및 기술을 조합원에게 신속하게 제공하며 조합 임직원의 의식개혁과 조합원의 주인의식 고취를 통한 참여도 제고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개별 중소기업을 통한 지원을 조합을 통한 지원으로 전환해서 조합의 자립기반 마련에 기여하고 조합원은 사회적 책임과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 가업승계제도를 파격적으로 개선해 가업승계 및 장수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하며 중소기업이 희망을 갖고 대우받으며 국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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