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의 봄은 뒤늦게 찾아온다. 6월 중순은 돼야 완연한 봄기운이 퍼지는 알프스 산자락은 조금이라도 햇살을 더 받아보려 애쓰는 식물들의 다채로운 색으로 눈이 부시다. 조금 늦은 만큼 더욱 황홀한 풍경을 선사하는 봄의 알프스 들판은 어딜 걸어도 그야말로 인생 꽃길이다. 스위스 사람들은 이 자연이 움트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침 일찍 배낭을 꾸린다.

한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유모차까지 끌며 하이킹에 나선 가족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마침 52일부터 스위스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PCR 검사 및 코로나19 음성 증명서 제출 등의 입국 규정 또한 모두 해제했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 더 오래 만끽하고 싶은 봄을 찾아 스위스의 꽃길로 떠나보자.

알프스 꽃길어디에 눈길 주든 색채의 마법

스위스 베른
스위스 베른

스위스 베른·뮈렌 : 해발고도 1650m에 있는 뮈렌은 스위스 베른 주 베른 고지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다. 자동차 진입이 금지돼 있어 청정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뮈렌에서 퓨니큘러로 오를 수 있는 알멘드후벨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는데, 이 근처에서 꽃길이 시작된다.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하이킹 코스로, 웅장한 알프스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6월부터 9월까지 150종류가 넘는 알프스 야생화가 절정에 달한다. 알펜로즈와 에델바이스를 볼 수 있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새롭게 단장한 놀이터는 아이들의 천국이다. 대형 곤충과 대형 알프스 꽃과 식물이 마련돼 있어 사진 찍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비가 날아다니고, 마못 굴을 찾아볼 수 있고, 우유를 짜고 치즈를 만들어 볼 수 있는 놀이 공간도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프론알프슈톡
프론알프슈톡

프론알프슈톡 : 프론알프슈톡 산 발치에 자리한 해발고도 1300m 슈토스 마을에 오르면 같은 이름의 햇살 찬란한 고원이 펼쳐진다. 프론알프슈톡과 클링엔슈톡 봉우리를 잇는 능선 코스는 아름답고 클래식한 파노라마 코스로 소문이 자자하다. 열 개가 넘는 호수의 풍경과 중앙 스위스의 셀 수 없는 알프스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무엇보다 초록 들판 위를 장식한 파스텔 빛깔 들꽃의 향연이 감탄스럽다.

슈토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중앙 스위스의 알프스를 파노라마 뷰로 감상하며 후저슈톡 뒤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푸르그겔리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푸르그겔리에 있는 알프스 오두막에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면 슈비츠 칸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프론알프슈톡의 정상이다. 2시간 30분간의 황홀한 하이킹이 끝나면 다시 체어리프트를 타고 슈토스로 내려오면 된다.

리기산
리기산

리기산 : 리기산에는 다양한 하이킹 루트가 있지만, 리기-칼트바트에서 우르미베르크로 향하는 루트는 가장 인기가 높고 아름다운 코스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리기는 야생화의 천국이라 불리는 만큼, 처음 보는 알프스 야생화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리기-칼트바트를 출발해서 리기 샤이덱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먼 발치에 보이는 루체른 호수를 꼭 감상해야 한다. 브룬넨/우르미베르크 방향의 이정표가 나올 때까지 걷다보면 개털리에서 갈림길 하나가 나오는데, 절벽 바로 아래에 지어진 우르미베르크 케이블카로 가면 된다. 작은 공중 케이블카를 타고 루체른 호숫가의 브룬넨으로 향하며 우리 호수와 우리 알프스의 뛰어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엥겔베르크
엥겔베르크

엥겔베르크 : 북부 알프스를 관통하는 클래식 루트 14개 고갯길 중에서도 엥겔베르크 구간은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티틀리스 산 발치 아래 천사의 눈으로 불리는 트리브제 호수와 요흐 고개를 넘어 엥슈틀렌알프에 이르면 호수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자태의 호텔, 수천 송이의 알펜로즈가 어우러진 절경이 나타난다. 산들의 모습을 360°로 담아내는 호수는 아주 깊지 않은 데다 물이 차지 않아, 여름에 수영을 즐기기에도 알맞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면 호텔 엥슈틀렌알프(Hotel Engstlenalp)가 나오는데, 터키석 빛깔의 창문과 핑크색 외관이 말괄량이 삐삐의 집을 연상시킨다. 더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저녁 호숫가를 즐겨보기를 권한다.

저녁 무렵 호숫가에서는 낚시, 바비큐,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운이 따른다면 알프스 산맥에 내려앉는 불꽃같은 노을을 마주할 수도 있다.

 

스위스 장터발길 머무는 곳마다 힐링맛집

여름이 시작되는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스위스 도시 곳곳에서는 우리나라 오일장과 같은 장터가 열린다. 지중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도시부터 중세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소담한 도시까지, 장터 국밥 대신 장터 샐러드가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의 장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루체른 마켓
루체른 마켓

루체른 마켓 :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전이면 로이스(Reuss) 강변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스위스에서도 제일 매력적인 풍경으로 꼽히는 루체른(Luzern)에서 장터가 열리기 때문. 루체른 장이 서는 날이면 주민들과 관광객들 너나 할 것 없이 발길을 멈추고 시장 보기에 여념 없다.

갓 구운 빵부터 로컬 채소, 중앙 스위스에서 만든 치즈 등이 인기다. 5월에서 10월 사이에 스위스를 방문했다면, 그림 같은 루체른의 구시가지와 카펠교를 배경으로 스위스 전통 시장을 둘러보는 이 특별한 경험을 꼭 해보길 권한다.

뷔르클리 플라츠 : 취리히(Zurich) 호반의 뷔르클리 플라츠(Burkliplatz) 광장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취리히에서 가장 어여쁜 제철 꽃을 살 수 있는 장이 선다. 바로 뷔르클리매애르트(Burklimaart) 시장이다. 토요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커다란 벼룩시장이 열린다. 보물찾기 하듯 유럽의 앤틱 제품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는 물건은 다르지만,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 있는 현지 젊은이들부터 추억을 찾아온 어르신들까지, 벼룩시장 구석구석을 꼼꼼히 둘러보는 모습이 우리나라 동묘 시장을 방불케 한다.

벨린초나
벨린초나

벨린초나 : 벨린초나(Bellinzona)에 있는 세 개의 고성(古城)2000년부터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이다. 스위스 남부 티치노(Ticino) 주의 주도에서 열리는 전통 장터는 이 고성들을 배경으로 한다. 토요일 아침에 서는 장이 메인이고, 수요일에는 조금 더 작은 규모의 장이 열린다. 장터는 구시가지 거리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다. 지중해 기운이 물씬 풍기는 벨린초나의 구시가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단연, 지역 특산품인 건조육과 치즈다. 티치노 과수원에서 수확한 과즙 풍성한 과일과 갓 구운 빵도 인기다.

솔로투른 마켓
솔로투른 마켓

솔로투른 마켓 : 스위스 북서부 지역의 솔로투른(Solothurn) 시민들은 1321년부터 수백 년 동안이나 매주 장터 광장을 찾아 장을 봤다. 긴 시간 동안 달라진 것은없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이면 솔레두르너 매레트(Soledurner Maret)’라 불리는 50여 개의 매대가 유서 깊은 구시가지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자리 잡는다. 스위스 최고의 바로크 도시로 잘 알려진 솔로투른의 이 장터는 스위스에서도 가장 예쁘고 생기 넘치는 명물로 손꼽힐 정도다. 채소를 사고 치즈를 맛보는 동안 보이는 성 우르수스(St. Ursus)의 대성당과 깊은 역사를 간직한 시계탑의 모습은 덤이다.

제네바의 카루주
제네바의 카루주

카루주 : 평화 국제도시로도 유명한 제네바(Geneva) 외곽의 작은 마을 카루주(Carou ge)는 사르데냐에 기원을 둔 구역으로, 라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공정무역 마을이자 에너지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각계의 장인들이 모여 사는 구역답게 지속가능성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여기서 열리는 제법 큰 규모의 장터는 제네바 삶의 질을 짐작케 하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완벽하게 이어준다. 다양한 로컬 와인과 싱싱한 채소 및 특산품이 이곳 장터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가판마다 발걸음을 옮기며 구경을 하다 보면 이만한 힐링이 따로 없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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