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시작하자. 2022년 최저임금은? 예전엔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도 단골로 등장하던 질문인데 이제 그 정도는 뻔하다 생각하는지 이번엔 질문조차 없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할 것이다. “시급 9160!” 맞을까? 현장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오답 실로폰을 두드릴 것이다. “!” 사실상 정답은 1992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주휴수당을 지급한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급여를 더 줘야 한다. 과거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하면 휴일에 쉴 수 있는 장려금을 준다는 개념으로 주휴수당을 이해했는데, 지금은 이틀 정도만 일해도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니, 이게 무슨 의미에서 주휴(週休)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의무적 비용이 되었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쟁이 있을 때 흔히 주요 국가의 자료를 내놓으며 우리나라는 몇 위라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다 틀렸다. 우리는 주휴수당이 있으니 최저임금에 1.2를 곱해야 현실 급여가 된다. 지난해 OECD 자료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있는 29개국 가운데 우리는 9위에 해당하지만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6위나 7위쯤 돼야 맞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는 4대보험을 의무 가입해야 한다. 물론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지만 어쨌든 준()조세적 성격을 갖는다. 고용과 산재보험은 거의 사업주 부담이고, 퇴직금까지 적립해 놓아야 한다. 한 발짝 더 나가자. OECD국가 가운데 우리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호주, 룩셈부르크, 프랑스,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은 알다시피 소득세가 높고 면세 혜택이 거의 없다. 1원만 소득이 발생해도 원칙상 소득세를 내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근로자 가운데 40%가량이 소득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수령액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해도 틀림이 없다.

주휴수당 더하면 부담 높아져

현행 유지땐 소상공인 벼랑끝

·중기 간 양극화 더욱 심화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저임금 제도와 얽히고설킨 조세, 복지 제도 사이 모순이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성장의 속도에 비해 임금이 낮다고 아우성이고,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국가가 할 일을 왜 시장에 떠넘기느냐고 조용한 불만을 갖는다. 사회가 발전해 국민의 요구는 높아가니까 외형상 복지 제도는 선진국을 베끼다시피 했는데, 욕망을 실현하자면 조세 부담률을 높여야 마땅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설 용감한 정치인은 없으니 그것을 계속 기업에게 임금으로 부담시킨 것이다.

문제는 그런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 대기업은 다른 방향에서 성장의 출로를 찾지만, 성장 전망이 뻔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스란히 고정비용 지출 상승으로만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결국 근로자를 줄이거나 사업 규모를 보수적으로 축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일자리가 불안한 근로자는 안정적 대기업을 선호하게 되고, 기업에 있어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 하청업체를 옥죄는 방식으로 고정비용 증가의 부담을 전가한다. 시장의 생리를 알지 못하는 관() 주도 임금 인상이 빚어낸 지독한 모순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이 돌고 돌아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한 것이다.

어설프게 최저임금 제도 철폐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단 생겨난 제도를 어찌 없애겠나. 주휴수당 또한 그렇다. 둘 다 연착륙하는 수밖에 없는데, 결국 방법은 하나다. 업종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별(産別) 노조 체계가 엉성해 업종별 임금 협상이 어렵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차피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관철하는 최저임금이니 업종별로 결정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사업자 등록할 때 이미 업종 코드를 구분하니, 업종 대분류별로 경비율 등을 감안해 차등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업종별 최저임금제 시행을 제안하고 싶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지금 우리가 왜 이 고통을 견뎌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수년간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참았던 간절한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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