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이 심상치 않다. 최근 한 후배가 파스타집에서 데이트를 했다고 자랑했다. 파스타 값이 얼마냐 물었더니 13000원이란다. 적당한 가격이라고 했다가 이런 대답을 들었다.

주방장님, 엄청 싸기로 유명한 집이에요. 요샌 어지간하면 2만원 앞뒤예요.”

졸지에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됐다. 대중적인 국밥, 순대국도 9000~12000원하는 시대다. 국밥은 파스타전문집보다 회전이 빠르고 서비스, 인테리어 비용도 낮다. 그러니 13000원 파스타면 싼 것일 수밖에.

지금 우리가 좋아하는 부동의 외식 1등은 삼겹살이다. 일반 백반집 등 이른바 식사전문점을 빼고 그렇다. 치킨은 배달전문이므로 외식에서 통계로 잡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하여튼 삼겹살집은 요새 방문하면 이익이다. 왜냐면 싸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짚어보자.

첫째, 과당경쟁이다. 생겨나면 고깃집이고 삼겹살이다. 불경기에 그나마 기본을 해준다는 창업자의 믿음 때문이다. 식당 바닥에서 하는 말이 있다. 빠져도 레드오션에 가서 빠져라. 숫자가 많은 건 그만큼 인기가 있으니 장사 잘하면 살아남을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삼겹살 공급가가 비싸지 않다. 모든 재료비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겹살은 예전 수준이다. 고기값은 성장 시기, 사료의 공급 사이클 등이 한두 달로 결정되는 게 아니어서 이 가격이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삼겹살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국밥·순대국도 1만원 훌쩍

삼겹살도 조만간 급등 전망

우크라 사태 물가대란예고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물생산국이다. 전쟁으로 농사를 망쳤다. 밀가루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곡물은 여러 종이 보완관계다. 밀이 오르면 대체작물도 오른다. 돼지는 옥수수, , 보리, 콩 등의 부산물 등을 주 사료로 하는데 이는 다 곡물이다.

세계적 생산량을 자랑하는 인도도 밀 수출 통제를 선언했다. 삼겹살을 비롯한 닭, , 오리 등 주 육류는 산업 구조가 비슷하다. 곡물을 주로 먹기 때문에 곡물 대량생산ㅡ대량 사육ㅡ대량 공급의 구조로 짜여 있다. 다국적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놓여 있기도 하다. 곡물메이저가 곧 돼지 소 메이저다. 그간 코로나 시기는 일종의 침묵의 시기였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 위축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침묵하고 있었던 거다. 이제 그게 터져 나올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러시아 침략으로 빚어진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 방아쇠가 된 건 우연이다. 어차피 벌어질 물가대란이라는 것이다.

요즘 소득 양극화도 삼겹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삼겹살은 냉정히 보면 소의 배받이살이다. 돼지 부위 중에서 삼겹살만 수요가 크다 보니, 배 위 아래로 더 크게 정육한다. 흔히 정확한 삼겹이 아닌 옆 부위를 미추리삼겹ㅡ이 말도 어폐가 있긴 하다ㅡ이라 부른다. 지방과 살이 아름답게 층을 이루지 않으니 좀 식감과 모양이 떨어진다. 대신 값이 싸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팔린다. 2겹살이란 것도 있다. 역시 삼겹살과 달리 지방과 살이 그냥 붙어 있는 형태다. 이런 부위는 국산보단 수입이 많다. 삼겹살이라고 먹지만, 실은 조금씩 다른 부위의 고기도 많다는 뜻이다. 수입삼겹살도 국산보다는 반값 이하, 3분의 1 가격이다. 삼겹살을 먹어도 수입으로나 먹는 사람들이 많다. 수입은 대개 수육이나 찌개, 가공용으로도 많이 나간다. 어쨌든 우리는 어쩌면 좋은 국산 삼겹살구이를 먹자면 큰맘을 먹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가상승은 요인이 많다. 임금상승도 영향을 크게 끼친다. 현장의 식당은 임금상승보다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문제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라. 60년대 출생자에 비해 요즘 일을 시작하는 90년대생은 숫자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문제까지 우리는 장단기적으로 겪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일제 강제침략기부터 해방과 50~80년대를 거치면서 살인적인 인플레를 겪었다.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국민은 심리적 불안을 안고 살았다. 2000년대 들어 저금리시대가 되고 물가도 안정세를 오래 유지했다. 어쩌면 앞으로 물가상승이라는 힘든 시기를 맞아야할 수도 있다.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코로나가 일단 안정 국면으로 가서 엔데믹을 보고 있는데, 물가라는 악재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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