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봄이(삼익유가공 대표)
이봄이(삼익유가공 대표)

언제부턴가 정부 각 부처의 정책토론회나 각종 학회에 패널로 참여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 군데에 글을 기고하거나 인터뷰를 하면 또 다른 곳에서 초청을 해 주시니, 이제는 따라가기 벅찰 정도가 됐다. 중소기업 CEO의 목소리를 들어주시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주목을 해 주시는 데에는 필자가 여성 CEO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여성 CEO,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혹자는 CEO라는 자리는 일반적인 직장여성에 비해 차별이나 불평등을 겪을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한다. 직장 내에서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 이사님들을 상대해야 하고 다른 중소기업 사장님들과 경쟁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쪽은 100대기업 임원 7000명 중에 여성은 3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남초세상이다. 여성 임원들이나 CEO 중에 상당수가 가사, 육아는 포기하고 남성중심문화에 동화돼 있다. 술도 잘 마시고 운동도 잘하는 그녀들의 뒤에는 친정어머니나 자식들의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아직 가정과 직장의 컨트롤타워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생각하지만, 멀지않은 미래에 남성화(?)될 수도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여성은 잠재력 큰 경제자산

아직은 구조적 불평등 여전

워킹맘 불이익 개선 바람직

여성의 경제참여는 현대사회에서는 필연이다. 여성의 경제참여가 여성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여성을 잠재력이 가장 큰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뉴스가 나온 지 벌써 5년이 됐다. 하지만, 최근의 뉴스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서 실직, 소득감소, 무급휴가 등 피해를 입는 데에 성별격차가 뚜렷하다고 한다. ,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탱해 주는 힘이 부족한 구조적인 불평등이 있는 것이다. 남성대비 여성임금비율은 아직도 70%가 되지 못한다. 업무의 특성, 직급을 핑계로 대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 크다. OECD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성별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면 GDP12%는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건설, 제조, 대형 금융처럼 전통적으로 남성적으로 여겨지는 분야는 불황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힘쓰는 일은 AI와 로봇이 하고, 소통의 기술 소프트파워가 각광 받는 시대가 오고 있지 않은가. 여성을 더 고용하고 더 대우해야 한다. 이런 투자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옳은 일일 뿐 아니라 똑똑한 투자라고 했다.

중소기업 여성 CEO가 장황하게 여성에 대한 투자를 이야기 한 것은 전통적인 성별 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워킹맘이 출산, 육아에 불이익이나 불편을 겪지 않는 사회 시스템과 복지체계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그런 인식의 전환이 생겨나고, ‘마초가 아닌 현대남성들과 현대여성들이 발맞추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고려대 한규만 교수팀은 일, 가정 사이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느끼는 갈등이 클수록 우울증 위험이 두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30대 여성의 경우는 3.78배에 달했다고 한다. CEO라고 다를 리 없다.

이 칼럼을 통해서 워킹맘, 여성 CEO로서 느낀 점을 제일 먼저 쓰고 싶었지만, 더 탄탄한 내용을 담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순서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더욱 허심탄회하게 적어보려 했으나 지면상 다 말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전국의 모든 중소기업과 여성들을 응원한다.

더 늦기 전에 구조적으로 평등한 세상이 와서 이제는 원망과 투정을 멈추고 싶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