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30년 전에 한 일본 고객이 한국과 달리 일본 젊은이들이 열정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 말이 요즘 다시 생각난다. 당시엔 물론 1968년부터 이미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데 엄살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가 한국 젊은이들의 역동감을 느낀 곳은 뜻밖에도 떡볶이 집이었다. 그때 세계 반도체 시장 관련 책자를 보면 미국, 일본, 유럽, 아시아의 기타 업체 순으로 나열돼 있었다. 일본은 아시아에 위치한 나라임에도, 마치 별도의 대륙으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15년쯤 지나 일본 고객과 업무를 주로 하던 한 선배 임원이 일본 젊은이들이 패기와 명민함이 없다며 한국에게 추월당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예언을 했다.

총량은 물론 소부장에서 일본에게 뒤진 부문이 아직 많지만 다시 15년이 지난 오늘 적어도 반도체와 배터리 등 일부 첨단 산업에선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을 축구에 비유하자면 아시아 출신이지만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 선수 정도의 위치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군에 파괴된 러시아 탱크의 부품에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서 빼낸 반도체가 사용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제와 안보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님을 다시금 느낀다. 또 세계 2위는 물론 1위라고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것도 실감한다.

멀리 핀란드 본사에서 업체 승인 감사를 위해 당시 난공불락의 휴대전화 1위 업체 노키아의 한 매니저가 위풍당당하게 방문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는데, 이 업종에서 사라졌다. 스마트폰 세계 2위 업체였던 대만의 HTC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배터리산업 일본 압도

, 한국차 러브콜 격세지감

中企 위기탈출 적극지원 기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 위탁업체의 대만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1위 업체답게 공장 규모도 컸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초대형 회의실이었다. 그러한 느낌이 이번에 한미 정상이 방문한 평택 공장의 압도적인 내부 크기를 보고 되살아났다.

한 마디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자국에 자동차를 수출한다고 각종 규제를 쏟아내던 미국이 지금은 투자를 권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란 표현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정도로 성장한 동력 몇 가지 중 하나는 최고 경영진이 특히 최근 10년 동안 품질에 집중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입한 지 일 년이 채 안된 바이러스 제거 관련 전자 제품이 고장나 며칠전 업체에 전화한 후 잠시 미뤄두고 있었는데 담당 직원이 문자로 팔로우 업을 했다. 품질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일단 발생 후엔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코로나 관련 수혜 업종일 텐데, 국산 업체답게 고객 품질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호황 업종이라고 방심하다 품질이 나쁘다고 정평이 나면 도태되는 건 순간일 수 있다.

한편, 우리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인건비, 임차료 상승, 경유 값 고공행진 등 우리를 옥죄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소상공인 61%가 대출로 연명하고 2020년 소상공인 영업이익이 1900만 원으로 최저 임금 직원보다도 적다는 보도는 처음 보는 게 아닌데도 충격적이다. 한 해 전만 해도 이보다 100만원 가량이 많아 그래도 숨은 쉴 수 있었다.

최근 아는 소상공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전월에 비해 나아졌다는 말은 매우 드문 것 같다. 추경을 통해 이뤄질 소상공인 지원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린다. 실제 전쟁이나 내전을 치르고 있는 국민들만큼 어려운 건 아닐지라도 어려운 건 틀림없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다는 말을 믿고 최소한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는 되돌아갈 것이라 기대하며 다시 힘을 내 손님을 맞을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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