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는 그간 여타 브랜드와는 사뭇 다른 젊은 감각의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선보이며 MZ세대 중심의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시몬스는 그간 여타 브랜드와는 사뭇 다른 젊은 감각의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선보이며 MZ세대 중심의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점에는 침대가 없다. 시몬스는 국내 침대매트리스 시장 점유율 2위다. 청담동은 명품 거리로 유명하다. 임대료가 천정부지다. 그런데도 시몬스는 청담점에서 침대를 팔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로서리를 파는 것도 아니다. 이름만 야채가게다. 외관만 샤퀴테리 샵이다. 샤퀴테리 샵은 유럽풍 식료품점을 뜻한다. 대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점에선 삼겹살 모양의 수세미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1층엔 엉뚱발랄한 굿즈가 가득하다. 2층엔 농구 코트와 정원 테라스가 딸린 시몬스 스튜디오가 있다. 3층엔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가 전시돼 있다.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는 시몬스가 지난 1월에 공개한 영상 광고다. 유튜브 조회수만 2000만회를 넘어섰다.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멍 때리게 되는 반복 영상들이 담겼다. 역시나 시몬스 침대는 등장하지 않는다. 침대 매장의 이름은 야채 가게다. 매장에는 침대가 없다. 광고에도 침대가 없다.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다. 이게 시몬스다.

 

소비자 경험이 구매경로 핵심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은 오늘날 시몬스를 있게 한 광고 카피다. 국내 침대매트리스 시장 부동의 1위이자 시몬스의 형님 회사인 에이스 침대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로 왕좌에 오른 것과 유사하다. 에이스 침대의 안성호 대표와 시몬스 침대의 안정호 대표는 친형제 사이다.

1963년 에이스침대공사를 창업한 안유수 회장의 아들들이다. 안유수 회장은 1992년 경쟁자 시몬스 침대를 인수했다. 차남 안정호 대표는 1998년 시몬스에 입사했다. 2001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에이스와 시몬스는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1993년 탤런트 박상원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침대 광고로 에이스를 성장시킨 것처럼 시몬스 역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침대 광고로 발돋움했다. 두 회사는 한국 침대매트리스 시장의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쯤되면 침대 광고 마케팅은 과학이다.

그런데 안정호 대표가 최근 과학적 침대 광고를 아트적 침대 광고로 바꾸면서 시몬스를 혁신하고 있다. 시몬스의 광고엔 침대 말고도 없는 게 또 있다. 스타가 없다. 형님 라이벌 에이스만 해도 박보검과 제니를 광고 주연으로 기용했었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인 이정재도 캐스팅했었다. 시몬스엔 스타도 주연도 없다. 소비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오들리 새티스파잉하게 경험하는 주체는 광고를 보는 소비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2030 MZ세대한텐 언제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내 인스타그램은 내가 주인공인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이다.

안정호 대표는 1970년생이다. 1990년대에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 유학 시절 미국의 TV광고들을 접했다. 스타 마케팅을 하지 않는 광고 트렌드를 접했다. 미국에서 1990년대는 클린턴 집권기면서 프렌즈 세대다. 드라마 프렌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미국에서도 요즘 한국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보다는 나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이 팽배해지던 시기다. 프렌즈는 요즘으로 치면 나와 팔로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나다. 안정호 대표는 그때부터 아버지와 형한테 미국 상업 광고 트렌드를 전달해주곤 했다. 시몬스를 이끌게 되면서 결국 소비자가 주인공이고 소비자의 체험이 콘텐츠인 광고를 기획하게 됐다. 안정호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침대 회사 CEO(최고경영자)가 아니었다면 광고 기획자로 나섰을 것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마케팅만큼은 진심CEO.

안정호 대표가 소비자 중심의 광고를 직접 기획하는 건 시몬스가 침대 회사기 때문이다. 침대는 직접 누워봐야 하고 정말 자봐야 하는 제품이다. 소비자 경험이 구매 경로의 핵심이다. 제니와 이정재가 푹 잤다고 자랑하는 것보다 내가 자봐서 좋아야 좋은 것이란 말이다. 시몬스의 영상 광고는 이상하게 편안한 느낌적 느낌을 제한하는 예술적 방식이다. 하품 소리로 시작되는 영상에서 소비자는 설명이 아니라 정서를 느끼게 된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시청각적으로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사실 시몬스의 이상한 광고들은 시몬스의 유통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래 침대는 대리점 영업에 의존하는 B2B2C 비즈니스다. 영업은 대리점주들이 한다. 본사는 침대를 제조하고 마케팅한다. 본사는 침대 축구를 하는 격이다. 침대 광고가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리점 유통이기 때문이다. 대리점주들은 자신이 파는 침대의 광고 모델이 유명인일수록 좋아한다. 시몬스는 대리점 중심의 유통 전략을 직접 판매 중심의 D2C 전략으로 바꿨다. 다이렉트 투 커스터머 전략이다. 한 마디로 소비자 직거래다.

소비자가 편히 자야 진짜 좋은 침대

감성영상·카피로 고객오감 정조준


프리미엄 매장 시몬스 멘션도 첫선

고객층과의 직거래로 매출 고공행진

나이키가 D2C 리테일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D2C는 소비자를 직접 설득하는 전략이다. 그러자면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브랜드를 신뢰하려면 충분한 경험을 제공해만 한다. 나이키는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특히 SNS 소셜 미디어 채널을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핵심은 역시나 MZ중심의 주어 없는 마케팅이다. 나이키의 유명한 광고 카피는 저스트 두 잇이다. 주어는 없다. 주어는 당연히 소비자다. 당신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몬스도 나이키처럼 소비자가 주인공인 D2C 캠페인을 벌이면서 동시에 유통 구조 자체를 바꿔나갔다. 2018250개 수준이었던 매장 숫자를 2021년엔 140개 수준으로 줄였다. 대신 시몬스 맨션이라는 프리미엄 매장을 선보였다. 시몬스 맨션도 본질적으론 위탁판매를 하는 대리점이다.

그런데 시몬스가 매장의 인테리어부터 진열제품까지 제반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게다가 시몬스 맨션의 위치는 도심 핵심 상권이다. 가구 대리점이 도시 외곽의 가구 단지에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D2C답게 소비자가 모이는 핵심 상권으로 진출한 것이다. 시몬스 맨션에는 침대가 있다. 침대만 있는 게 아니다. 전문 수면 컨설턴트인 슬립마스터까지 있다. 고객에게 11 수면 큐레이팅 서비스를 해준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맞춰서 수면 환경 컨설팅을 해주는 서비스다.

 

제품이든 마케팅이든 촌스러움은 사절

지난해 2021년 시몬스의 점당 월평균 매출액은 18000만원이다. 시몬스가 본격적으로 D2C로 유통혁신을 하기 전인 2018년 점장 월평균 매출액은 6000만원이었다. 3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시몬스 맨션에 들르면 호텔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발렛 파킹을 하면 고객의 차에 편안함을 기원하는 꽃과 카드를 비치한다. 사실 시몬스는 특급 호텔 침대로 유명하다.

조선 팰리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롯데 시그니엘 부산이 시몬스 침대를 쓴다. 호텔이 선택한 침대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침대 브랜드가 된 셈이다. 시몬스는 이런 프리미엄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샤넬과 루이비통 그리고 신라호텔에서 일했던 럭셔리 전문가 50여명을 영입했다. 2021년 기준 직원 643명의 평균 연령은 34세 이하다. MZ세대를 대거 채용해서 젊은 회사가 됐다.

안정호 대표는 “침대 회사 CEO가 아니었다면 광고 기획자로 나섰을 것”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마케팅만큼은 진심’인 CEO다.
안정호 대표는 “침대 회사 CEO가 아니었다면 광고 기획자로 나섰을 것”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마케팅만큼은 진심’인 CEO다.

안정호 대표는 제품이든 마케팅이든 촌스러워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시몬스를 광고부터 유통망 그리고 서비스까지 프리미엄 브랜드로 진화시키는 게 목표다. 사실 대리점한테 물건 유통 판매를 대신 맡기는 과거의 방식은 안전하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렵다. 지키기는 더 어렵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서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다는 이런 자신감이 없다면 D2C혁신은 불가능하다.

침대는 짧게는 7년이고 길게는 평생 쓰는 구매 주기가 긴 브랜드다. 자연스럽게 프리미엄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인생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면서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혼수 용품의 하나인 침대 역시 비슷한 구매 패턴을 보인다. 침대 산업의 프리미엄화는 시몬스의 프리미엄 브랜딩과 D2C 마케팅 그리고 체험 중심의 MZ전략과 잘 맞아떨어진다. 20224월엔 글로벌 브랜드인 씰리침대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급 브랜드인 헤인즈를 국내에 런칭했다. 가장 저렴하다는 헤인즈 퀸 사이즈 매트리스만 2250만원에 달한다. 백화점들도 앞다퉈 침대 매장을 넓히고 있다. 백화점 매출의 견인차가 가전과 가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 침대를 백화점에서 직접 체험해보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에이스침대는 더현대서울에서도 가장 넓은 312평방미터, 그러니까 94평 매장을 차지했다. 그런데 더현대서울 매장의 개점 직후 매출 1위를 찍은 브랜드는 에이스가 아니라 시몬스였다. 개점 열흘 동안에만 누적매출 9억원을 기록했다. 시몬스의 D2C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MZ중심의 시몬스 마케팅은 장차 독립과 결혼을 앞둔 2030세대에게 시몬스를 각인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침대가 없는 침대 매장인 청담동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도 마찬가지다. 시몬스 그로서리에서 멍때리기를 경험한 2030 고객들은 결국 더현대서울 백화점에서 시몬스 침대를 찾게 된다.

덕분에 시몬스는 2021년 매출 30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2020년에 비해 12%나 성장한 수치다. 2019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고 2년만에 3000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엔 코로나와 연결된 슬림포노믹스도 한몫했다. 코로나로 집콕 소비가 늘면서 침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여기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집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반면에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서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수면장애를 앓는 현대인은 2020년 기준 66만명에 가깝게 늘어났다. 침대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수면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3조원 정도다. 20114800억원에서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시몬스는 이렇게 공격적인 유통 혁신을 시도하면서 영업이익률은 정체됐다. 2021년 영업이익률은 6%를 기록했다. 시몬스는 2030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고가의 침대를 구매할 수 있도록 36개월 장기 카드 무이지 할부 이벤트를 했다. 일종의 침대 구독 경제다. 이런 시몬스 페이 때문에 이자 수수료 부담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빠른 성장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침대라고 하는 카테고리에서 강한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카테고리 킬러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이다.

지금 침대매트리스 시장은 코웨이가 주도하는 매트리스 렌탈 시장이 커지면서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코웨이는 20212월 매트리스 업체 아이오베드를 430억원에 인수했다. 매트리스 생산을 내재화하면서 침대는 평생 쓰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한 온라인 전문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를 7747억원에 인수했다. 그렇지만 시몬스는 소비자와 경험으로 연결되는 D2C 소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것이 시몬스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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