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적 감각이었다. 2017GS리테일은 GWS 행사에 펫 스타트업 10곳을 초청했다. GWSGS리테일이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결하기 위해 마련한 오픈이노베이션 행사다. Grow with GS여서 GWS. 매년 다른 주제로 열린다. 인공지능일 수도 있고 소셜 임팩트일 수도 있다. 여러 주제 가운데 반려 동물 관련 스타트업들을 모은 건 GS그룹 허태수 회장과 GS리테일 허연수 부회장의 선택이었다. 반려 동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었다. 동물적 사업 감각이었다. 여기에 GS리테일 조직의 동물적 운동 신경도 한몫 했다. 국내 펫 시장의 주요한 스타트업들을 모두 한자리에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 중에는 국내 반려동물 쇼핑몰 1위인 펫프렌즈도 있었다.

GS리테일은 2017GWS를 계기로 투자를 했다가 아예 인수까지 한 스타트업이다. GS리테일은 동물적 후각도 발휘했다. GS리테일의 기업벤처투자를 담당하는 CVC 조직은 국내 반려동물산업의 가치사슬 지도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반려동물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였다.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에 맞춰서 모든 과정을 케어할 수 있는 생애주기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GS리테일의 반려동물 투자는 전방위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사료부터 용품과 스마트가전기기와 펫시터 예약 그리고 마지막 장례사업까지 가치 사슬을 GS리테일이 이어줬다.

커머스는 펫프렌즈와 어바웃펫이 있다. 사료 브랜드는 펫픽이 있다. 용품 브랜드는 펫띵이 있다. 반려동물 스마트기기는 바램시스템이 있다. 펫시터 예약 플랫폼은 도그메이트가 있다. 펫장례는 21그램이 있다. 여기에 GS리테일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펫 택시 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GS리테일은 카카오모빌리티에 650억원을 투자했다. 그렇게 GS리테일은 국내 반려동물산업의 최대 반려자가 됐다.

 

5년내 시장규모 6조로 성장

조각 하나가 부족했다. 2020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는 638만 가구 정도다. 전체 2304만 가구 가운데 27.7%에 해당된다. 4가구 가운데 1가구가 반려견이든 반려묘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2018년엔 511만 가구였다. 2019년엔 591만 가구였다. 당연히 반려동물 개체수도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1115만 마리였던 개체수는 2026년에는 152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시장은 2027년엔 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반려가구와 반려동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반려동물은 말을 할 수가 없다. 설문 조사가 불가능하다. 인간 주인과 집사들은 반려시장의 소비자지만 반려동물에 관한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하지는 않는다. 산업이 되려면 시장 추세를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GS리테일은 반려동물 의료서비스에 주목했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무조건 데려갈 수밖에 없는 곳이 동물병원이기 때문이다.

아이엠디티는 동물병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지원을 해주는 스타트업이다. 현재 전국 57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노무세무 업무와 브랜딩 그리고 CS업무를 지원해주는 벳아너스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인간병원에서도 병원경영지원회사를 뜻하는 MSO는 각광 받는 비즈니스다. 의사들은 의료인이지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업의들이 의료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MSO가 돕는다.

이엠디티는 동물병원에도 인간병원의 MSO를 도입했다. GS리테일은 아이엠디티를 통해 반려동물 관련 각종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물들의 의료기록뿐만이 아니다. 펫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에 관한 빅데이터도 축적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무엇을 먹는지가 의료 데이터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펫프렌즈·어바웃펫·펫띵 등에 대규모 투자

반려동물 요람에서 무덤까지전주기 관리

시장 장밋빛홈쇼핑·편의점 부진이 문제

GS리테일은 아이엠디티에 25억원을 투자했다. 아이엠디티는 시리즈A 투자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총 75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아이엠디티가 전국 동물병원에 대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동물 전자 의료 기록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반려동물에 대한 빅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GS리테일이 구축하고 있는 반려동물 생태계에서 이런 빅데이터는 곧 돈줄이다. 21그램은 GS리테일이 투자한 반려동물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반려동물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빅데이터가 있다면 21그램은 향후 장례 비즈니스의 시장 추세를 전망할 수 있다. 매년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지 어떤 질병 때문인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엠디티의 성장에 GS리테일의 반려동물 생태계의 성장이 달려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펫프렌즈 기업가치 1500억원

현재 GS반려동물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은 펫프렌즈다. GS리테일은 20217IMM파트너스와 펫프렌즈의 지분 95%를 아예 인수해버렸다. 이때 펫프렌즈의 기업 가치는 1500억원을 인정 받았다. 펫프렌즈의 장점은 빠른 배송이다. 게다가 24시간 상담도 해준다. 펫프렌즈의 매출은 2018년엔 30억원에서 2020년엔 314억원으로 2년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펫프렌즈가 반려동물 시장의 쿠팡이라면 어바웃펫은 반려동물 시장의 마켓컬리다.

어바웃펫은 프리미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바웃펫은 2021년 말엔 반려동물 관련 정기구독 서비스인 펫띵도 인수했다. 어바웃펫은 네이버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네이버 커머스에 입점한 네이버 어바웃펫 몰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AI를 기반으로 반려동물 제품을 추천해서 클릭수를 4배 이상 증가시켰다. 어바웃펫은 동물농장MC 신동엽과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했다.

특히 어바웃펫에는 2030 MZ세대 고객들이 많다. 1인 가구가 많고 반려동물한테는 돈을 아끼지 않는 헤비 유저들이다. 사람과 동물이 같이 먹을 수 있는 휴먼그레이드 반려 동물 사료나 비유전자 변형 상품처럼 값비싼 프리미엄 상품이 매출 상위에 올라 있다. 최근엔 반려동물 영양제도 인기다.

 

주력업종 영업이익 대폭 축소

문제는 이들 반려동물 스타트업들이 아직 매출에 비해 대부분 적자라는 사실이다. 특히 반려동물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는 로열캐닌 같은 해외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다. GS리테일 반려동물 생태계에도 펫픽 같은 사료 관련 스타트업이 있다. 펫픽은 맞춤형 사료 스타트업이다. 시장 전망도 좋고 매출 성장세도 좋으면 적자는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GS리테일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본가 GS리테일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데 있다. GS리테일은 2021년 매출 97657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반면에 영업이익은 20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나 감소했다. 원인은 주력 비즈니스인 편의점과 홈쇼핑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2020GS홈쇼핑을 합병했다. 오프라인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합쳐서 온오프라인 유통 기업으로 거듭났다. 당초 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 보완적인 사업으로 자생하는 것이었다. 2021년엔 둘 다 안 좋았다. 편의점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은 18222억원으로 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나 감소했다.

홈쇼핑은 더 안 좋았다. 매출은 12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억원 정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59억원으로 13.9%나 감소했다. 홈쇼핑은 2020년만 해도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소비의 수혜를 봤다. 2021년엔 오히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소비가 TV홈쇼핑보단 디지털 이커머스에 집중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매년 15% 상승하는 TV송출수수료가 GS홈쇼핑을 비롯한 홈쇼핑 회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건은 안 팔리는데 자릿세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홈쇼핑 1CJ온스타일만 해도 영업이익이 34% 가까이 줄었다. 홈쇼핑 업체들은 가상인간 쇼호스트를 내세워서 출연료를 낮추고 디지털 플랫폼 영향력을 높여서 탈TV를 시도하면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GS리테일은 현재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GS리테일의 사업 부문 가운데 선방한 곳은 호텔 사업부 정도다. 역시 코로나로 인한 호캉스 영향이 컸다.

 

고전하는 반려시장 진출기업들

GS리테일이 동물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안 GS리테일은 사람 생태계가 불안해진 셈이다. 무엇보다 국내외에서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모두 애를 먹고 있다. 시장은 커질 거란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얼마나 걸릴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GS리테일만큼이나 반려동물 시장에 진심이었던 신세계의 경우엔 주력 브랜드인 몰리스펫샵의 매장수를 201836개에서 202128개로 줄였다. 계속되는 영업손실 탓이다. 대신 이마트 안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옮기고 몰리스쓱닷컴처럼 온라인으로 만들어서 브랜드를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몰리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반려견이다. 해외에서도 반려동물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츄이의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최근 기술주 폭락세에 영향도 크지만 그 중에서도 츄이가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하지 못한 거품주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츄이는 2021년 매출 889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수년 째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덕분에 츄이의 시가총액은 20218400억 달러에서 20226월 현재 120억 달러로 추락한 상태다. 반려동물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성장속도에 대한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GS리테일도 이런 흐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GS리테일이 조성하고 있는 반려동물 생태계는 결국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반려인구도 반려동물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속도다. 시장 성장의 속도를 기업 성장의 속도가 맞추지 못하면 애써 구축해 놓은 반려동물 가치 사슬도 끊어질 수 있다. 장차 GS편의점과 GS홈쇼핑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려면 일단 편의점과 홈쇼핑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GS동물생태계도 성장한다. 인간이 행복해야 동물도 편안한 법이다. 멍냥GS리테일의 숙제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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