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중소기업뉴스는 3회에 걸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의 <중소기업 ESG 전략>을 연재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2007년부터 사회적 가치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연구해왔다. 주류 경제의 부작용을 풀어가는 대안경제와 노동과 복지, 교육 등 사회 의제를 발굴하고 기사와 보고서, 포럼을 통해 공론화하고 있다.

시장이 변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만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환경(E)·사회(S) ·지배구조(G) 등 비재무 정보 공개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주요 거래처와 자금 조달, 보고 형태 등 기업 안팎에서 ESG에 대한 구체적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이고 큰 변화는 거래처의 요청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ESG 정보와 개선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대한 ESG 이슈는 공급망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ESG 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대기업들 자체가 소비자와 시민사회, 혹은 글로벌 거래처들에게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ESG 정보와 책임을 강하게 요청받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전자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협력사 선정 및 평가 단계에서 환경·안전, 노동·인권 등을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자체 체크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다.

LG그룹 주요 제조사들은 협력사 제품의 분쟁 광물 사용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LG전자는 공급망 내 제련소들에게 분쟁 광물을 사용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제공된 광물’을 사용하고 있음을 독립적 기관(RMAP)을 통해 실사 및 인증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자금 조달시에도 ESG 정보와 개선 실적이 있으면 유리하다. 국내 주요 5개 은행은 지난해부터 ESG 대출상품을 출시, 확장하고 있다. ESG 관리 수준이 우수한 기업은 금리를 우대해주거나 대출한도를 추가해 준다. 기업 신용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들도 ESG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ESG 전담 조직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평가 및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ESG 관련 이슈가 기업 신용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 ESG 정보를 재무제표와 함께 공시할 날도 멀지 않았다. 지난 4월 국제회계기준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국제회계기준재단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60여 개국이 사용하는 재무기준(IFRS)을 구성하는 곳이다. 기업 평가와 투자에 지속가능성 요소가 중요하게 다뤄지자, ESG 정보를 보다 통일된 형태로 공개하자는 취지다. 이번 공개된 초안에서 관련 정보들은 재무보고의 일부로 재무제표와 함께 발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기업의 비재무정보에 대한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이를 통해 기업의 위험과 기회 요인을 찾고 생존능력과 지속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생수병을 제조하는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이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수치화 해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면 이곳은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친환경 생수용기에 대한 공개된 비전과 미션이 있고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 장치를 갖추고 있다면 향후 환경영향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친환경적 소재의 생수용기를 개발할 수도 있겠다.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는 줄어들고 효율은 높아진다. 즉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ESG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자원이 제한적이란 것이다. 많은 기업인이 당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원론적이지만 최선의 방법은 정공법이다. 경영 전반 가치사슬에 ESG를 통합해 경영 전략의 하나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물류와 생산 운영 부분에서 환경과 노동·인권에 대한 전략과 실행방법을 세우고, 구매 부분은 공급망 관리, 마케팅 영역은 소비자 보호를 연결해 전략을 구축하는 식이다. 각 단위마다 ESG 정보 수집 - 개선 방법 모색 - 수정 실행 - 모니터링의 시스템을 갖추고 그 과정과 정보를 수집·공개한다면 ESG 개선은 물론 경영 흐름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때때로 압박으로 다가오지만, 거버넌스를 재정비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시장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다. ESG 관리와 개선을 통해 기업의 생존능력을 키우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