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22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광공업 생산 3.3%↓… 서비스업 1.4%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6.4(2015=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올해 1(-0.3%), 2(-0.3%) 연속 감소한 뒤 3(1.6%) 반등했으나 4월에 다시 꺾였다. 광공업 생산은 3.3% 줄며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3.5%)와 식료품(-5.4%) 등의 생산이 줄며 제조업 생산이 3.1% 감소한 영향이다.

3월 오미크론 정점 도달로 급증했던 의약품 생산이 정상화하면서 4.7% 감소한 여파도 있었다제조업 재고는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0.2% 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공공행정(-4.3%) 생산은 줄었다. 대신 서비스업 생산은 1.4% 증가했다.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 제한 등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며 음식점·주점업 등 숙박·음식점업(11.5%)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미용 등 수요가 늘며 협회·수리·개인(8.7%) 생산도 늘었다건설업(1.4%) 생산도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첫 트리플 감소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지난달 119.7(2015=100)로 전월보다 0.2% 줄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1(-2.0%) 감소한 뒤 2월에는 보합을 나타냈으나 3(-0.7%)4월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은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가정 내 소비 수요가 외식 등 외부 소비로 전환되면서 전체적인 서비스 소비 자체는 전월보다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품목별로 보면 의복 등 준내구재(7.7%)나 승용차 등 내구재(0.4%) 판매는 늘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로 의약품 판매가 줄며 비내구재(-3.4%) 판매는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7.5% 줄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반도체 장비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중소기업 체감경기 전망도 악화

공급망 차질·원자재값 상승 여파

물가 불안 잠재, 내수회복 불확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든 것은 20202월 이후 26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처음인데 그동안 경기 회복에 따른 지표상 피로 누적과 대외 리스크, 고물가 등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중첩돼 나타난 상황으로 해석된다.

 

경기회복 흐름 주춤불확실성은 커져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1로 전월보다 0.3포인트(p) 내렸다. 3월에 이은 두 달 연속 하락이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0.3포인트(p) 하락해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지수가 10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200712월부터 20091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광공업 생산이 조정을 받으면서 전체 생산이 감소세로 전환했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등 내수지표도 다소 부진했다전체적으로 경기 회복과 개선 흐름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조치 등 대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경제 심리가 둔화하는 가운데 방역 정상화로 반등이 기대되는 내수도 물가 압력 등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어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장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에 따른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효과, 주요 기업의 대규모 중장기 투자계획 발표 등 긍정적 요인도 있다면서 정부는 민생 안정과 경제활력 제고, 리스크 관리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성장동력 꺼지나

이번 발표에서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18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점이다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설비나 인력 등 조업 환경이 정상적인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나타낸 지수인데, 그만큼 우리 제조업의 성장 동력이 뒷걸음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5.0(2015=100)으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있었던 20208(104.6)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생산능력지수가 떨어졌다는 것은 과거에는 훨씬 더 많은 생산이 가능했는데 이번 달(4)에는 그만큼 생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 경우 기업이 외부 생산 여건 변동이나 수요 감소에 따라 인위적으로 생산을 낮췄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별로 보면 생산능력지수는 올해 12105.1을 기록한 뒤 3105.4로 올라가는 듯 했지만 4105.0으로 내려앉았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2.1%) 식료품(-2.1%), 금속가공(-1.6%) 등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이 떨어졌다. 문제는 제조업이 우리나라의 임금 근로 일자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라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임금 근로 일자리 중 21.1%(4205000)는 제조업 일자리였다. 제조업이 주춤하면 고용은 물론 경제 자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中企, 제조·비제조부문 동반 후진

한편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계속되면서 6월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 전망도 5월보다 다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623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월 업황 경기전망지수(SBHI)86.15월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경기전망지수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시작 이후 최고치인 87.6을 기록했다가 소폭 하락했다업종별로는 제조업의 6월 경기전망지수가 87.15월보다 1.7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은 85.51.4포인트 하락했다제조업에서는 목재 및 나무제품(10.3포인트 하락), 금속가공제품(9.8포인트 하락) 등의 하락 폭이 컸다.

비제조업에서는 건설업(1.2포인트 하락)이 소폭 하락했고 서비스업에서는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서비스업(8.5포인트 하락) 등이 하락했다.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과 5월 연휴 효과 소멸 등으로 목재 및 나무제품,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서비스업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5월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복수응답)으로는 내수 부진(54.0%)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51.7%), 인건비 상승(43.4%), 업체 간 과당경쟁(39.4%) 등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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