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골프존은 MBK파트너스와 골프장 운영사인 골프존카운티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골프존카운티는 국내 필드 골프장 시장의 큰 손이 됐다.
2017년 골프존은 MBK파트너스와 골프장 운영사인 골프존카운티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골프존카운티는 국내 필드 골프장 시장의 큰 손이 됐다.

2016년이었다.  당시 김영찬 대표(창업주)는  자신은 물론 회사까지 몽땅 바꾸기로 결심했다. 당시 김영찬 대표의 나이는 70세였다.  프로골퍼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스윙폼부터 어프로치 자세까지 모두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과 같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백투베이직이었다.

김영찬 대표는 일단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문경영인한테 골프존의 일상적인 경영을 일임했다. 자신은 대주주로만 남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외적인 직함은 골프존뉴딘그룹 회장 겸 골프존 경영총괄 회장이다. CEO가 아니라 이사회 의장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골프존은 경영과 소유가 분리된 기업이 됐다. 이미 김영찬 대표의 아들이자 골프존의 공동창업자인 김원일 전 골프존 대표는 2013년에 회사를 떠났다. 지금은 소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예술인 후원에 전념하고 있다. 골프존의 거버넌스를 바꾸면서 동시에 골프존의 비즈니스 모델도 바꿨다.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로 변경

그때까지 골프존은 B2B 사업체였다.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로 유명하다. 정확하게는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점주들한테 스크린 골프 장비를 공급하는 제조업체였다. 노래방에 노래방 기기를 공급하는 금영이나 TJ와 사업 구조가 비슷했다. 바로 여기에서 김영찬 회장이 국감장까지 불려나가게 만든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장비 업체인 골프존 입장에선 스크린 골프 장비를 최대한 많이 파는 게 목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골프존 장비를 선호한다는 걸 알게 된 점주들은 앞다퉈 골프존 브랜드를 가게 상호 앞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인텔 인사이드처럼 골프존 인사이드가 됐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골프존 간판을 단 스크린 골프장들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좁은 골목 상권 안에 골프존 스크린 골프장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서 골프존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발생했다. 심지어 스크린 골프장 점주들은 골프존이 장비를 판 다음에도 장비를 업그레이드를 해준다는 명분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김영찬 회장이 국감장으로 끌려나간 이유였다. 이젠 골프존도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이 돼 있었다.

김영찬 골프존 대표
김영찬 골프존 대표

김영찬 회장은 골프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프렌차이즈 형태의 B2C 모델로 바꿨다. 스크린 골프장 점주들을 프렌차이즈 가맹점주들로 모셨다. 골프 장비만 팔고 마는 회사에서 골프 사업 모델을 파는 회사로 골프존을 바꿨다. 프렌차이즈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자연히 골프존 스크린 골프장 과밀화도 피할 수 있었다.

우후죽순처럼 점주들이 골프존 브랜드를 내세우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점주들끼리의 갈등도 줄었다. 2016년 국감을 계기로 일상적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김영찬 회장은 이때부터 골프존의 비전을 입버릇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골프 산업계의 구글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2022년 현재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부터 필드 골프장 운영 관리와 골프 장비 제조 그리고 유통까지 골프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사업을 수직계열화한 골프 왕국으로 평가 받는다.

도심 한복판 골프방 문화 선도

사실 골프존이 골프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건 스크린골프 비즈니스 모델을 B2B에서 B2C로 바꿨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크린골프 사업에서 필드골프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크린 앞에서 골프를 치는 소비자는 결국 골프장에 나가서 골프를 즐기게 돼 있다.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말하면 메타버스와 리얼리티가 골프로 연결되는 것이다. 골프존은 2000년대 골프방 유행과 함께 성장했다.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국내 골프장은 회원제였다. 약속된 사람만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소수 문화였다. 골프존은 도심 한복판에서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방 문화를 선도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골프를 치는 건 실제로 40대 중반 늦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한 김영찬 회장의 바람이기도 했다. 김영찬 회장 자신부터가 스크린 골프의 소비자였던 것이다. 자연히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할 수 있었다. 김영찬 회장은 골프존이 실제 골프장 코스를 완벽하게 재현하도록 만드는데 집착했다. 매출의 5% 가까이를 골프장 시뮬레이션 개발에 쏟아부었다.

골프사업 망라한 골프왕국등극

MBK파트너사와 합작 신의 한수

골프존카운티, 상장시장 대어 주목

눈에 보이는 화면만 똑같이 재현한 게 아니었다. 골프장의 경사로까지 똑같이 재현하는 스윙 플레이트 기술을 도입했다. 시각적 시뮬레이션을 넘어 물리적 시뮬레이션까지 시도한 것이다. 골프에 미친 김영찬 회장이 소비자로서 느낀 욕구를 그대로 제품에 녹여낸 것이다. 재능 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골프존이 스크린 골프에서 리얼 골프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건 스윙 플레이트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와 같은 골프를 재현하는데 집중하다가 결국 진짜 골프장 비즈니스와 마주친 것이다. 여기엔 MBK파트너스의 역할이 컸다. MBK파트너스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사모펀드다. 사모펀드 칼라힐에서 한미은행 인수를 주도했던 김병주 회장이 2005년 창업했다.

MBK는 김병주의 약자다. MBK파트너스는 무수한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코웨이와 홈플러스 그리고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과 중국의 뉴차이나생명이 MBK파트너스가 인수합병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계약건들이다.

MBK파트너스는 일본의 아코디아골프그룹을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아코디아골프그룹은 일본 골프장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선구자로 불린다. 170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바이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다. 잠재력이 큰 기업을 인수해서 경영을 혁신해서 더 비싼 값에 팔아서 차익을 노린다. 아코디아골프그룹도 그런 경우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2021년 아코디아골프그룹을 43000억원에 소프트뱅크측에 매각했다. MBK파트너스가 아코디아를 인수한 금액은 9000억원이 좀 안 된다. MBK파트너스가 얻은 시세차익만 34000억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는 골프존도 똑같은 방식이 가능하다고 봤다.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한 회사였다. 게다가 창업주 김영찬 회장은 대주주로서 이미 은퇴를 고려할 나이였다. 아들은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유명 골프장 13곳 줄줄이 인수

그런데 골프존은 MBK파트너스한테 회사를 팔기보단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017년 골프존은 MBK파트너스와 골프장 운영사인 골프존카운티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골프존카운티는 국내 필드 골프장 시장의 큰 손이 됐다. 전국의 골프장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국내 골프장들은 2016년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골프장 이용료를 법인카드로 대납해주면 큰 일이 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가뜩이나 국내 골프장들은 회원권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골프장의 평균 부채 비율은 4000%가 넘어가고 있었다. 골프존과 MBK파트너스는 골프존카운티를 통해 부실화된 골프장들을 줍줍하기 시작했다.

골프장 운영에 특화된 아코디아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려면 일단 양질의 골프장부터 확보해야만 했다. 전국의 유명 골프장들 13곳이 차례로 골프존카운티의 소유가 됐다. MBK파트너스의 자본과 골프존의 운영 노하우가 결합되자 다시 차례로 부실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엔 코로나도 한몫했다. 코로나로 골프장에 골프인구가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집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가 골프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된 골프존 골프장들은 비싼 회원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오락이 됐다. 이렇게 직영제로 운영하자 골프장 채산성도 좋아졌다. 골프장 사장들이 잔디 생육비며 식자재비며 이런 저런 식으로 암암리에 빼가던 영업이익이 온전히 본사 골프존카운티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골프존카운티가 상장 시장의 대어로 통하는 이유다. 기술주 거품이 꺼지면서 매출만 있는 기술 기업들의 주가는 추풍낙엽이다. 반면에 골프존카운티처럼 실제로 골프 그라운드를 딛고 서서 이익을 내는 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게다가 골프존의 유일한 경쟁사인 카카오VX2016년 골프존이 휘말렸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때문에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어렵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유명한 골프 마니아다. 카카오VX의 문태식 대표는 김범수 의장과 함께 한게임을 공동창업했다. 골프존이 골프를 기술로 접근한다면 카카오VX는 골프를 게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골프존이 실제 골프장과 똑같은 골프 경험을 원하는 헤비 유저 위주라면 카카오VX가 운영하는 프렌즈 스크린에선 골프는 오락게임과 비슷하다. 카카오 캐릭터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는 식이다.

그래서 프렌즈 스크린에는 특히 2030 MZ세대들이 몰린다. 골프존 고객들이 올드해진다면 이른바 골린이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VX는 장차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21년 카카오 그룹 전체가 사회적 견제 대상이 되면서 카카오VX의 공격 경영도 멈칫해졌다. 게다가 골프존은 카카오VX와의 특허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스크린 골프 시뮬레이션 기술을 둘러싼 두 회사의 공방전은 자존심 싸움과 점유율 싸움이 얽힌 대결이었다. 결과적으로 골프존이 이기면서 기술은 골프존이라는 브랜딩이 가능해졌다.

2000년 창업한 골프존은 22년만에 계열사만 47개까지 늘어났다. 2021년 기준 골프존의 매출은 11268억원에 달한다.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골프존그룹의 정식 명칭은 골프존뉴딘그룹이다. 현재까지 상장된 골프존뉴딘그룹의 계열사들인 골프존과 골프존뉴딘홀딩스 그리고 골프존데카의 시가총액은 다 합쳐서 15000억원이다. 여기에 골프존카운티와 골프존커머스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골프존뉴딘그룹 전체의 시가 총액은 3조원 이상이 된다. 골프왕국이 골프제국이 되는 것이다.

골프와 비즈니스는 닮았다. 18홀을 완주할 때까지 무수한 곡절을 거치게 된다. 고개를 쳐들면 망한다. 벙커에 빠질 수도 있다. 평정심을 잃거나 집중력을 놓치면 이기던 게임도 진다. 장타도 대단하지만 숏게임이 더 중요하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 김영찬 회장은 골프존 경영을 골프 라운딩처럼 경영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찾았다. 그래서 골프존이 홀인원할 수 있었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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