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도윤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회사가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회사의 채용 공고, 지원자의 이력서 제출, 회사의 채용시험 및 면접 실시, 회사의 최종합격통보, 채용 내정자의 서약서, 신원보증서의 제출 및 신체검사, 서면 근로계약 체결 및 교부, 근무 개시 등의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회사와 채용 지원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하는 시점은 , , , 중 언제일까? 이와 관련해 실제 있었던 사례를 살펴보자.

A회사는 19978월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낸 뒤 대학졸업자와 졸업예정자들로부터 채용신청서류를 제출 받아 심사했고, 10월경 면접 합격통보를, 11월경 최종합격통보를 했다. A회사는 1130일 입사 예정자 소집 간담회에서 채용 내정자들에게 12월부터 신입사원교육이 이뤄질 예정이고, 199846일까지는 근무가 시작될 것임을 고지했다. 그런데 A회사는 199711IMF 구제금융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도래하자 12월 예정돼 있던 교육을 연기했고, 19982월경에는 입사일정이 추후 다시 결정될 것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송부했으며, 1998611일 개최된 신입사원간담회에서 신규채용의 취소를 통보했다.

채용 내정자들은 법원에 A회사 근로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A회사가 199711월경 원고들에게 최종합격통보를 해줌으로써 원고들과 A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보아 A회사가 원고들에게 한 신규채용 취소 통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다만, 대법원은 위 해고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다고 보았다).

최종합격통보시 계약 성립

이후 채용 취소땐 해고 해당

결격사유 없으면 부당해고

위 판례는 비록 오래 전 사례이긴 하나 근로계약 역시 일반적인 매매계약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형식이나 절차 없이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만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낙성(諾成), 불요식(不要式) 계약임을 확인한 대표적인 판결로서 현재까지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회사의 채용 공고()근로계약 청약(請約) 의 유인(誘引), 지원자가 이력서를 제출하며 응시()한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 회사의 최종합격통보 내지 채용 내정 통지()는 비록 구두(口頭)일지라도 청약에 대한 승낙에 각각 해당하므로, 서면 근로계약의 체결이나 근무 개시 시점과 무관하게 회사의 최종합격통보로서 회사와 채용 지원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지원자에게 입사일을 특정해 통지하거나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와 같이 회사가 채용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근로계약이 성립한 이후 합격을 취소하는 것은 해고에 해당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며, 채용 내정자가 채용결격사유에 해당하거나, 중요 경력사항을 허위로 기재했거나, 채용 비리를 통해 채용됐음이 밝혀진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 없이 임의로 합격을 취소할 경우 부당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들 중에는 신체검사, 교육일정 등 합격자 발표 이후의 일정이 촉박한 나머지 면밀한 법적 검토 없이 실무자 선에서 문자·이메일·전화 등으로 합격 취소를 통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추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회사로서는 합격 취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채용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취소 사유가 확인됐는지, 합격 취소의 법적 성질이 무엇이고, 그 사유가 취업규칙상 해고사유 내지 채용취소사유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정식 문서로 합격 취소 내지 해고를 통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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