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특강·전 부처 각성 촉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을 열고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 부처의 각성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산업의 안보·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며 법무부 장관, 법제처장 등 비경제부처 수장에게도 반도체 열공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반도체의 이해 및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20분 가량 특강을 진행했다. 국무회의에서 특강이 진행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으며, 이 장관은 이날 설명을 돕기 위해 과거 연구실에서 직접 사용하던 반도체 웨이퍼와 포토마스크도 들고 나왔다.

특강이 끝난 뒤에는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 간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모두가 첨단 산업 생태계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알아야 한다오늘 강연은 사실 쉬운 것이었는데 각자 더 공부해 수준을 높여라. 과외선생을 붙여서라도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브리핑에서 전했다.

과거 얽매인 교육부 필요없다

창조적 파괴·혁신 거듭 주문

디지털인재 100만명 육성 가속

과감한 대학규제 완화 급물살

앞선 정부들이 중화학공업, IT·통신 등 발판을 마련해 성장해온 만큼 윤 대통령도 경제 안보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산업을 통해 글로벌 선도국가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고자 하고 있으며,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을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를 보유한 평택(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대한민국을 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이 포기할 수 없단 것을 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첨단 인재 양성 위해 패러다임 바꿔야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데 강조점을 뒀다. 윤 대통령은 지식산업의 핵심은 휴먼 캐피털인데 우리나라가 더 성장하고 도약하려면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인재 양성이 가장 절박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밝혔다. 특히 주무 부처인 교육부를 콕 집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첨단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현 교육 시스템이 과거의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다며, “예전 것은 다 버려라”, “그런 교육부는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거듭 주문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전 교육부와는 다른 기준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갈등을 풀고 도약·성장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선 과학기술밖에 없다. (과학기술에)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통해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사회·경제 갈등을 풀기 위한 열쇠로서의 과학기술 중요성도 역설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거론된 교육 개혁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새 정부 국정과제로 제시된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과도 연결돼 있다.

 

수도권 대학정원 등 교육규제 완화 전망

새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는 반도체 특성화대학을 지정하고 관련학과 정원 확대를 검토한다는 구상이 제시돼 있다. 이는 새 정부 정책기조인 규제개혁과 맞물려 수도권 대학 정원 등 과감한 대학규제 완화가 교육개혁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학과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 정원 확대는 대학과 만성적인 관련 인력 부족을 호소해온 산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과제로 현재 수준으로는 향후 10년간 총 3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기업들과 채용조건을 계약한 주요 7개 대학의 2023학년도 반도체 학과 신입생 모집 인원은 360명 수준이며, 기업 계약학과가 아닌 반도체 학과까지 포함해도 입학 정원은 약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집계한 지난 2020년 반도체 업계 인력 부족 현황도 1621명으로 고졸 부족 인력이 894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사 362, 전문학사 316, 석사 40, 박사 9명 등이었다. 이날 당초 1시간 남짓 예정됐던 국무회의는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면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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