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해 중소기업뉴스는 3회에 걸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와 <중소기업 ESG 전략>을 연재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2007년부터 사회적 가치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연구해왔다. 주류 경제의 부작용을 풀어가는 대안경제와 노동과 복지, 교육 등 사회 의제를 발굴하고 기사와 보고서, 포럼을 통해 공론화하고 있다.

 

조현경(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 수석연구원)
조현경(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 수석연구원)

이니셔티브(initiative)어떤 주제에 대해 논의를 이끌어가거나 문제를 해결해가는 주도권과 자발적인 계획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손꼽히는 곳은 UN이다.

그래서 ‘ESG 이니셔티브라고 하면 ESG와 관련한 주제로 다양한 논의를 하고 그 실천방안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협의체이자 기업들의 행동강령 또는 가이드라인 형태의 자율규범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해할 수 있다.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ESG 이니셔티브의 대부분이 가이드라인과 함께 평가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곳은 대개 대기업으로 국한된다. 중소기업은 데이터 확보와 검증, 보고서 작성 등이 수반되는 ESG 이니셔티브에 대응할만한 전문인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한다거나 별도의 투자와 에너지를 투입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ESG에 대한 관심을 늦출 수 없는 것은 사회적 효용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거래관계에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SG 이니셔티브 대응은 고객사와의 거래관계에서 거래가 중단되는 일을 사전에 예방하는 리스크 관리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중소기업이 주목해야 할 대표적인 ESG 이니셔티브는 공급망의 사회적·환경적·경제적 성과를 평가하는 에코바디스(EcoVadis)’를 꼽을 수 있다.

에코바디스의 경우, 여타 ESG 이니셔티브와 달리 소규모 기업들이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경 노동관행 공정한 비즈니스 지속가능 조달 4개 분야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160개국 약 200개 산업의 약 75000여개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특화돼 있는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중소기업이 에코바디스의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것은 해외진출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는 일로 연결될 수 있다.

에코바디스가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지난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ESG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공급망 실사는 기업이 전 공급망에 연결된 납품·협력기업의 인권과 환경에 대한 침해 여부를 조사해 문제를 발견할 경우 이를 개선한 뒤 해당 내용을 투명하게 공시하라는 제도다.

자발적 ESG경영이 생존 열쇠

대응 미뤘다간 거래단절 우려


EU, 공급망 ESG 실사 의무화

에코바디스플랫폼 활용 주목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ESG 이니셔티브 대응이 납품계약 체결의 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이점 뿐 아니라, ESG를 관리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 당사자 뿐 아니라 거래하는 기업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산업의 ESG 이니셔티브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이미 해외 주요 거래처에서는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ESG 이니셔티브를 통해 공급망의 ESG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SASB(Sustainabl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는 지속가능성을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는 기업활동으로 정의하고, 이런 활동을 측정·관리·보고하는 것을 지속가능성 회계로 규정했다.

SASB의 특징은 77개 산업 부문별로 공시기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 및 개인용품 산업용 기계 상업은행 전력발전 주택건설 철강제조 전기 및 전자장비 투자은행 및 중개 하드웨어 화학 등 10개 산업의 공시 기준은 지난 해 11월 금융위원회가 제공한 국문 번역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기전자 산업 공급망에 속한다면,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책임감 있는 산업 연합)’에 눈길을 돌려보자.

최근엔 내연기관이 전기전자로 진화하면서 자동차나 항공 산업 등 분야에서도 RBA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RBA는 산하 협의체로 RLI (Responsible Labor Initiative·책임감 있는 노동 이니셔티브), RMI(Res ponsible Minerals Initiative·책임감 있는 광물 이니셔티브) 등 산하 협의체를 두고 있어 원자재(광물) 수급이나 제조 과정에서의 노동관행 준수 분야에 특화돼 있는 ESG 이니셔티브라 할 수 있다.

ESG 관리는 규제의 영역에서 중소기업에 부담을 줄 수도 있지만, 성장의 맥락에서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차분히 준비해 적기에 대응하려면, 자신이 속한 산업이 어떤 ESG 이니셔티브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특화영역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산업별 ESG 이니셔티브 외에도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에 속해있다면 Drive Sustainablility, 철강산업은 Responsible Steel, 면화·의류산업은 BCI(Better Cotton Initiative)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첫걸음부터 숨 가쁘게 진화해가는 ESG 이니셔티브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활동을 펼치긴 어렵다. 결단을 통해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고 혁신적인 과제를 만들어내는 접근방식도 좋다.

하지만, 기존의 내부 개선활동을 ESG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방향을 재정립해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을 출발선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기업의 ESG 경영 활동이 규제 회피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의 기회를 만들고 문화로 정착해나가기 위한 신중하고 긴 호흡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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