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민의힘은 ‘1호 법안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17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개최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토론회에서 관련 제도 도입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한 약속의 후속조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4납품단가 연동제 중소기업계 민생현안 간담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조기 도입을 위해 이미 발의돼 있는 개정안을 원내대표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17일 이영 중기부 장관 주재로 첫 납품단가 연동제 TF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입법에 착수했다. 2008년부터 공회전만 거듭하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추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여야정 모두가 제도 도입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민간 계약으로 결정하는 납품단가에 정부가 개입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시 대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거래처와 계약을 맺거나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 단체 등이 반대하는 것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경제자유 보장을 위해 국가에 규제와 조정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고,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은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불공정거래 제재 등 제도적 수단을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에게 정당한 값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시장실패의 대표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계약의 공정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연동제 도입을 꼽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따라서 대·中企간 불공정거래 개선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인 것이다.

또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으로 대기업이 해외로 거래처를 이전할 것이라는 주장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수입으로 인한 운송비 등 거래비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상황을 고려한다면 거래처 해외이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원자재 가격 급등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공급처의 원가상승 요인인 만큼 해외 거래처 이전으로 원가 상승분을 회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혁신 의지가 줄어든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2020KBIZ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납품단가 반영을 받은 기업군이 그렇지 않은 기업군에 비해 순이익, R&D 집약도 등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최소한의 납품단가가 보장돼야 투자 여력이 증대되고 혁신이 유발돼 경쟁력 제고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화물연대 사태 피해까지 겹치며 중소기업계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더불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대해 여야정 모두 의견 일치를 보인 만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도산 위기에 몰려 납품단가의 제값을 요구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호소를 다시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야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관련 법안을 새정부 출범 첫 국회의 1호 법안으로 통과시켜 대한민국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를 688만 중소기업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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