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만에 정책금리(기준금리)0.75%포인트나 한꺼번에 올리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5%를 넘은 상황에서, 한두 달 내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현실로 나타나면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은 한은이 연말까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빅 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415(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0.75%포인트 올렸다.

이런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현재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크다는 뜻이다.

더구나 연준은 몇 차례 더 자이언트 스텝 또는 빅 스텝을 밟을 전망이다.한은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금리인상 폭이 일반적(common)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음(7) 회의에서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했다.

연준, 추가 자이언트 스텝 시사

외투 이탈, 물가상승 가속 우려

현실화하면 연말 2.75% 유력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다음 달 미국이 빅 스텝만 단행해도 오히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가 줄어들면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한은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탈)으로 미뤄 한미 기준금리 역전만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 유출입은 대외 금리차의 영향도 받지만, 무엇보다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소비 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등 우리나라 펀더멘탈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자이언트 스텝이 실현되고 추가 자이언트 스텝 또는 빅 스텝까지 예고된 만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자 시장의 전망은 대체로 금통위가 연내 최소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 연말 2.50%에 이르는 시나리오로 모였다. 하지만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연말까지 나머지 네 차례(7·8·10·11)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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