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면 학생답게 행동해야지.’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과 어른들에게 들었던 훈계 중 기억에 남는 말의 하나다. 그때는 그저 공부 열심히 해라의 업그레이드된 어른들의 잔소리 정도로 받아들였다.

물론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학생답게를 주문하면 받아들이기보다 학생답다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아무튼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인생의 경험은 답다는 것의 본질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어느새 감사로서 감사인 역할을 한 지가 두해 반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두 번의 내부 감사를 진행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내부 감사라도 정책결정이나 경영관련 큰 그림은 위원회나 이사회와 같은 공식절차를 거쳐 의사 결정되기 때문에 일상감사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감사는 규정과 관례를 가이드라인으로 해 실무자들의 업무수행 방식을 점검한다. 주기적으로 업무를 확인하고 점검하지만 비슷비슷한 지적사항들은 쉬는 해 없이 항상 발생한다.

매뉴얼 따른 행정처리 바람직

현실성 없는 규정은 개정 필요

자의적 통큰 일처리절대 금물

감사에서 지적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관련 규정에 맞지 않게 업무를 처리했다든지, 표면적으로는 규정에 맞춰 처리했지만 내용적으로 부당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일정규모 이하의 소액규모 조달의 경우 비교견적에 의해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수의 견적서를 받아서 조건과 견적금액에 우위가 있는 제안자와 계약하면 된다. 간단해 보이지만 소액이다 보니 규정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수의계약 하는 경우가 매년 발생한다. 어떤 때는 복수 견적서를 받는 절차는 지켰지만, 실질적인 비교가 아니고 일종의 들러리 개념으로 견적서를 받은 듯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도 있다. 내용적으로 보면 둘 다 오십보백보인양 비슷해 보이지만, 감사하는 입장에서 전자의 경우는 지적사항이 되지만 후자의 경우는 지적하지 않는다. 행정은 절차의 정당성이 중요한 분야인지라 규정된 절차를 지킨 경우에는 물증 없는 의심만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규정과 현실에 괴리가 있어 규정 따로 실무 따로, 따로국밥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다. 총회 의결 요건 등 각각의 조합업무를 감사할 때에도 자주 발견되는 사례다. 현실적으로 지키는 것이 곤란하거나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경우에는 규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현실에 맞춰 규정을 현행화하도록 실무부서에 시정 의견을 보내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두 가지 범주 모두 이행이 어렵거나, 별도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복잡한 사항이 아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소소한 규정이라도 챙기고 절차에 맞추려는 태도와 인식만 있으면 지적될 일은 없다. 규정에 맞게 행정 처리를 하든지, 현실성 없는 규정은 제·개정해 매뉴얼대로업무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 될 일이다.

올해 진행 중인 감사에서도 역시 작년과 다르지 않은 지적사항을 보면서 담당자의 담당자다움감사인의 감사인다움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필자 역시 실무자 시절이 있었다. 돌이켜 보건대 당시에는 소소한 규정이라도 지키려는 노력보다 업무를 편의적으로 해석해서 일을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실무자답지 않은 실무자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던 시절이다.

소소한 규정 위배로 지적 받는 직원들을 보면 젊은 시절의 나를 보는 듯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은 머릿속에만 있을 뿐, 오늘도 꿋꿋이 주의와 경고를 보내고 시정을 요구하는 문서에 서명한다. 감사는 감사다울 때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과 책임을 다할 수 있다. 담당자가 담당자답지 않게 규정과 절차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통크게 일처리를 하면 주의와 경고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경순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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