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6,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됐다. 그중 가장 기대가 되는 정책 방향 중 하나가 바로 기업승계 활성화정책이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1세대 중소기업인들의 은퇴가 임박한 시점이기에 기업승계 제도개선은 중소기업계 최대의 관심사였고 숙원과제였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기업승계 활성화 정책은 납부유예 제도 신설 통한 가업상속공제와 선택 적용 사후관리기간 축소(75) 및 요건 완화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의 가업상속공제 수준으로 확대 적용대상 확대(매출액 기준 40001조원) 등으로 매우 전향적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웠던 것이 기업승계 세제 활용의 장벽으로 작용해왔던 사전·사후 요건에 대한 개선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또 허울만 좋은 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이에 이날 경제정책방향 발표자리에 참석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최대주주 지분율 개선, 업종변경제한 폐지 등의 요건 완화가 우선돼야 함을 재차 강조했고, 다행히도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추가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중소기업계는 제도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새정부의 기업승계 정책은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국회의 동의 없이는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기업승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까닭은 바로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라고 오해하는 대중정서를 의식해 여야가 견해차를 보여서였다.

그 결과 오히려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늘어나 제도 활용건수가 연평균 100건이 안 될 정도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는 제도가 됐다. 이번에도 중소기업계는 정부 정책이 실제 작동되기까지 과거와 동일하게 국민정서를 이유로 표류하고 누더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미 여야의 정책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 대표는 가업을 승계하는 기업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 설비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고 같은 자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가업상속이 기술·고용의 대물림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제조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은 100년 넘는 장수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구 13000명에 불과한 독일의 소도시 슈타인에 위치한 문구회사 파버카스텔은 260년 넘게 전체 시민의 10%에 달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해마다 연필 생산량보다 더 많은 나무를 심어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는 기업으로, 8대에 이르고 있는 대표적인 승계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장수기업은 주로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은 후세대의 책임경영을 통해 탄생하고 있고, 이 기업들이 국가와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는 파버카스텔과 같은 장수기업을 안정적 일자리 창출의 근원으로 보고 승계를 통한 장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일컬어지는 3현상을 겪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비상경제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는 등 어느 때보다도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은 상황이다. 장수기업들은 숱한 위기를 거쳐 성장한 기업들이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원활한 기업승계를 지원하겠노라고 앞다투어 밝힌 만큼 안정적인 기업승계 지원을 통해 위기에도 견딜 수 있는 장수기업을 육성해 우리 경제의 활력이 꺼지지 않도록 이번에는 확실한 제도개선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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