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호(편의점주 / 작가)
봉달호(편의점주 / 작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최저임금 미만율이 15%쯤 된다. 전체 근로자 2100만명 가운데 320만명 정도가 법정 최저임금 이하로 급여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이 54.8%로 가장 높고, 숙박음식업(40.2%)이 뒤를 잇는다.

이런 통계를 접할 때면 적잖은 사람들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악덕 자영업자들이라고 욕한다. “그런 한계 점포는 빨리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 낫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옳은 말씀이다. 사정이 어찌 됐든 사회적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능력이 없으면 애초에 사업을 하질 말았어야지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단순하기만 할까?

우리나라 자영업자 숫자는 약 5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25%에 이르러 OECD 회원국 가운데 4~7위 수준으로 높다. 6~10% 비율인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에 견주면 대단히 후진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자영업자 비중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말은 쉬운데, 왜 그게 어려울까?

쉬운 이야기부터 하자.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상인을 한계 자영업자라 정하고 시장에서 퇴출시킨다고 하자. 그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갈까? 죽든 살든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라고?

다른 통계를 보자. 우리나라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2.2%G5국가 평균(56.8%)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청년들의 경제활동참가율(46.4%)G5국가 평균(62.5%)16%p 격차가 벌어진다. 여성 고용률은 또 어떤가. OECD 평균(59.0%)보다 낮고(56.7%), 특히 35~3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60.5%)은 터키, 멕시코 다음으로 낮게 나타난다.

여성과 청년 가운데 절반가량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데, 한국의 군 복무 제도나 보수적 사회 환경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이런 상황에 한계 자영업자들을 퇴출시켜 무작정 고용시장으로 내몬다? 아비규환의 통곡 소리가 한반도에 메아리칠 것이다. 일말의 현실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무책임한 발상을 하면 안 된다.

좋든 싫든 자영업자들은 한국의 고용시장에 충격을 흡수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많은 것은 복합적 이유가 얽혀있지만,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한국인들의 끈질긴 생존 본능이 한 몫을 차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저 일하기 싫어, 남 밑에 꿇리기 싫어 자영업자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외제차 굴리고 호의호식하면서 직원들에게는 임금을 체불하는 악덕 자영업자도 물론 있겠지만, 최저임금 미만으로 급여를 주는 자영업자의 99.9%는 정말로 줄 수 없어그러는 경우에 해당한다. , 이들을 퇴출시켜 어디로 보낼 것인가. “최저임금조차 주지 못할 정도면 아예 직원을 두지 말고 네 몸으로 버티라고 독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나마 그러한 일자리조차 잃은 직원들은 또 어디로 갈까.

애초에 산업구조 자체가 탄탄하지 않고 대기업-중소기업-영세기업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데, 능력 없는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은 낙오해도 좋다는 식의 정책이라면 결국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 높이뛰기를 하더라도 넘을 수 있을 정도의 허들을 만들어놓고 실력을 배양하도록 도와야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높이를 설정해놓고 넘어! 못 넘으면 나가!’라는 식이면 결국 그 종목의 미래만 황폐화된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 추이가 꼭 그렇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가장 낮은 업종은 정보통신업으로 2% 미만이다. 알다시피 그 업종은 시급을 5만 원으로 올린 데도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을 것이다. 현실이 꼭 그렇다. 업종간 임금 격차가 현격해 최저임금제 자체가 의미가 없는 업종이 있는 반면, 고용주의 절반가량이 최저임금을 줄 수 없는 업종도 있다. 그럼 이제는 한계 업종을 퇴출시키자고 주장할 사람들이 나타날 시간인가.

농림, 숙박, 음식업, 도매업 없이 정보통신업 만으로 이 나라 국민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 결국 해답은 업종별로 허들의 높이를 따로 설정해 따라갈 수 있을 만큼현실을 인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설정하면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신다. 세상 어떤 자존심도 일자리가 없어 굶주리는 고통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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