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
김세종 -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여건이 급변함에 따라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 개인 및 기업파산이 급증하고 조직자본의 손실, 대면 서비스 제한에 따른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효과 등을 경험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원자재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마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돈을 풀어서 경기부양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신정부는 경제활력을 규제개혁에서 찾고자 한다. 그동안 규제개혁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규제 강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여러 부처에 걸쳐있는 이른바 덩어리 규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역대 정권이 나름대로 규제개혁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규제 전봇대 뽑기나 손톱 밑 가시 뽑기 등과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현재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개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올리는 규제개혁은 피로감만 증대시킬 뿐이다. 규제개혁이라는 대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이유로 규제개혁을 외면하는 장면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ICT 기반의 융복합 제품이 대세를 이루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규제체계는 여전히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ICT 기반의 신기술을 활용한 세상에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된다 해도 각종 인증제도, 규격 등으로 인해 시장에 출시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인 뉴코애드윈드(New Korea Ad Wind)가 국내 규제로 인해 중동행을 택했다는 뉴스는 규제 허들을 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신정부도 덩어리 규제를 해소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여러 부처에 걸쳐있는 핵심 규제나 덩어리 규제는 부처 칸막이 허들을 넘기 어렵고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담당 공무원의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기술변화에 뒤처진 낡은 규제,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덩어리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덩어리 규제나 신기술 관련 규제개혁에 성과를 거둔 담당 부서나 공무원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도입, 부처간 공무원 교류 확대 등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2019년 도입된 규제샌드박스에 대한 그간의 성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규제샌드박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강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협업도 중요하다. 지자체는 기업활동의 최일선에 만나는 규제기관이다. 최근 지자체의 행정규제에 힘들어하는 기업인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모든 지자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업육성 의지를 희석시키는 경우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개혁에 적극적인 지자체에 대해서는 재정사업 우대 등을 통해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지자체 간 경쟁체제를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국회의 협조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규제의 품질관리가 가능하도록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가의 자문이나 사전심사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정부가 해묵은 규제개혁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국회와 행정부, 지자체의 의지와 실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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