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이 입증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온라인 주문 배달 음식 시장의 규모는 2배 이상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미크론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22월 기준 온라인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2443억원이었다. 코로나 직전이었던 20202월 기준 11353억원에 비해 2배가 커졌다.

이렇게 시장은 커졌지만 정작 음식을 배달해줄 라이더의 공급은 수요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통계청에서 추산하는 소화물전문운송업 종사 배달원수는 아직 20만명이 못 된다. 급성장하는 음식배달 시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그나마도 쿠팡이츠와 배달의 민족이 단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달 라이더의 숫자가 더 부족하게 됐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니 배달료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건당 3000원 정도의 배달료는 말할 것도 없다. 음식점 자영업자도 건당 3000원꼴의 배달용역비를 지불한다. 게다가 장마나 폭설처럼 배송이 지연되는 상황에선 할증료까지 붙는다. 이쯤 되면 음식 배달비가 음식값보다 더 나올 판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도로에선 서둘러 음식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곡예운전을 한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202112월 배달 라이더 56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7%가 배달 업무 중에 교통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가 배달 재촉을 할 경우엔 사고 확률이 두 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의 민족은 이미 배달을 시키는 민족과 배달을 하는 민족으로 나뉘었다. 배달을 시키는 민족은 비싼 배달료가 부담이다. 배달을 하는 민족은 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배달은 언제부턴가 민족 상잔의 비극이 돼버렸다.

 

라스트 마일 배송의 게임체인저

뉴빌리티는 배달의 민족의 배달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다. 방책은 자율주행로봇이다. 자율주행은 물류배송에서 최종 승부처다. 특히 음식 배달처럼 라스트 마일 물류 배송에선 게임 체인저다.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가 일찍이 테슬라에 통 큰 배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테크놀로지가 사람과 물건을 최종 목적지까지 운반하는 라스트 마일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춰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라스트 마일은 사람과 물건이 이동할 때 목적지에 도착하는 마지막 단계를 말한다. 먼 거리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한꺼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 비행기나 기차를 생각하면 쉽다. 당연히 단위 거리 당 이동 비용이 N분의 1로 나눠져서 줄어든다.

라스트 마일은 반대다. 이땐 사람이든 물건이든 단위 거리 당 각각의 이동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택시비가 비싼 이유다. 쿠팡이츠나 배달의 민족의 단건 음식 배달료가 오르는 이유다. 라스트 마일은 택시 플랫폼이든 음식 배달 플랫폼이든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접촉면이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결정한다. 비용이 오르고 배송이 늦으면 소비자는 당장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 십상이다. 캐시 우드가 자율주행이 라스트마일 혁신이라고 보는 건 비용을 확실하게 낮추고 시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뉴빌리티가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이름은 뉴비. 뉴비는 바퀴 달린 아이스박스처럼 생겼다. 로봇이라고는 하지만 SF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형 안드로이드와는 거리가 멀다. 뉴비는 배달이라는 목적에 최적화해서 설계됐다. 적재 중량은 25킬로그램에서 40킬로그램 정도다. 음식이나 간단한 생필품 배달 정도는 거뜬하게 해낼 수 있다. 뉴빌리티는 38대 정도의 뉴비를 운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뉴빌리티, 자율주행로봇 출시

배달시장서 싸고 안전한 물류혁신 견인


구내식장·편의점·골프장에서 진가 발휘

글로벌 빅데이터 확보, 해외진출 승부수

우선 편의점과 골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골프장에선 필드에서 골퍼들이 주문한 도시락이나 음료를 배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222월 말부터 3개월 동안 서울 서초아이파크 아파트 인근 세븐일레븐에서 물품 배달에 쓰였다.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안에서도 치킨 배달을 했다. 배달 주문을 한 이용자는 뉴비가 도착하면 QR인증을 하고 뉴비의 뚜껑을 열어서 물건을 꺼내면 된다.

뉴빌리티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뉴비’
뉴빌리티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뉴비’

그런데 뉴비에는 라이다가 아니라 카메라가 달려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든 자율주행로봇이든 자율주행기술의 표준은 라이다다. 레이다는 전파의 반사를 이용해서 물체를 식별한다. 라이다는 레이저의 반사를 이용한다. 물론 테슬라는 라이다를 넘어 자동차가 정말 사물을 보는 테슬라 비전이라는 테크놀로지를 개발했다.

최첨단인만큼 고가다. 뉴비는 비전이나 라이다 심지어 레이다도 아니고 카메라를 이용했다. 카메라는 자율주행기술 중에선 초급반에 해당된다. 스타트업인 뉴빌리티도 카메라를 이용한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하는데 2년 정도 걸렸다. 뉴빌리티의 자율주행기술은 다른 자율주행 테크 회사들에 비하면 비교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카메라에 기반한 뉴비의 경쟁력은 다른 것이다.

라이다에 기반한 무인 로봇은 센서 가격만 1000만원이 넘어간다. 로봇 자체의 가격은 수억원 대를 호가하게 된다. 편의점 배달이나 음식 배달을 시키기엔 너무 비싸신 몸이다. 반면에 카메라에 기반한 뉴비의 센서 가격은 100만원 이하다. 가격 경쟁력이야말로 뉴비의 비교 우위다.

 

테슬라·배민 틈새시장 공략

뉴빌리티는 스스로를 자율주행로봇 제조사로 정의하지 않는다. 뉴빌리티는 로봇을 이용해서 배달의 라스트 마일을 혁신하려는 회사다. 뉴빌리티한테 뉴비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사실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도 2016년에 배달 로봇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추진한 적이 있었다. 개발 비용 등의 문제로 유야무야됐다.

테슬라나 보스톤 다이나믹스처럼 앞서 가는 로봇 기술 기업들은 오히려 음식 배달의 마일리지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 개발비는 감당할 수 있지만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뉴빌리티는 그 사이에 있다. 기존 음식 배달 플랫폼이 하지 못하고 기존 로봇 개발사들이 하지 않는 라스트 마일 시장에서 물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뉴빌리티는 자율주행로봇이라는 보이는 서비스 뿐만 아니라 뉴비고라고 불리는 근거리 로봇 배달 플랫폼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2022년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뉴비고는 소비자가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무엇이든 배달시킬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편의점 인근에 대기하던 뉴비가 뉴비고를 통한 주문을 받고 필요한 장을 봐서 소비자한테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뉴비고와 뉴비의 네트워크로 뉴빌리티는 건당 배달비용을 1000원 이하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3분의 1 이하로 배송료가 주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지불하는 배달용역비까지 고려하면 6분의 1 이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최소 주문액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배달을 시킬 수 있게 된다. 틈새 배달 시장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 정도 비용감소와 총량증가라면 라스트마일 혁명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뉴빌리티는 현재 38대인 뉴비의 운영 대수를 올해까지 500대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 2023년까진 1000대가 목표다. 일단 실탄은 마련했다. 20224월까지 23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엔 삼성웰스토리와 IMM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그리고 퓨처플레이와 윤민창의투자재단 등이 참여했다. 투자규모도 적지 않지만 투자사들이 결국 뉴빌리티의 뉴비 서비스의 잠재적 고객사라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삼성웰스토리는 삼성그룹의 구내식당과 식자재유통을 전담하는 계열사다. 삼성그룹 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만큼 매년 매출 1조원에 영업이익 1000억원을 기록하는 알짜다. 삼성웰스토리는 사실상 뉴빌리티의 시리즈A 투자를 주도하다시피 했다.

사실상 삼성웰스토리의 첫 번째 외부 투자다. 삼성웰스토리가 삼성그룹 구내 식당들과 골프장 등에서 뉴비를 활용한다면 뉴비 역시 삼성그룹 역내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이미 골프장 등에서 뉴비를 활용하고 있다. 윤민창의투자재단은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이 운영하는 벤처투자사다.

뉴빌리티 초창기부터 씨드 투자를 했었다. 메가스터디의 학원 시장 역시 삼성그룹처럼 뉴비한텐 유리한 역내 시장이다. 편의점과 음식점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B2C 시장이 목표지만 뉴비는 이미 구내 식당과 학교 식당과 골프장 같은 B2B 시장에서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한 상태다. 난제는 자금이나 수요가 아니다. 규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로봇은 보행자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인도로 다녀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차도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라스트 마일 배달은 차도와 인도와 복도를 모두 거쳐야 이뤄지는 서비스다. 뉴빌리티는 뉴비의 시험 서비스를 하는 것조차도 복잡한 규제 방벽을 뚫어야만 했다. 그나마 2023년까지 적용되는 규제샌드박스 덕분에 강남 3구에서 뉴비 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다.

정작 자율주행로봇인데도 사람이 옆에서 따라다녀야만 했다. 뉴비 같은 로봇 서비스는 MZ세대 소비자들한텐 먼저 환영받을만하다. MZ세대 소비자들이 주로 뉴비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곳은 한강고수부지 같은 공원이다. 치맥 파티를 할 때 배달을 받고 싶어 한다. 정작 뉴비는 한강고수부지 공원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여기선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로봇이 소비자의 총배달비용을 낮춰주려면 한국에선 우선 길부터 뚫어야 한다.

 

나사 주최한 경진대회서 우승

뉴비가 일찍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만 해도 이미 배달 로봇 천지다. 미국의 20개 주가 이미 2017년부터 로봇을 보행자로 인정했다. 덕분에 미국에선 지오펜스가 있는 지역 안에선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오펜스는 GPS에 의해 작동되는 가상의 경계망이다. 공유스쿠터의 진입 금지 구역이 대표적인 지오펜스다. 미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나가고 있는 글로벌 자율주행 배달 로봇 1위는 스타십 테크놀로지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상용화했다.

뉴빌리티의 벤치마크다. 스타십 테크놀로지도 뉴빌리티처럼 미국 회사가 아니다. 스타십 테크놀로지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작은 소국 에스토니아 스타트업이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규제 장벽은 있지만 배달인건비가 비싼 만큼 틈새가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은 센서가 카메라든 라이다든 주행 빅데이터 확보가 승부처다. 인공지능이 주행 빅데이터를 학습해서 자율주행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로봇의 성능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만 머물게 아니라면 가능한 빨리 글로벌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은 교통체계도 복잡하고 지도상의 건물 오차도 커서 자율주행 체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나라다. 오토바이 배달 사고가 유독 많이 나는 건 한국 도시 지형의 특수성 탓도 크다. 어렵게 규제의 벽을 넘어도 교통체증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라스트 마일 혁신을 꿈꾸는 뉴빌리티한테 해외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뉴빌리티의 창업자이자 CEO는 올해 스물네 살의 이상민 대표다. 이상민 대표는 5번의 피벗팅 끝에 뉴빌리티를 창업했다. 5번의 실패 끝에 프로덕트 마켓 핏을 찾아냈단 뜻이다. 이상민 대표가 이렇게 일찍 창업에 뛰어들게 된 데는 나사가 주최하는 우주 경진 대회에서 우승한 인연이 컸다. 천문우주학과에 다니던 이상민 대표는 나사 콘래드 챌린지에 원심력을 응용한 우주 변기를 출품해서 1등을 했다.

이때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과 인연이 닿아서 5000만원의 엔젤 투자를 받았다. 이 돈으로 친구들과 창업을 거듭 도전했다. 대학생 신분인만큼 월급조차 받지 않았다. 이상민 대표가 회사에서 월급을 받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뉴빌리티가 회사다운 회사가 된 이후부터다. 이상민 대표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30대 이하 리더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우주의 변기 문제를 해결하던 대학신입생은 불과 5년만에 지구의 배달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맨이 됐다. 배달의 민족의 자랑이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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