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선 매년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한다. 코로나 이후 업계의 현실은 아직 조사 중이라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 없지만, 이미 현장에선 엄청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피부로 와 닿는 식당동네를 살펴보자. 우선 일할 사람이 없다. 손님이 있고 없고 따지기 이전에 일손이 없다. 몇 달 전에 가봤던 어느 지역 노포는 홀과 주방 인원의 대부분이 외국인이나 귀화자였다. 머리가 노란색인 서구계열의 이주민 직원도 보였다. 전통적으로 지방의 지역사회는, 빠져나간 젊은 층을 대신해서 이른바 이모(연세 있는 여성 노동자)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는데, 그들 마저 고령화되자 대체할 사람이 없어졌다.

한때 조선족 동포 여성이 메웠으나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식당의 보조 업무에서 떠나갔다.

대학이 있는 지역사회의 경우 유학생의 손이 아주 요긴하다. 동포가 아닌 외국인인 경우 언어가 문제인데 유학생들은 기본적인 언어가 가능하므로 이 부분도 유리하다.

다만, 학생이므로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근무하고 있어서 원천적인 노동력 문제 해결은 아니다. 더구나 그들의 주 국적은 베트남, 중국 등인데 그들의 오리진이 있는 식당이 속속 문을 열고 있어서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래저래 식당의 노동력 문제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더욱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일하기 어렵거나 선호하지 않는 식당 업종(고급 식당 등)에선 구인이 더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통계가 말해준다. 서울의 경우 최근의 통계로 보면 대략 인구 122명당 식당이 1개씩이다. 이런 문제는 예견된 것이다. 식당 숫자는 줄지 않는데 일할 사람은 줄었다.

서울 인구는 쭉 1000만명 선인데 일할 사람이 왜 없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중 다수가 노인이다. 인구는 같은데 노령인구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필자는 1964년생인데 그때 고3의 수능(당시 학력고사) 수험 응시 숫자가 70만명 선이었다. 당시는 실업계 출신들은 다수가 수능을 보지 않고 바로 취업에 들어갔는데도 그 정도 숫자다. 고교 졸업생의 거의 100퍼센트가 응시하는 요즘인 2021년 수능 응시 숫자 중 재학생은 36만명이었다.

대한민국의 2020년대 출생인구는 20만명 대다. 1960년대생은 100만명이 훌쩍 넘었었다. 반토막이 아니라 4분의1토막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 1980~90년대생이 60만명 미만이다. 식당 숫자는 늘고 일할 사람은 적으니 당연히 일손이 부족할 수밖에.

식당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분명하다. 첫째, 1인 식당이 늘고 있고 더 늘어날 것이다. 대우 좋은 직장의 숫자는 적고 자영업 진출은 더 늘어난다. 자영업의 다수는 식당이다. 버티려면 1인 식당이 유리하다. 통계도 그런 현실을 말해준다. 1~2인 식당이 늘고 3~4인 식당이 준다. 가장 보편적인 식당의 인원수가 3~4인이었는데 이 부분이 홀쭉해지고 있는 것이다.

보통 식당 창업의 소박한 꿈은 1인 가게를 열어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유럽처럼 1개월 쯤 여름휴가를 가는걸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식당이나 카페를 창업할 때 그런 사람이 많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속적으로 문을 열지 않으면 단골 관리가 어렵고, 임대료가 세서 그런 꿈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버린다.

그 다음으로는 자동화다. 요즘 대형식당에서 배달 로봇 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문의 자동화는 이미 크게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문화에 즉응하지 못하는 구세대를 풍자하는 걸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무인 자동주문기(키오스크).

오랫동안 지하철이나 기차역에서는 표를 대면으로 팔았다. 이제는 99% 이상 자동화다. 키오스크를 넘어 모바일로 구매한다. 식당도 그렇게 변해갈 것이다. 커피 브랜드를 중심으로 모바일 주문이 이미 팔리고 있다. 내가 마실 커피를 휴대폰으로 주문하고 도착해서 대기 없이 받는 형식이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잘 들여다보면 앞으로 식당이 어떻게 변해갈지 여러 가지 암시와 정보를 전달해준다.

10년 전만 해도, 누가 점심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할지 예상이나 했겠는가. 모바일로 배달을 시키고, 리뷰를 달지 감이나 잡았겠는가. 샐러드를 점심으로 구독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아닌 게 아니라, 식당 점주도 요즘은 재료를 장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산다. 정육점 등 고기업자, 채소업자를 만나지 않는 점주가 아주 많다. 인터넷으로 다 공급되며 심지어 값도 더 싼 경우가 많아서다.

여러 혁신의 물결이 식당과 음식에 들이닥쳤다. 우리 밥상도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삶의 변화가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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