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세계 경제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식량과 원자재, 에너지 가격 폭등과 인플레이션의 현실화,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 기술주가 주도하는 주가 하락 등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면, 코로나19의 종식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역설적 형국이다. 크게 성장한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겨울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그런데 최근 만나본 여러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은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우리는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겠다는 생각이 대다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옥석이 가려지고 스타트업의 가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는 지금이 투자를 확대할 적기라는 것이다. 그동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혁신 생태계의 흐름에 변화는 있더라도 급격한 위축이나 붕괴는 없다는 시장의 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새 정부의 경제 분야 국정 목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민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시장을 정부가 전방위 지원해서, 기업이 혁신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을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의 변화와 방향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여년 간의 세계 경제와 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단연 스타트업이 있었다.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성장의 한계는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돈은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재투자되고 있다. 새로운 투자자가 끊임없이 스타트업 투자에 진입해 모험자본(VC)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혁신을 만들어내려는 창업자와 그에 투자해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려는 투자자가 점점 더 많아져서, 그 결과 세계 경제를 디지털경제로 전환하는 핵심 동력이 스타트업이 되었다.

과장이 섞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장의 구체적인 변화는 더 극적이다. 단돈 백만원으로 창업했다는 이야기가 10년 전엔 무용담이었지만, 이제는 당연히 가능하게 되었다. 아이디어만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초기투자(early stage) 영역은 위험이 극히 높아 엔젤투자라고도 불렸지만, 지금은 아이디어가 없어도 사람에게 먼저 투자하는 극초기투자(ultra-early stage) 영역까지 등장했다.

여전히 스타트업의 다수는 실패하지만 실패 비용은 크게 줄었다. 실패한 스타트업의 창업자나 구성원이 투자자의 다른 투자기업 또는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다시 창업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이미 기업벤처캐피털(CVC)을 설립했고, 중견기업과 제2금융권 등의 투자사 설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역의 경제단체나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자문 요청을 받는다. 2세 경영으로 전환되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스타트업 투자나 교류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이제는 흔해진 유니콘기업의 숫자, 4대 대기업 집단을 크게 넘어선 벤처-스타트업의 고용인원 등 통계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변화하고 있다. ··소기업과 민간 경제 주체들이 스타트업의 혁신에 동참해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것이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 변화의 핵심이다.

민간 주도, 정부 조력의 혁신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중심을 과감히 이동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칸막이식 기업규제와 금융규제를 혁신하고, 시장의 흐름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스타트업과 혁신 생태계가 경제 성장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투자자본과 많은 투자자 등 민간 경제 주체가 스타트업의 혁신에 미래를 걸고 있다면 이를 밀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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