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기대인플레 0.6%p 급등
소비자 경기 인식·전망은 급락

물가가 뛰고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소식이 넘쳐나자 주요 경제주체인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함께 얼어붙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 심리는 빠르게 커지는 반면 경기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면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등을 통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이자 걱정 등에 더 움츠러들고 자칫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5(3.3%)보다 0.6%포인트나 올랐다.

20124(3.9%) 이후 10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말하는데, 현재 시점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앞으로 1년간 4% 정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아울러 기대인플레이션율 수준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실제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과거에도 금융위기 당시인 20087월부터 20097월까지,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일본지진과 유럽 재정위기 등이 겹친 20113월부터 1년 정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9%를 넘어 4%대에 이른 적이 있었다하지만 0.6%포인트 상승 속도는 과거보다 빠르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미국 빅 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등 관련 뉴스를 예전보다 많이 접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향후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경제주체들은 전망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그 수준에 맞춰 가격도 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한 단계 높아진 물가가 다시 떨어지지 않고 굳어질 수도 있다. 한은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일반적으로는 경기가 좋아지는 시기에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 상승과 함께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가도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뛰는 동시에 부정적 경기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96.45(102.6)보다 6.2포인트 떨어져 20212(97.2)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CCSI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보다는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인데, 결국 이달 소비자심리가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5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가 모두 한 달 전보다 낮아졌는데, 특히 경기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지수들이 급락했다.

한 달 새 향후경기전망(69)이 무려 15포인트나 추락했고, 현재경기판단(60)14포인트나 떨어졌다.

황 팀장은 체감 물가 상승, 미국의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도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억눌렸던 펜트업 소비(지연소비·보복소비)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황 팀장은 소비자심리지수 전망에 대해 우크라이나사태, 미국 금리 인상 등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다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매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가 받쳐준다면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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