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해 중소기업뉴스는 3회에 걸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와 <중소기업 ESG 전략>을 연재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2007년부터 사회적 가치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연구해왔다. 주류 경제의 부작용을 풀어가는 대안경제와 노동과 복지, 교육 등 사회 의제를 발굴하고 기사와 보고서, 포럼을 통해 공론화하고 있다.

 

청년 노동자의 눈물은 먹지 않겠다. 파리바게뜨 노동탄압은 또 다른 나의 이야기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에스피씨(SPC) 그룹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다. 에스피씨 계열사인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들에 대한 노조탈퇴 회유, 승진 차별 등 노동탄압 문제가 커지면서, 서울대, 성공회대, 청년유니온 등 632030청년 단체들이 에스피씨 사측을 규탄하고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자신만의 가치와 신념을 드러내는 소비행위를 뜻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은 밀레니얼 제트(MZ)세대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은 친환경, 사회적 의미가 담긴 기업의 제품, 서비스를 구매할 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어긋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도 적극 나선다.

기업들도 일찍이 중요한 고객층이자 자신들의 임직원이 될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맞춘 지속가능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친환경, 성평등 등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사회 운동을 지원하는 마케팅 홍보 활동도 그러한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환경과 인류가 공존하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기업의 진정성 있는 접근과 경영시스템에 이를 반영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없다면 알맹이 없는 공허한 광고 문구에 그칠 뿐이다. 오히려 기업의 브랜드 평판을 해치는 등 더 큰 위기를 가져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워크워싱 지목 기업 비판대상

최근 워크워싱(Woke Washing)’, 기업이 사회적 문제나 가치에 깨어있는 척 하면서 실제 경영활동에서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용어가 부각되고 있다.

2017년 아우디는 미국에서 광고 주목도가 높다는 슈퍼볼 풋볼 경기에서, 수백만 달러의 광고를 지불하고 동일한 일, 동일한 임금 지불(Equal work, Equal pay)’에 헌신하겠다는 기업 캠페인 광고를 했다.

말로만 인권·ESG 경영 강조

실천 안 따르면 평판 되레 악화


지속가능한 로드맵 수립해야

소통채널 구축, 경영연계 중요

성별 임금 격차를 없애 성평등 가치를 지향하겠다는 선언을 담은 이 광고는 초기에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으나, 결국 아우디 임원진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더 큰 비난 여론에 부딪혔다. 대중들은 남녀 똑같이 임금을 지불하기 전에 여성 임원부터 고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워크워싱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기업 인권경영과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과도한 업무, 부당근로,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워크워싱 논란이 일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 참여에 적극적 의지를 가진 MZ세대가 소비자, 임직원 등 사회 주축으로 등장하면서 제대로 된 ESG 활동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경영 이념과 사회적 가치를 지지하고 실천하는 기업의 행보가 워크워싱으로 비난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신뢰자본 워크워싱 방지에 도움

가장 우선돼야 할 점은 기업과 연계된 사회적 지표를 파악하는 일이다. 노동, 인권, 공급망 등 사회 영역의 다양한 지표 중 기업이 속한 산업군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계가 되고,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지표들을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업이 고려해야 할 지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전문성과 자원을 파악하고 투입 자원과 전략을 고민하는 일은 그다음 일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자원이 한정적인 중소기업에서는 지표별 우선순위와 시기에 따라 투입 자원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ESG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념해야 할 것은 한 번에 큰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별로 작은 성과부터 쌓아나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일이다. 임직원, 협력업체, 기업과 연계된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이 제안하는 계획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상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각기 다른 사회적 가치와 동기를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합치하고 성과를 내는 것을 처음부터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해관계자 간 소통채널을 기업 경영활동 구조에 연계하고 이들의 의견을 경영활동에 반영하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이해관계자들도 기업의 ESG 경영활동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오랜 기간 기업과 이해관계자들 간에 쌓인 신뢰 자본은 워크워싱을 방지하는데서 나아가 기업의 평판과 ESG 경영 활동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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