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따른 ‘임금발 인플레이션’ 후폭풍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무인·유인 안내기가 설치돼 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무인·유인 안내기가 설치돼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중소기업계 현장에선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지난 5년간 41.6% 인상된 최저임금이 내년에 또다시 5% 인상되면서 전체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는 임금발() 인플레이션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7%였던 것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무려 4배 넘게 폭등한 것이다.

내년도 최저시급을 올해 9160원보다 460(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됐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무려 201580(209시간 기준)으로, 올해보다 96140원 늘어나게 된다.

 

위약금 무서워 가맹해지도 못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지불능력과 경제 상황이 열악한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만 오르는 게 아니라 4대 보험료 덩달아 뛴다매출도 오르지 않는데 아르바이트생 2명 급여 주고 나면 손에 남는 건 결국 아르바이트생 급여랑 비슷한 200만원 남짓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A씨가 공개한 지난달 소득 내역을 살펴보면 월 매출은 약 4100만원이지만 제품 원가와 편의점 본사 수수료를 뺀 점포이익은 대략 8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생 인건비(2·300만원) 공과금(70만원) 임대료(120만원) 관리비 등 기타 잡비(80만원) 등을 제외하면 점주인 A씨가 순수하게 가져가는 소득은 고작 230만원 정도에 그친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점주와 주휴·야근 수당까지 받는 아르바이트생의 소득차이가 별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A씨는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는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답이 나오지 않아 본사 계약해지까지 알아봤는데 포기하고 말았다만만치 않은 위약금을 낼 자금이 없어 일단 올해 하반기까지 버텨보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5년간 인상률 물가대비 4

인건비 감당못해 알바생 포기


소상공인 빚더미속 생존경영

신속한 업종별 구분적용 호소

최저임금이 폭등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여파까지 몰려오면서 이미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총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15.3%에 달하는 3215000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용자측의 지불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무작정 올린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탓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급증

결국 소상공인은 장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빚더미를 잔뜩 지면서까지 생존경영을 하고 있는 판국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7000억 원으로 2019년 말 6849000억원)보다 무려 40.3% 늘었다.

지난달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매출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소상공인 비중이 4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장사는 인건비 싸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인데 최저임금이 무턱대고 올라버리면 사장 혼자 장사를 하든지, 아니면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물가가 올라서 재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현장에서 겪는 최저임금 인상의 애로가 극심한 가운데 일각에선 아예 나 홀로 장사를 위해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무인점포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이번이 두 번째 편의점을 창업하면서 아예 무인점포로 셋팅을 해버렸다이전에 운영했던 편의점은 알바생들 인건비가 감당이 안돼 문을 닫고 새롭게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님이 몰리는 피크 타임 시간대에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늦은 심야 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도 있었지만, 최근 24시간 무인점포가 화두가 된 배경에는 결국 인건비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

C씨는 “24시간 매장을 무인으로 돌리면서 키오스크 렌탈 비용이나 CCTV 관리비 등 기존에 생각지 못한 큰 금액이 나가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덜어서 한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나 홀로 사장님을 자처한 소상공인들이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거나, 아예 무인점포 방식까지 선택하면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수도 증가세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316000명 정도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2(416만명)과 비교해 156000명 증가한 수치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현장은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고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시는 이처럼 과도한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도록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 반영과 업종별 구분 적용의 조속한 시행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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