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전 세계 드리운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

저성장 고물가를 의미하는 이른바 ‘S(stagflation)의 공포가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경우를 흔히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코로나 방역 완화에 따른 급격한 수요 회복과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 게다가 미중 패권 경쟁,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라이제이션 등 구조적 대전환이 가져오는 공급망 재조정과 불안정이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촉발된 건 올해 1월이다. IMF는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대비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오미크론 확산으로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올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경제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3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83으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내렸다. 지난 1월부터 석달 연속 하락한 수치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통계다. 100 미만은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다는 의미다. 대기업(91)과 중소기업(76) BSI는 전월보다 각각 6포인트, 7포인트 떨어졌다. 수출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무려 10포인트 급락한 92, 100 아래로 추락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했던 20202(-13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中企 경영전망 뒷걸음질 지속

납품단가 조정없인 한계 직면

중소기업 맞춤 재정정책 시급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중소기업은 원가 상승과 더불어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제조 중소기업의 절반 정도가 외부로부터 주문을 받아야 하는 하청기업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와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적절하게 조정하지 못한다면 수익성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반영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모두 반영 받았다는 업체는 전체의 4.6%에 그쳤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응답률은 49.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원자재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응으로 생산량 감축(41.9%)’, ‘일자리 축소(32.9%)’, ‘공장 폐쇄(9.6%)’, 등으로 응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16일 판교제2테크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해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복합 위기로 경제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민간 주도, 기업 주도라고 말들을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민간 투자 위축과 생산성 하락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정부는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회의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민관 경제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인플레 압력이 커지게 된다면 그 피해는 일차적으로 경제적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S의 공포가 우리 중소기업들을 엄습하지 않도록 미리 조치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환차손 등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들을 선별 지원하는 식의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재정을 통한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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