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세상에 떨어진 운석이다.” 안익진 몰로코 CEO가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을 비유한 말이다. 20213월 이후부터 애플은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시행했다. iOS 14.5 버전부터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개별 앱을 이용할 때 스스로 광고 추적을 허용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사용자 타깃 광고가 원천봉쇄된 셈이었다.

이제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왔다. 사용자가 누구를 팔로우하고 무엇을 포스팅하고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간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용자 몰래 알 수 있었다. 특정 앱을 다운로드 받는 순간 자신의 개인 정보가 광고 추적용으로 이용된다는 사실 자체를 사용자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름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의 2020년 전체 매출은 860억 달러에 달했다. 20203월 시작된 코로나 판데믹은 오히려 페이스북한텐 호재였다. 이커머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디지털 광고 지출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에 1년 뒤 시행된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은 악재였다. 2021년 메타는 애플 때문에 100억 달러나 손실을 봤다. 아이폰 사용자의 90%가 광고 추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공룡 시대를 끝장낸 건 지구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이었다. 안익진 몰로코 CEO가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을 운석에 비유한 까닭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중 첫 유니콘

몰로코는 운석이 떨어진 이후의 광고 세상에서도 광고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이다. 공동 창업자는 안익진 CEO와 박세혁 CIO. 두 사람은 201311월에 몰로코를 창업했다.

20227월 현재 기업가치는 17000억원 정도다. 한국의 13번째 유니콘이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중에서는 첫 번째 유니콘이 됐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이 된 스타트업을 말한다. 몰로코는 대표적인 에드테크 기업이다. 스스로는 비즈니스머신러닝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몰로코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이용해서 고객사가 집행하는 광고를 최적화시켜주는 B2B 기업이다. 고객사는 몰로코가 최적화시켜준 광고 덕분에 B2C 시장에서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청바지를 파는 대표적인 회사 가운데 하나다. 캘리포니아 골드 러시 시대에 금을 찾았던 광부들보다 더 큰 부자가 된 건 광부들한테 청바지를 팔았던 리바이스였다. 실리콘밸리에선 상식처럼 통하는 통찰이다.

몰로코의 솔루션은 몰로코 엔진이다. 광고 효과는 이미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와 만날 때 극대화된다. 반대라면 소비자한테 광고는 소음일 뿐이다. 배달의 민족 광고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순간은 배가 고픈 소비자한테 먹고 싶은 음식을 파는 식당의 정보를 노출시킬 때다. 이때만큼은 소비자는 광고를 소음이 아니라 정보라고 인식한다.

사실 광고 산업이 디지털화되면서 이런 타깃 광고는 이제 기본이 됐다. 몰로코엔진은 광고를 한층 더 고도화시켜준다. 광고를 누구한테 언제 노출시킬지는 기본이다. 광고를 보여줬을 때 구매가 일어날 확률까지도 계산해준다. 제한된 광고 예산 안에서 최적의 광고 비용은 얼마인지도 알려준다.

나아가 실시간으로 광고를 집행해준다. 소비자가 광고에 노출되는 순간 몰로코엔진은 단 0.1초만에 해당 소비자를 분석해서 최적의 광고를 매칭시킨다. 배고픈 사람한텐 음식 광고를 보여주고 여행가고 싶은 사람한텐 호텔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를 통한 머니타이제이션이 가능해진다. 한 마디로 광고를 하면 반드시 돈을 벌게 해준다는 뜻이다.

아날로그 시대 광고는 운이 절반이었다. 예쁜 광고를 잘 만들어서 불특정 다수한테 뿌리고 고객이 얻어걸리길 기다리는 식이었다. 2010년대 이후 펼쳐진 디지털과 모바일 광고 시대엔 개인에 대한 타깃 광고가 가능해졌다. 처음엔 혁신적이었지만 역시나 부족했다. 좀 더 정밀화된 광고 솔루션이 필요했다. 광고 예산은 늘 한정돼 있고 고객은 늘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몰로코를 통해 광고를 하는 고객사는 250개가 넘는다. 배달의 민족도 몰로코의 오랜 클라이언트 가운데 하나다. 몰로코엔진은 하루에 많게는 3000억건 이상의 타깃 광고를 처리한다. 초당 400만건이다.

몰로코의 매출은 2021년에 5000억원을 돌파했다. 애드테크 시장에 사과 운석이 떨어졌을 때만 해도 몰로코 역시 위기일 수 있었다. 몰로코도 사용자의 디지털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타깃 광고를 하는 애드테크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이걸 광고추적제한을 뜻하는 LAT 시대라고 부른다. Limited Ad Tracking의 약자다.

페이스북 같은 거대한 디지털 광고 회사도 기업 명칭을 메타로 바꾸고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모색할 정도였다. 그런데 몰로코는 달랐다. 몰로코는 처음부터 디지털 광고 고도화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쉬운 식별 데이터 이외에도 사용자에 관한 정보는 맞지만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식별 데이터를 통해서도 타깃 광고를 해왔다.

누구에게·언제 노출할지는 기본

광고집행 시 구매확률까지 계산

 

애플 광고추적 제한되레 기회

엔진 고도화, 시장접수 시간문제


디즈니도 자사 솔루션 적극 이용

비즈니스 머신러닝 기업 도전장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여행지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는 건 의도 파악이 쉬운 식별 데이터다. 운석이 떨어진 이후 이런 식별 데이터 기반의 타깃 광고는 힘들어졌다. 반면에 사용자가 언제 어디에서 접속했고 예전엔 어떤 주문을 많이 했고 어떤 영화를 봤고 어떤 검색을 했는지 같은 비식별 데이터는 지금도 파악이 가능하다. 대신 운석 시대 이전과 달리 이젠 사용자의 의도를 행동 패턴의 맥락을 통해 파악해야한다. 몰로코는 이걸 맥락 데이터라고 정의한다.

몰로코엔진은 식별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런 맥락 데이터를 이용해서 광고를 고도화시켜왔다. 거칠게 설명하자면 신문으로 치면 경제면에 부동산 광고를 하고 라이프스타일 지면에 명품 광고를 하는 식이다. 개인 정보 추적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면 맥락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광고 솔루션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몰로코한테 사과 운석이 위기이면서 기회인 이유다.

 

프라이버시 정책 후 고객 증가

운석이 떨어져서 공룡은 멸종됐어도 신생 포유류는 살아남았다.” 안익진 몰로코 CEO20213월 애플 프라이버시 정책 시행 이후에도 디지털 광고 시장은 붕괴되기보단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누군가는 변화한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서 결국 지구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단지 풀어야할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갔을 뿐이다.

실제로 몰로코는 광고추적제한에 적응한 광고 모델을 만들어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ROAS. ROI와 유사한 개념이다. ROI가 투자금 대비 매출액이라면 ROAS는 광고비 대비 매출액이다. 디지털 타깃 광고가 아날로그 지면 광고를 대체한 것도 ROAS가 천양지차로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다.

몰로코는 몰로코 엔진을 고도화시켜서 이른바 LAT 시대에서 타깃 광고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나아가서 ROAS를 과거 개인 정보를 활용해서 타깃 광고를 하던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게임개발사 비트망고의 모바일 게임 브링아웃 슛 더 볼 타이틀에 대한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몰로코엔진을 통한 광고 효과로 게임 설치는 6% 이상 증가했고 ROAS도 과거와 차이가 없게 만들었다.

운석이 광고시장에 떨어졌어도 몰로코엔진만 있으면 살아남는 포유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에서 몰로코의 고객사는 운석 낙하 이후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디즈니 플러스뿐만 아니라 도어대시와 딜리버루와 스냅챗과 그랩이 몰로코의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사과 운석 낙하 이후 쿠키 운석 낙하에도 대비하고 있다. 구글은 2022년부터 서드 파티 쿠키 지원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애플 프라이버시 정책이 앱 생태계에서 광고시장에 영향을 줬다면 쿠키 중단은 웹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구글 크롬 브라우저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쿠키는 웹에서 제3자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사용자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도구다.

쿠키 지원이 끊기면 광고 영업도 중단된다. 광고 세계를 향해 두 번째 운석이 낙하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몰로코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구글이나 애플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끌어모아서 광고를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야 한다.

 

AI 활용, 유통난제 해법 모색

개인 정보는 개인의 것이다. 더 이상 개인 정보를 공공재처럼 이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신 기업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광고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배달의 민족처럼 수많은 거래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고객 데이터가 곧 자산인 시대인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기업이 자신인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데이터를 고도화시켜줄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진 몰로코 같은 기업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몰로코의 고객사는 90%가 글로벌 플레이어다. 대부분이 유니콘에서 데카콘 이상의 기업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몰로코 서비스는 점점 아마존웹서비스처럼 필수제가 돼 가고 있다. 클라우드가 필수제가 된 것처럼 B2C기업이라면 몰로코 엔진은 필수제다.

안익진 몰로코 CEO는 유튜브의 초창기 멤버다.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97학번이다. UC샌디에이고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준비하다가 유튜브에 합류했다. 2년 뒤 유튜브가 구글에 무려 16000억원에 인수되면서 구글에 입사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는 연간 8000억원의 적자투성이 스타트업이었다. 당시엔 AWS 같은 클라우드 서버가 없었다. 서버 비용으로만 기둥 뿌리가 뽑힐 정도였다.

구글 안에서조차 유튜브 인수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안익진 CEO는 당시 머신러닝을 이용해서 유튜브에 광고를 하는 걸 처음 제안한 당사자였다. 구글로 옮겨선 안드로이드팀에서 일했다. 역시 데이터 기반 광고 모델을 연구했다. 몰로코 창업의 기반이 됐다. 창업 당시부터 데이터를 이용한 광고 고도화로 스타트업들이 돈을 버는 머니타이제이션을 해준다는 게 목표였다. 처음부터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했고 해결책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셈이다.

공동창업자인 박세혁 CIO는 자타공인 천재 엔지니어다. 스탠퍼드 컴퓨터 공학과 앤드류 응 교수의 애제자다. 앤드류 응은 스탠퍼드에서 수많은 창업자를 길러냈다. 창업 당시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컸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이미 개인 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광고 최적화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틀렸고 안익진과 박세혁이 맞았다.

이제 몰로코의 비전은 더 커졌다.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에서 비즈니스머신러닝 기업으로 확장됐다.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통해 광고뿐만 아니라 유통의 문제들까지 해결하려고 한다. 물류 역시 광고만큼이나 고도화할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몰로코는, 내일 지구에 사과 운석이 떨어져도 오늘 데이터 머신러닝을 한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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