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 인상 폭탄에 소상공인 한숨
최저임금 인상에 알바생 구인난까지
전기·가스·수도료 마저 천정부지
임대료·관리비도 동시 껑충 뛰어

경기도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자신의 가게 간판만 봐도 숨통이 죄어오는 고통에 시달린다. 그는 관리 장부를 보여주며 올해 인건비, 임대료, 전기료, 공과금 등 항목별로 오르지 않은 비용이 없다최저임금도 지난해보다 5%나 올랐는데, 이미 최저임금으로 200만원 가까운 급여를 준다고 해도 알바생을 구하는 게 무척 어렵다고 호소했다.

가장 큰 고통은 전기요금이다. 24시간 운영하는 PC방의 특성상 지출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 100여대 PC를 돌리고 있는데, 6월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24%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사업장의 6월 전기료는 420만원에 달한다. 특히 때아닌 무더위와 장마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사용량도 부쩍 늘어난 상태다.

그는 왜 하필 이러한 시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했는지 모르겠다장사가 안돼 죽겠는데, 공공요금 인상으로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을 강탈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6월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년 전보다 9.6%나 올랐다. 지난 4~5월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된 것에 영향을 받았다. 71일부터 적용된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분은 6월 물가에는 반영되지 않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수업종 별도요금 구간 시급

특히 PC방은 전기요금이 임대료에 맞먹는 지출항목이다. PC방 평균 매장의 경우 계약전력 60(기본요금 52만원)이라는 고정비용에 사용에 따른 전력량 요금을 가산하게 된다. 다른 가정용·영업용·산업용 등의 전기요금표 대비 상업용을 적용받아 가장 높은 전기요금 폭탄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씨는 가장 비싼 전기요금을 지출하는데도 24시간 운영에 따른 심야할인 구간 적용 혜택도 못 받는 상황이라며 “PC방처럼 특수 업종의 자영업자들을 위한 별도의 요금 구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최근 들어 또 다른 비용 폭탄이 터지고 있다고 울분을 토한다. 바로 임대료다. 이씨의 사업장 임대료는 지난해 월 250만원에서 올해 262만원으로 5%가 올랐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다시 영업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코로나 때나 지금이나 매출은 다를 게 없다상황은 더 악화지경인데, 주변 자영업자들 모두 임대료마저 금리인상 여파로 치솟고 있다는 이야기에 암울한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대표 정책이었던 착한 임대인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임대인들이 크게 줄고 있다. 영업 제한이 해제되면서 상가 주인들이 임대료를 인하해 줄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임대료 인상은 5%로 제한적이지만 관리비 인상은 제한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관리비 인상 제한이 시급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김기홍 이사장의 말처럼 최근 임대료 인상 제한을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관리비를 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착한 임대인갈수록 급감

이처럼 자영업자들에게 관리비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 것은 상가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가속화 중이다. 앞서 이씨의 경우에도 관리비는 지난해 30만원이었던 금액이 올해 50만원으로 66%나 증가했다. 임대료 인상분과 합치면 매달 32만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문제는 임대료와 관리비 폭탄이 앞으로 더욱 커질 거란 우려다. 최근 들어 정상 영업이 본격화 되면서 그동안 동결하거나 인하했던 임대료를 다시 올리려는 임대인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상가의 1분기 임대료는 작년 4분기보다 7.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 증가율를 살펴보면 서울 영등포(10%)·광화문(7%), 홍대·합정(5.8%)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건비 부담은 자영업자들에겐 가장 무시무시한 폭탄이다. 올해 5% 오른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1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술집이나 식당 같은 사업장은 시급이 14000원까지 뛰었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게 시급이 폭등하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청년 알바생들이 시급이 높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배달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고임금을 지불해도 구인난을 겪게 된 것이다.

실제 구인·구직 전문사이트인 알바천국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르바이트 구직 공고는 지난해 1분기보다 40.2% 늘었지만, 지원자는 1.3% 증가에 그쳤다.

김기홍 이사장은 “PC방처럼 24시간 업종은 최소 1명 이상의 알바생을 고용해야 하는데 코로나 적자가 누적되는 바람에 사장이 직접 24시간 상주하다 과로로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도 알바생을 위한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는 범법자가 되는 웃지 못할 비극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업종 현실에 맞게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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