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부터 북한의 조선 세시풍속집에서도 인정한 진주냉면, 그리고 현대 조리법으로 완성된 열무냉면, 칡냉면, 밀면, 불냉면 등이 있다. 종류 뿐일까? 배달과 포장은 물론,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HMR(가정식 대체식품) 제품까지 제공 형태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 언제든 구미가 당기면 손쉽게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본디 냉면이라 함은 냉기 가득 머금은 스테인레스 면기에 갖가지 고명을 정갈하게 올려 내어주는 냉면전문점에 직접 가서 먹는 게 제일 아니겠는가? 여기에 냉면 맛집 도장깨기라는 또 다른 고명을 얹어주면 남은 여름, 더운 줄 모르고 보낼 수 있을 지도. 그래서 준비했다. 매번 비슷한 스타일의 냉면집이 아닌 이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는 서울 냉면 맛집 4곳을. 연일 손님으로 발 디딜 틈 없다는 냉면계의 신흥 맛집을 찾아 떠나보자.

 

신개념 평양냉면 이단아마니아들도 인정한 맛집 우주옥

서울 평양냉면 맛집은 우래옥, 필동면옥, 을지면옥, 평양면옥 등의 전통강자와 정인면옥, 진미 평양냉면, 피양옥 등의 신흥강자로 나뉜다. 두 강자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이단아가 등장했으니, 마포구 연남동에 자리한 우주옥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우주옥은 위치한 지역만큼이나 트렌디한 평양냉면집이다. 냉면집이라기 보다 주류 주문이 필수인 술집에 가깝지만, 냉면 맛은 평양냉면 마니아들도 인정할 정도다.

맑은 육수 위, 수육 대신 얇게 저민 붉은 빛 샤퀴테리를 고명으로 올려준다는 건데 여기에 종종 썬 쪽파까지 흩뿌려 비주얼에 특히 민감한 MZ 세대의 취향을 정조준한다. 물냉면, 비빔냉면이 아니라 소금 또는 간장으로 간을 한 물냉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빔냉면도 있지만 각기 다른 재료로 간을 한 물냉면이 시그니처 메뉴다. 소금 베이스로 만든 냉면 청은 맑은 국물에 담백한 맛을 자랑하고 간장 베이스인 냉면 진은 보다 진한 육수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간장의 단맛이 매력적이다. 더러는 두 명이 방문해 진 냉면, 청 냉면을 각각 하나씩 시킨 뒤 교차로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 사장님은 소금과 간장 두 냉면 모두 섬세한 에 집중한 음식임에 따라 그 향을 제대로 느끼려면 가급적 온전한 한 그릇으로 먹을 것을 권한다. 한편, 냉면 뿐만 아니라 세 가지 부위의 소고기와 채소, 버섯을 정갈하게 담아낸 어복쟁반 역시 인기다. 평양냉면을 못먹는 친구에게도 좋지만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 가격 물냉면 14,000
-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5011

 

조선 권번가 양반들의 야참 진주냉면 되살린 하연옥

냉면 가운데 제일로 알아주는 것은 진주냉면과 평양냉면이라는 말이 있다. 이북에 평양냉면이 있다면 우리에겐 진주냉면이 있다. 육전과 지단, 실고추 등의 화려한 고명이 특징인 진주냉면은 조선시대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다고 전해진다. 소고기 만으로 육수를 내는 평양냉면과 달리 진주냉면은 소고기 육수에 멸치, 바지락, 밴댕이, 홍합 등의 해산물을 푹 고아내 감칠맛 또한 일품이다.

비록 지금의 진주냉면은 1960년대 명맥이 끊겼다가 2000년대에 복원되며 현대식으로 재창조 된 것이나 동국세시기와 같은 문헌에서 그 이름이 여러차례 등장하는 바, 타 지역에도 명성을 떨쳤던 진주시의 대표 향토음식임에는 분명하다.

진주 지역의 토속음식답게 진주냉면 맛집들은 대체로 진주나 인근인 부산, 함안 등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그러던 중 지난 해 진주냉면의 원조격인 하연옥분점이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열며 온갖 쟁쟁한 냉면 맛집이 존재하는 서울에 출사표를 던졌다. 메뉴는 오직 물냉면과 비빔냉면, 거홍면 그리고 육전 뿐. 한우갈비와 선짓국밥, 비빔밥 등의 다양한 메뉴를 파는 진주 이현동 본점에 비해 다소 단촐한 구성이지만 그만큼 냉면 하나만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가 돋보인다. 소고기 육전, 오이, 황백지단 등의 고명이 풍성하게 올라간 모양새에 눈이 호강하고 해물로 고아낸 개운한 육수 맛에 입안이 즐겁다. 얇게 썬 우둔살에 계란물을 입혀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육전과 비빔냉면의 조화도 아주 근사하다.

- 대표메뉴 물냉면 11,000
-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136 1층 전화번호 02-332-3174

 

60년 전통 노포에도 꿀리지 않는 중고신인의 내공 함흥에겨울냉면

쫄깃한 면발, 새콤달콤매콤한 맛의 함흥냉면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사랑하는 국민 냉면이다. 몇년 전부터 평양냉면이 가히 붐이라고 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와중에도 냉면하면 절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함흥냉면이다.

함흥냉면은 이름 그대로 이북의 함흥 지역에서 즐겨 먹었던 면 요리다. 평양에 비해 비가 적게 내려 메밀 수확이 쉽지 않은 함흥에서는 전분을 함유한 감자나 고구마로 면을 만들었다. 여기에 근처 바닷가에서 잡은 가자미를 회로 떠 고추장 양념을 하고 이것을 고명으로 올려 먹는 것이 함흥냉면의 특징이다.

한국전쟁 이후 월남민에 의해 남쪽지방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하는데 오장동 흥남집, 오장동 함흥냉면, 종로 함흥곰보냉면 등이 이때쯤 생긴 서울의 대표적인 함흥냉면 집이다. 이들 노포의 냉면 맛을 보았다면, 그 다음으로 가볼 만한 곳이 장충동 함흥에겨울냉면이다. 노포집들에 비하면 26년이라는 다소 짧은 세월을 지녔지만 1세대 명가의 아성에 단연코 밀리지 않는 특별함을 지녔다. 회냉면을 필두로 하는 이집 냉면이 특별한 이유는 함흥냉면 치고는 슴슴하게 느껴지는 양념 맛에 있다. 함흥냉면 답지 않은 극강의 감칠맛으로 평양냉면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고 특유의 냄새를 없애 홍어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홍어회 무침 또한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만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물론 홍어회 대신 고기 고명이 올라간 비빔냉면과 새콤달콤한 육수의 물냉면도 좋다. 매일 손으로 빚는 수제 왕만두는 이집의 히든카드로 얇은 만두피 속 꽉 들어찬 만두소가 냉면과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 대표메뉴 회 냉면 12,000
-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2421 전화번호 02-2279-2770

 

이열치열 불맛매운 냉면 맛집 낙산냉면 vs 동아냉면

낙산냉면
낙산냉면

평양냉면 만큼이나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음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매운 냉면 아닐까 싶다. 토속냉면 같은 역사와 전통은 없지만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듯한 매운 맛으로 더위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날려주는 덕에 주기적으로 한번씩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종로구 창신동의 낙산냉면은 서울에서도 소문난 매운 냉면 맛집이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대학시절 수업도 빼먹고 찾아가 먹었을 정도로 중독성 강한 매운맛을 자랑한다.

물냉면, 비빔냉면이 있는데 물냉면에도 비빔장이 들어가 비빔냉면의 매콤한 맛을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매운 맛도 매운 맛이지만 이집 냉면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면발 위 수북이 쌓아 올린 오이 고명이다. 얇게 채썬 오이가 커다란 냉면기를 가득 덮을 정도로 많다. 매운 맛에 혀가 얼얼해 질 때 쯤, 오이를 한 젓가락 집어 먹으면 달아오른 혀를 조금이나마 가라앉힐 수 있다.

서울 3대 매운 냉면으로 알려진 용산구 보광동의 동아냉면도 매운 냉면 이야기에 빼놓을 수 없다.

매운 음식 도장깨기 하러 온 학생들부터 동네 어르신들까지 새로운 도전자와 단골 손님들로 북적인다. 첫입부터 무지막지하게 매운 것이 아니라 먹을 수록 점점 얼얼해지는 매력에 젓가락 쉴 틈이 없다. 냉면의 매운맛을 달래 줄 만두도 별미다. 국내산 돼지고기와 부추가 듬뿍 포함돼 있어 촉촉하면서도 향긋한 맛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인근 이태원과 숙대, 공덕, 혜화 지점도 운영 중이니 보다 가까운 곳으로 방문하면 된다.

- 대표메뉴 얼큰이냉면 8500/ ·비빔냉면() 9000
- 주소 서울 종로구 지봉로58 /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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