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영어에 캡티브 오디언스(captive audience)라는 표현이 있다. 자신의 의사에 상관없이 봐야 하는 광고 등을 말한다. 앱에서 추천하는 뉴스를 보면 예외 없이 여야의 힘겨루기가 늘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우리의 삶과 안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이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없다. 문제는 본질적인 역할을 잊고 주도권 장악에 집중하는 사이에 산더미 같은 민생과 경제 현안이 밀릴 수 있다. 자칫 시한에 쫓겨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 처리해 시행착오를 거치거나 실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불리 펄핏(bully pulpit)이란 말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불리는 깡패, 펄핏은 성직자, 교육자, 정치인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강단인데, 연단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싫든 좋든 지도층의 말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루스벨트 당시에 ‘불리’는 ‘가성비가 깡패다’라는 우리 유행어처럼 ‘멋진’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지도자의 자리는 ‘정치 의제를 피력하고 선점할 수 있는 멋진 강단’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정치인의 권력이 예전 같지 않고 권위가 떨어졌다 해도 선출된 권력은 비행기의 기장이라 할 수 있다. 고객을 섬겨야 하지만 전권을 위임 받은 자리이기도 하다. 그 멋진 강단을 받았으니 국익과 민생에 도움이 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해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 전 분당 임률이 50원이 넘었다며 제조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회사 연수원에서 한 경제학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최저 임금도 이보다 세 배가 넘고 일부 성장 산업은 열 배쯤 될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평균 임금의 두세 배에 달하던 일본의 제조업체가 어떻게 세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지 경이롭게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임금이 일본을 앞서고 일인당 GDP가 그들을 추월하는 것이 시간문제가 된 데에는 생산성 향상을 향한 부단한 노력과 신규업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이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캄보디아의 가난한 농가에서 감자를 캐다 한국에 시집 온 스롱 피아비라는 여성이 한국에서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당구를 시작해 피나는 노력으로 단기간에 국내 1위, 세계 랭킹 2위에 오른 게 화제다. 이 3구 여제는 우승 상금과 후원금으로 캄보디아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는 열심히만 하면 성공하는 ‘한국은 기회의 나라’라며 한국인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했다. 집안 분위기가 있듯이 나라도 마찬가지인데 분위기에 따라 국운이 갈린다.

권력이 부를 차지하는 수단이 된 나라나 직업이 세습되는 곳은 하나 같이 젊은이들이 떠나 사회가 역동성을 잃고 경제도 자연히 망가지는 것을 유럽 일부 나라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도층에 있던 인사들의 일탈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는 일이 종종 있다. 건강한 선진국에선 매우 드문 현상이다.

다행히 새로운 정부가 기업하는 의욕을 되살리려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가업승계를 막는 징벌적 상속세 완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 등이 감지된다. 하지만 속도가 중요하다. 평택시의 경쟁상대는 기흥이나 이천이 아닌 텍사스주의 오스틴이나 테일러시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눈썹에 붙은 불은 빅스텝에 따른 폭증한 이자 부담이다. 예전에 실거주 용으로 소형 주택을 사면서 9.5%의 이자를 부담해봐서 이자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있다. 개인도 이러한데 수많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기업들은 얼마나 절박할 것인가. 정치권과 정부 당국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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