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중국, 전기차 굴기 가속페달

워렌 버핏이 투자한 유일한 전기차 주식이 있다. 바로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주식이다. 1995년 2월 왕촨푸는 그의 사촌형 뤼샹양과 비야디를 세웠다. BYD는 “당신의 꿈을 설계하라(Build Your Dream)”라는 의미다.

왕촨푸는 항상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가격과 성능 그 무엇도 놓칠 수 없었던 것이 부품에서 완성품까지 모두 직접 만드는 계기가 됐다.

현재 비야디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전기차를 예로 들면 80% 이상을 자체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촨푸의 가성비 전략은 BYD가 급성장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지난 7월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BYD가 올해 상반기에 전기차 64만1000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0% 급증한 수치다.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가 됐음을 알린 순간이다. BYD는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전기차 56만4000대를 판매한 기존 1위 업체 테슬라를 약 7만7000대 차이로 제쳤다. 테슬라는 상반기 공급망 차질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이 맞물리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BYD가 테슬라를 판매대수 기준으로 제친 것은 전기차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를 50만대 이상 수출했다. 전년의 2배 수준이다.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성장한 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상반기 판매대수 1위로 급부상

배터리왕 넘어 자동차왕 우뚝 버핏,

명불허전 ‘투자 귀재’입증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 인사이트의 투 러 시노 디렉터는 “비야디는 공격적으로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도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YD는 창립 이후 매년 100%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니켈카드뮴 배터리는 3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했다. 2002년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이때 왕촨푸에게 붙은 별명은 ‘배터리 왕’이었다. 그의 나이 36세 때다.

BYD가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를 단행하면서 부터다. 2008년 9월 워런 버핏은 미드아메리칸에너지를 통해 BYD 지분 9.9%를 2510억원에 매입한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워런 버핏의 투자였기에 당시 BYD의 주가는 10배 가까이 상승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됐다.

하지만 BYD가 몇 해 동안 적자를 기록하고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며 매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자 워런 버핏에게 잘못된 투자이자 실수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런 버핏은 BYD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하면서 BYD는 급성장했다. 결국, 워런 버핏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BYD는 2003년 국영기업인 친촨 자동차를 2억7000위안에 인수해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투자자와 주주 대부분이 반대했던 결정이었다.

이러한 여론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BYD가 친촨자동차를 인수한 뒤 회사 주가는 무려 21%나 급락했다. 하지만 왕촨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배터리 왕이 됐듯 BYD가 ‘자동차 왕’이 될 것이라 호언장담했다. 왕촨푸가 배터리 산업에 이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것은 큰 모험이었다. 왕촨푸는 부족한 기술과 시설을 자체적으로 키우고 구축하는 데 힘썼다. 버핏은 10년 이상 BYD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BYD 주식을 ‘찜’해둔 데에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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